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jpg

 

40대 후반인 내 또래들의 가장 큰 근심들은 연로해가는 부모를 돌보는 일이다.

부모님들의 연세가 70대 후반에서 80대를 넘기다 보니 여기 저기에서

아프고, 다치고, 병에 걸리는 등, 힘들고 어려운 사정들이 들려온다.

비교적 자식들 가까이에서 살고, 꾸준히 건강관리에도 힘 써오시는 친정 부모님에 비해

연세도 더 많고, 몸도 약하신 상태로 강릉에서 혼자 지내시는 시아버님은 늘 염려의

대상이었다. 언제까지 버티실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넘어지시면 돌이킬 수 없을텐데..

하던 중에 아버님은 새해 첫 날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25일째 병원생활을

이어가고 계시다.

 

부모가 아프게 되면 자식들은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충격과 놀라움, 걱정과 근심으로 각지에 흩어사는 자식들이 아버님 곁으로 달려왔고

각자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하던 일을 조정해가며 아버님 곁을 지켰다.

연로한 몸으로 받으신 대수술에 이어 폐렴이 심한 아버님의 상태는 한때 꽤 위독해지기도

해서 만약 닥칠 수 도 있는 최악의 결과까지 예상해야 했다.

 

순간 순간 상황이 변하고, 중요한 결정들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때 우리는 의료진과 협의해서 심정지가 와도 심폐소생술은

안 받겠다는 것과, 기관삽관 역시 원하지 않는 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의식이나 호흡의 유지만을 위한 고통스런 생명연장술은 원치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아버님은 큰 고비를 한 번 넘기셨고 힘들게 힘들게 치료를 감당하고 계신 상태다.

구강을 통한 식사는 불가능해서 코줄로 유동식을 드시는데 이것을 몹시 힘들어 하신다.

가래가 심해서 계속 밷어내거나 썩션을 해서 빼내는데 그야말로 한 번 빼고 돌아서면

또 가래가 차 있는 상황의 연속이다보니 한동안은 간병하는 사람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다.

 

그래도 세 아들과 세 며느리가 2주간 간병을 했다.

그리고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간병인을 쓰기로 했다.

남편과 동서가 수발을 들다가 간병인을 세우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버님은 코줄을

빼고 모든 치료를 거부하셨다. 깜짝 놀란 우리 부부는 한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미리 말씀을 드리고 자식들의 입장과 직장 상황들을 설명 드렸을때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셨지만 막상 당신의 피붙이가 다 떠나고 난 병실에 낮선 사람과 남게

되자 심적으로 무너지신 것이다.

 

간병인보다 자식들의 보살핌을 더 원한는 마음이야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고통스런 치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옆에서 당신을 지키고 있는 자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다들 중년의 자식들은 직장에서 언제까지 일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나이들이다.

사정이 급해도 마냥 휴가를 쓸 수 없다. 아버님도 아실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한없이 다르다.

그것이 아버님도 우리들도 슬프고 아프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 외로움, 막막한 시간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방아들여야 하는 노여움으로 아버님은 격앙돼 계셨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님을 위로하고 간곡하게 간곡하가 설명하며 설득했다.

 

아버님은 고통스럽게 다시 코줄을 끼우셨고, 간병인은 다시 코줄을 빼게 되면

손을 침상에 묶어 두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요쳥했다. 우린 결국 동의서를 써 주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그 밤에 아버님은 또 코줄을 빼셨고, 다음날 갔을 때 손은 침상에 묶여 있었다. 가슴 아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각종 검사와 약물은 쉼없이 진행된다.

가끔 지켜보면 그 작고 약한 몸에 이렇게 많은 약물이 들어가서 온전할까.. 하는

염려까지 들 정도다.

병원비도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교통사고로 시작된 병원생활이지만 치료비의 어느 부분까지 사고의 영향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지난한 판정과 검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8만원인 간병비도 큰 부담이지만 환자를 보살피는 일의 고단함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간병인과의 이런 저런 갈등들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자식들이 직접 볼 수 없는 모든 시간을 간병인에 의지하다보니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도 정확하게 따지기 어려웠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관리 소홀로 생기는 욕창과 병원내 감염이라는

복병도 등장했다. 집중 치료실을  같이 쓰는 옆 침상의 환자와 한 공간을 쓰면서 겪게 되는

많은 갈등들도 힘들게 한다.

 

남편은 매일 퇴근 후에 병원에 들러서 두 세시간동안 아버님을 살펴드리고

돌아온다. 군포에서 잠실, 잠실에서 왕십리, 다시 군포로 돌아오는 길은 멀다.

아이들이 다 잠든 한밤중에야 돌아오는 남편과 몇 마디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남편은 다섯시간 남짓 잠들었다가 새벽같이 출근을 한다.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 돌아오고 있으나 아버님의 입원으로 올 설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간병인도 명절을 쇠러 가야 하므로 그 기간 동안 자식들이 돌아가며 아버님 곁을

지켜야 한다.

 

언제 퇴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퇴원을 해도 전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당신의 힘으로 걸어다니시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또 어떻게 될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날 그날 달라지는 치료 상황에 집중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몸과 마음을 낼 뿐이다.

 

다만 아버님을 지켜보면서 나는 내 미래도 다르지 않을 것을 떠올린다.

늙고 병들고 약해지면 무력하고 고독한 시간만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배우자가 있어서 곁을 지켜주면 좋으나, 그럴 수 없다면 나 역시 낮선 이들의 손에 나를 맡겨야 할 것이고, 어쩌면 그 기간이 아주 오래 이어질 수 도 있다.

 

아버님은 평생 당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이 없으셨다.

여든이 넘도록 담배를 끊지 못하셨고, 운동이라는 건 해본 적이 없으시다.

그 결과 지금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계시다.

 

어쩔 수 없는 일까지 내가 예비할 수 없다.

살다보면 뜻밖의 재난과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건강할때 아직 젊을때 하루 하루 살아가는 내 일상의

습관과 태도를 생각해본다.

조금 애써서 더 오래 지킬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아무리 애써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이 물론 오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 시간동안 나를 지켜내고 잘 돌보는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귀성행렬, 선물 상자들, 명절 음식 준비같은 것들에서 나는 한 걸음 떨어져 있다.

마음이 조금 쓸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픈 아버님을 위해 먼 곳에서 자식들이 다시 아버님 곁으로 모여들고

서로 시간을 내어 아버님을 보살피며 힘든 시간들을 함께 지내는 것 역시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잘 지나가기를, 잘 지나가기를..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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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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