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육아 관련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부모의 감정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아이는 그 감정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는 새해를 맞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낚시, 별자리 관찰, 캠핑, 등산, 그림 그리기…. 꼭 거창한 취미가 아니라도 괜찮다. 사소해 보이지만 부모가 좋아하고 아이와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뭔가를 함께하는 동안 아이는 부모와 교감할 수 있고, 부모에게 훨씬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육아는 한결 편해지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도 높아진다. 부모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와 함께하며 ‘행복 육아’를 실행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행복 비법을 참고해 나의 일상과 육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공통 관심사는 감정 잇는 사다리

깊은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소통

 

산책 낚시 캠핑 뜨개질…

거창한 것 아니라도 뭣이든 좋다

 

무슨 그림책 읽어줄지 고민하다

아예 아이와 함께 빠진 13년

 

유치원도 학원도 마다하고

도서관 드나들며 ‘교감’

 

플라스틱 칼을 쥐여주고 

함께 저녁 식사 준비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치우는 시간 더 걸려도

부엌에서 고소한 사랑이 익어


 육아법 전도사로 책도 펴내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를 재우고 무작정 그림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유명 작가 책도 찾아 읽고, 신간 리뷰도 챙겨 읽고요. 그러다 제가 아예 그림책 세계에 풍덩 빠져 13년 동안 아이와 그림책을 읽고 있네요.”


 류제님(49)씨는 그림책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 류씨는 올해 14살이 된 딸 은재에게 여전히 그림책을 읽어준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설렌다. 그 감정을 고스란히 딸에게 전하고 싶어 침대에서든 식탁에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어준다. 그림책은 모녀의 공통 관심사이며 두 사람의 감정을 잇는 사다리다.


 은재는 유년 시절 유치원에 안 가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류씨는 은재와 도서관을 어슬렁거리고, 도서관 앞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보며 놀았다.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은재는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았다. 류씨는 “그림책 읽기에 방점을 두고 아이를 키우니 나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웠다”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책을 꾸준히 읽다 보니 자신만의 육아 가치관, 교육 철학까지 세웠다는 류씨는 주변 엄마들에게 ‘그림책 육아법의 전도사’로 불린다. 자신의 경험을 담아 <그림책이 좋아서>라는 책도 펴냈다.

 

 근처 산 오르며 자연 즐기고 건강도

 

9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이지현(38)씨는 프리랜서 요리 강사다. 일반적으로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집안에서 요리하기를 싫어한다. 이씨는 아이가 어릴 때 독박 육아가 너무 힘들어 굶거나 대충 끼니를 때웠다. 몸은 약해졌고 감기를 달고 살거나 자주 몸살을 앓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에서도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덮밥, 비빔밥 등 한 그릇 중심 요리를 하고, 시중에서 파는 소스나 양념장, 손질된 채소를 활용해 조리 시간을 줄이니 집에서 요리하는 부담이 확 줄었다. 이씨는 육아를 하면서 혼자 밥해 먹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요리 에세이집 <혼밥 육아>를 최근 펴내기도 했다.

 

베이비트리_2.jpg » 나를 위한 요리 메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두 아이의 엄마 이지현씨. 이씨는 아이들과 요리하는 시간도 즐긴다. 이지현씨 제공.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이씨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는 불과 칼이 있는 부엌에 아이들이 접근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칼을 쥐여주고 양파나 감자 써는 법부터 가르쳤다. 장조림을 만들면 손으로 고기 찢는 것은 아이들 몫으로 남겨뒀다. 이런 경험이 쌓이니 아이들도 제 몫을 자처한다. 이씨가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 내가 할 것은 없어?”라고 묻는다. “아이들과 요리를 함께 하면 처음에는 요리하는 시간보다 치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밀가루를 엎지르고 기름을 쏟기도 하지요. 한번 실수하더라도 크게 혼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치우고 정리하니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조심하더라고요.” 요리사가 꿈인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맛있는 음식도 만들고 행복한 추억도 쌓는다.


등산을 좋아하고 주말마다 산악회 활동을 하는 아빠 김상선(43)씨는 아이들과 산에 가는 것을 즐긴다. 학원 선생님인 김씨는 출근이 오후 3~4시라 평일 오전에는 6살 딸과 집 근처 문수산에 오른다. 김씨는 딸과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계단 오르기도 하고, 나뭇잎이나 솔잎 등을 집에 가져와 풍뎅이, 잠자리, 달팽이, 사마귀, 나비의 모양을 만든다. 요즘처럼 눈이 오면 경사진 곳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탄다. 산에 올라가 청량한 공기를 마시고,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 점수’도 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김씨는 “계절마다 아이들과 산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그런 시간들이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00500883_20170125.JPG » 김상선씨의 딸 나영이가 아빠와 함께 산에 올라 나무 오르기 놀이를 하고 있다. 아빠 김상선씨는 일주일에 2~3번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김상선씨 제공.

 

공통 취미 찾아주기 서비스도

아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 찾기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다.

취미 찾아주기 서비스인 ‘하비박스’에서 육아 부문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소재은(37)씨는 “애착 육아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은 너무 추상적”이라며 “부모와 아이가 취미를 공유하면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면서 양질의 대화가 가능하고 그것이 애착 육아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현재 6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만들기 취미를 즐긴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부모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만들기 자체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갖게 되면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아지잖아요. 양질의 대화가 소통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뜬금없이 아이에게 ‘이야기 좀 할까?’ 하는 것보다 취미 활동을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소통이 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취미가 관계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소씨는 부모들에게 취미 갖기를 적극 권장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