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첫째와 다른 둘째의 사고 방식

김영훈 2017.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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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당하지 않는 아이, 외동


외동은 부모의 애정이나 관심을 계속해서 독차지할 수 있다. 더욱이 손위 형제자매에게서 압력을 받는 일도 없어 늘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 속에 자랄 수 있다. 부모가 신경 써야 할 다른 아이가 없으니 욕구도 금세 채워진다. 그런 까닭에 기본적으로 억척스러운 구석 없이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으로 자란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것을 당연시하는 성격이 되기 쉽다. 부모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물론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성향은 어느 정도 극복된다. 그래서 공적인 자리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기중심적인 본성을 드러내기 쉽다. 공적인 자리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도 점차 사이가 가까워지면 제멋대로 굴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04946437_P_0.JPG » 한국을 방문한 중국 어린이들. 한겨레 자료 사진.

중국에서는 1가구 1자녀 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해온 결과 외동이 다수를 차지하는 세대가 이미 장년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작은 황제’라 불리며 중국 내에서도 다른 세대들의 불안한 눈길을 받아왔다. ‘작은 황제’라는 말은 외동의 발달 심리상 특징 중 하나는 유치한 ‘과대 자기’가 교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은유이다. 


과대 자기의 아이는 늘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자기현시성을 보이고, 뭐든 생각대로 될 것이라는 만능감에 빠지기 쉽다. 그 때문에 외동들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모가 하나뿐인 아이에게 커다란 기대나 꿈을 품으면 아이도 그에 응답하듯 큰 야심과 이상을 품는다. 때로는 과도한 이상이나 만능감이 성공에 이르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원동력을 바탕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거나 역경을 극복하고 큰 성공을 이룬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벌어지면서 아이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여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자기의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외동으로 있었던 첫째에게 둘째가 생기면 서로 경쟁하고 비교당하기 때문에 과대 자기가 교정된다. 자기현시성이나 만능감이 줄어들 뿐 아니라 동생과의 관계에서 남을 챙겨주는 친절함과 배려심을 익힐 수 있다. 동생들의 롤모델로서 그들을 이끌 기회가 많아지면서 리더십이나 지도력을 체득하기도 한다.


둘째 아이의 사고방식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와 부모의 사랑과 자원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비교를 당하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둘째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혁신적이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콜라보레이션을 잘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것은 출생순서의 효과이다. 물론 출생순서가 아이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주원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의 혁신적인 사고방식은 출생순서와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출생순서는 나이, 체격, 힘, 가족 내 지위의 차이를 야기하는 대리 지표이다. 출생순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 상이한 변수들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특성으로 인하여 둘째들은 대체로 작가, 예술가, 교사, 편집자, 금융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목수 등의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변화와 개성이 요구되는 직업에 잘 어울린다. 둘째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어릴 때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1. 끊임없이 노력한다.

04767065_P_0.JPG » 한겨레 자료 이미지.

자신이 둘째였던 아들러는 둘째는 첫째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항상 첫째를 따라잡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경주를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항상 전력투구하며, 첫째를 능가하고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둘째들은 태어날 때부터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둘째는 첫째가 부모의 사랑을 빼앗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첫째에게 강한 경쟁심을 느끼며 그 감정을 억제하기가 어렵다. 물론 둘째는 첫째와의 경쟁에서 처음에는 무력감을 갖는다.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나이가 조금이라도 많은 첫째가 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미숙하다는 느낌은 둘째가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고 결국에서 첫째를 추월하는 분야가 생긴다.


2. 개방적이다


둘째는 나이와 전문적 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첫째와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에 독자적인 관심사를 추구하는 게 현명하다. 관심사가 많을수록 더 좋다. 관심사가 광범위할수록 부모들이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개인적 자질을 찾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광범위한 관심사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이다. 둘째에게 개방성과 융통성은 첫째들이 차지한 선취권에 대한 전술적 대응으로, 둘째의 전형적인 적응방식이다.


3. 확산적 사고에 능통하다.


둘째는 확산적 사고에 능통하다. 확산적 사고는 문제가 있을 때,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해결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창성, 지적 유연성, 융통성은 확산적 사고의 특징이다. 확산적 사고는 문제들을 직면해 단 하나의 고정된 해결책만을 찾으려고 하는 수렴적 사고와는 달리 IQ 검사로는 측정할 수 없다. 확산적 사고는 살아가는 과정, 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인생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검증된다. 

chalkboard-1264200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부모의 투자와 같은 부족한 자원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확산적 사고는 적응력을 발휘한다. 확산적 사고는 형제 사이의 직접적인 경쟁을 최소화한다. 확산은 부모의 투자를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식들은 확산을 통해 부모에게 덜 의지하게 된다. 둘째들은 직유나 은유 등 여러 가지 비유를 사용하여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발명에 재능이 있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둘째는 예술적이거나 아이디어가 풍부한 경우가 많다.


4. 콜라보레이션을 잘한다.


둘째로 태어난 아이들은 첫째들보다 더 협력적이다. 둘째는 첫째와의 충돌을 피하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능력이 뛰어나다. 첫째에게 힘으로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기 때문에 첫째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첫째의 마음에 들려고 애씀으로써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첫째를 관찰하면서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이 생긴다. 이렇게 대인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나 타인의 마음에 들고자 애씀으로써 활로를 찾는 기술은 커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데 유용한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는 중재자로서도 훌륭한 면모를 갖추게 된다, 둘째는 분노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논리를 사용한다. 둘째는 애초에 갈등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짚어 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도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5. 과제집착력이 있다.


둘째의 중요한 도전과제는 첫째를 능가하기이다. 둘째는 관심을 끌려는 첫째를 극복해야 한다. 둘째의 행동과 말은 완벽을 추구하기 위하여 과제집착력을 보인다. 둘째들은 그림을 그리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마구 화를 낸다. 그들은 틀린 부분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조금의 실수 없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종이를 계속 찢어버리기도 한다. 특정분야에서 자기만큼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밀한 사항에 집중한다. 둘째는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1등이 되겠다고 결심하거나 큰돈을 모으고자 마음먹으면 그 꿈을 이루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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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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