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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내 생일인 것을 알았다.

이번 생일에는 이웃들을 초대해서 같이 밥도 먹고

초도 불어야지 했는데

당황스러웠다.

 

‘나한테 뭘 해주지?’ 생각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난 바다가 눈을 비비며 내 방으로 들어온다.

바다와 이불 안에 다시 들어가 누워 있다가

이소라의 ‘생일 축하해요.’ 노래가 생각이 나서 틀고

같이 들었다.

 

“와, (음악) 좋다.”

“좋지? 오늘 엄마 생일이야.”

바다가 씩 웃으면서 눈이 커진다.

 

이소라가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의 가사가

참 따뜻하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던 그날

온통 푸른빛은 더해가고

여린 하늘 아래 아름다운 그대

세상의 빛과 만났죠~♪

 

언제나 축복이 그대 곁에 있어주길

변함없는 모습으로.

영원히 사랑이 그댈 감싸주길.

생일 축하해요 그대~♬”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어, 아침부터 웬일이야?”

“오늘 내 생일이야.”

“어머나! 오늘? 어떡하니~ 깜빡했다~”

“괜찮아. 나를 낳아주고 키워줘서 고마워요, 엄마.”

서른 살 생일부터 내 생일을 깜빡하시길래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고

생일이라고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좀 서운했는데 올 해는 하나도 서운하지가 않다.

엄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자고 있는 남편에게도 가서 말했다.

“여보, 오늘 내 생일이야.”

“어...어......”

“알고 있었어?”

“어...어.....”

 

알고 있었다는 건지 몰랐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 이마에 뽀뽀를 한 번 하고

혼자 산책을 나갔다.

역시 서운하지가 않다.

늘 애써주고 도와주는 남편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나를 축하해주고 있으니까.

 

오래간만에 산책을 멀리 나오니

“와...” 탄성이 터진다.

여기 저기 싱싱한 초록이 시작되고

봄을 맞은 생명들이 이슬을 머금고 빛나기까지 하고 있었다.

세상의 축복이 내 마음에 전해지면서

‘내 생일!’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리 모두 너무나 소중한 생명이고

탄생일을 맞이한 주인공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산책로에 있는 바위에 앉아 글을 썼다.

 

‘우주의 딸, 지아. (지아는 나의 별칭이다.)

35년 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빛을 본 날과 똑같이

오늘도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나이가 들어 거칠고 마디가 많은 가지 끝에

봄이 되어 다시 맺히는 여린 봉오리처럼

지아도 그 여린 봉오리로 다시 시작한다.

순수와 사랑과 인내와 용서와 지혜와 평화의 마디를 가지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과 조상님들 그리고

우주에게 절 한다.

 

고맙습니다.

당신들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오늘의 생일이

참 기쁘고 경이롭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아.’

 

아침 산책에서 받은 풍족한 행복감이

하루 종일 ‘해피’ 버스 데이로 살게 해주었다.

 

푸르스름하게 해가 지는 것을 보면서

“내 생일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재우다가

저녁 7시에 그만 잠이 들어버린 나는

다음날 아침에 왜 그렇게 빨리 잤냐고 묻는 남편한테 말했다.

 

“그래서 나 오늘 하루 더 생일하려고.”

 

그리고 하루 더 생일을 보낸 후에 한 가지 결정을 했다.

매일 생일을 해야겠다.

다시 태어나는, 새 날로 살아야겠다.

 

요즘 매일 아침 ‘생일 축하해요.’ 노래를 들으며 다시 태어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피 버스 데이 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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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는 요즘 동백꽃이 한창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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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20대를 아낌없이 방황하며, 여행하며 보냈다. 딱 30세가 되던 해 충북 금산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지금은 세 살 난 바다와 한 살의 하늘과 함께 네 식구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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