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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

베이비트리 2017. 02. 14
조회수 1247 추천수 0
일과 양육 병행하는 워킹맘의 고단한 현실을 담은 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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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 과로로 숨졌다. 지난 1월15일 일요일에 출근했던 보건복지부 공무원 A씨가 정부세종청사 계단에서 심장질환으로 쓰러졌다. 김씨는 전날 토요일에도 오후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해 일했다. 평일에도 밤 9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일주일 내내 새벽 출근과 야근, 주말 근무 등 고된 일정을 수행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모성보호 정책에 관심이 높아졌다.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복지부는 토요일 출근 금지와 임신부 직원 2시간 근무 단축 등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삶은 어떠한가? 형식적으로는 ‘남녀가 평등하게 일하는 사회’가 된 듯하다. 하지만 남녀차별과 불평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출산과 육아로 자신의 꿈을 접는 여성이 많다. 육아휴직제도는 완전히 정착되지 못했다.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사와 육아를 여성 몫으로 인식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오히려 직장일에 집안일까지 이중으로 떠맡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일하는 엄마다>(김영란·양선아 외 지음, 르네상스 펴냄, 2013)는 각기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서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9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집 앞에서 가지 말라며 매달리는 아이의 손을 “떼어놓을” 때,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같이 아팠다”는 엄마, 5년간 ‘이모님’(육아 도우미)을 7번이나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때마다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 “일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가정사가 인생에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 죄인이고 (…) 아이들 양육도 온전히 하지 못해서 죄인”이라고 느끼는 엄마. 열악한 현실에서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은 엄마들은 일과 육아의 병행이라는 과도한 짐을 진 채 매일 쫓기듯 살아간다.

일, 육아, 가사 ‘1인3역’을 하는 워킹맘. 맞벌이를 해도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더 기울어져 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최근 발간한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7배 이상 많다.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19분이었지만 여성은 하루 140분이었다. 육아 시간은 남성 22분, 여성 36분으로 맞벌이가정의 남성은 돌봄 시간이 적었다. 반면 여가 시간에서는 남성이 188분으로 여성 149분보다 많았다.

<아내 가뭄>(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동양북스 펴냄, 2016)은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촘촘하게 분석한다. 애너벨 크랩은 가사노동의 불평등 문제를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와 연결짓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지만 최고경영자(CEO), 정치인, 리더가 아직도 드문 이유는 고위직 진출을 도와줄 사람, 즉 ‘아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아내가 있는 남성은 가사 무능력자라도 직장일만 잘하면 박수를 받지만, 아내가 없는 여성은 아무리 직장일을 잘해도 가사일을 못하고 육아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혐오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두 곳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양쪽 모두에서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이는 엄마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의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엄마들>(이고은 지음, 알마 펴냄, 2016)에서는 이런 현실에서 성공한 워킹맘은 그저 ‘신화’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려면 재충전 공간인 가정의 안정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가정의 안정이란 사회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가사와 육아 영역에서 밀도 높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친정이나 시댁 부모님에게 전폭적 지원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완벽한 육아 도우미를 구할 때만 가능하다. 현실적 해결책이라는 게 결국 개인에게 오롯이 떠맡겨진 방법뿐이다. 그러니 일하는 엄마들은 매일같이 사표를 품은 채 ‘일이냐 아이냐’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한다. 일하는 여성이 어느 한쪽을 포기하거나 누군가의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정과 시댁에서 육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워킹맘인 <요즘 엄마들>의 저자는 자신의 현실을 이렇게 토로한다. “워킹맘 인생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다. 일과 아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이 사회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리라는 희망도 점차 희미해져간다.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떠오르는 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단어뿐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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