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책을 사랑하게 된 딸, 그 비법은?

권오진 2017. 02. 14
조회수 1979 추천수 0

<아빠 놀이 효과 3>

 

 

신촌에서 자취하는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곧 이사를 하는데 한 번 오셔서 집에 가져갈 짐을 챙겨주세요”라고 한다. 그래서 짬을 내서 딸에게 들렀다. 딸은 호호 웃으며 ‘방이 지저분해요’라고 하며 차를 내온다. 그런데 구석 낮은 탁자에 신간 서적 20여 권이 보인다. 그래서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사니?"라고 물었더니, "3권, 4권, 5권…. 대충 그 정도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내심 흐뭇해 하며 ’앗싸, 책을 사랑하는 딸로 키우려던 목적을 달성했어 ‘라며 독백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국민은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 갤럽의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영향이다. 그러나 딸은 지금도 매달 4권의 책을 산다. 출판사에서 가장 환호하는 멘트다. 이는 어린 시절 15년간 ’서점놀이‘를 한 아빠의 영향이었다.

  1701한겨레.gif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은 내 아이가 많은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이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 나는 20년 전부터 부모의 강권으로 억지로 책을 읽는 아이들을 주목했다. 그리고 내 아이만은 정말 책이 좋아서 읽는 아이가 되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아이의 책은 반드시 서점에서 구매한다.  

 

아이들의 책은 항상 서점에서 구매했다. 인터넷에서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도서정가제 이전의 인터넷 서점의 가격은 서점보다 매우 저렴했다. 보통 기간이 조금만 지나도 30~50%였으며, 전집의 경우, 70~80%였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게 되었고, 따라서 동네 서점은 점점 고사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살 때의 단점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비싸게 구매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과정을 보자. 먼저 정보를 통하여 아이에게 유익하다고 판단을 하면 인터넷에서 클릭하고 결제를 한다. 그리고 며칠 후에 책이 도착한다. 그러면 아이를 부르고, 이 책을 읽으라고 건네준다.  

 

그 상황에서 엄마와 아이의 심리적인 감정을 살펴보면, 엄마의 경우 이미 책의 내용도 알고, 아이에게 유의미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책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호기심과 동기부여가 없고, 더구나 읽으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엄마의 독서 강권이 감사하거나 고맙다고 느끼기보다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건 좀 낫다. 심한 것은 전집이다. 이것은 아무리 할인을 해도 목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엄마의 경우, 본전에 대한 욕심이 있기에 전집이 집에 도착하면 아이를 부른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거 엄마가 너를 위해서 산 건데 매일 몇 권씩 읽자. 알았지?’ 라며 부드러운 강요를 한다. 이건 아이의 마음을 읽어보지도 않고 지시하는 일방통행식 명령이다.  

 

만일, 그 상황에서 ‘엄마, 나 읽기 싫어요’라고 한다면 엄마의 불호령은 불 보듯 뻔하다. 아이는 아무런 저항이나 부정을 하지 못하고 따른다. 그 결과, 호기심이 없이 읽어야 하니 이것은 설렘을 동반한 행복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 형국이 된다. 따라서 독서는 지루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므로 책의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른바, 전집 마니아 엄마들이 겪는 독서의 함정이다.

 

둘째, 서점에서는 1시간을 머무른다.  

 

내가 이 멘트를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든지 자주 접해야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초기에는 보통 서점에 머무르는 시간이 2시간이었다. 그런데 미취학 아이라도 10분이 되면 살 책을 고른다. 그럼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고민한 결과 그냥 만화책을 읽기로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서점에 가면 나는 항상 의자에 앉아서 만화책을 읽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10분도 되지 않아서 책을 고르고 아빠에게 신고한다. 그리고 아빠가 앉아서 만화책을 보니 아이들도 옆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그러다가 20~30분이 되면 엉덩이가 쑤신다. 그러면 일어나서 서가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그 순간이 나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았다. 아이들은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을 탐험하고, 스캔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적에 대하여 호기심의 씨앗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지겨우면 다시 아빠 옆에서 만화책을 읽는다. 그리고 20분 전부터 아이들은 아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시간이 되면 계산을 하고 나온다. 그런데 아이들이 2시간을 견딜 수 있는 팁이 있었으니 바로 책을 구매한 후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예약하는 것이다. 

 

만일, 두 아이가 고르는 음식 선택이 다르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보통, 미취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먹는 음식의 종류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투정부리지 않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동안 서점에서 머무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딸은 5학년이 올라가는 2월에 처음으로 ‘폭풍의 언덕’이란 책을 구매했다. 나는 너무 놀라웠다. 늘 만화책만 보는 아이가 소설책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아빠, 하도 심심해서 책날개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서점에서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읽고 싶은 영감이 딸에게 느낌으로 전달되었다. 그 후, 딸은 만화책을 졸업했다. 아들은 중 1까지 만화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중 2에 올라가는 2월에 박스 2개에 만화책을 담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사촌 동생을 준다고 말한다.

 

셋째, 부모가 책을 읽어야 한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부모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따라 하려고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가 책을 자주 읽는다면 아이는 저절로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엄마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라고 강요를 한다면 아이는 읽는 척만 한다. 부모가 읽는 책은 고상한 책이 아니어도 좋다. 신문이나 잡지도 좋다. 그저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는 저절로 따라 한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출받으러 가는 것도 좋다. 그래서 아이들이란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고 말한다.

05490171_P_0.JPG » 교보문고. 한겨레 자료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점놀이는 딸이 고 3까지 거의 매달 즐겼다. 그런데 딸이 고3이던 여름날, 방에서 엎드려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그 옆에는 몇 권의 소설책과 고 3책이 있다. 그래서 그 연유를 물어보니 ‘아빠, 요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읽을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라고 말한다. '아니, 고 3이 공부를 해야지 무슨 소설책이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럼 아빠랑 시원한 냉면 먹으러 갈까?’라는 말로 갈음했다. 

  

딸이 대학에 입학한 3월 초, 나는 딸을 불렀다. 그리고 ‘딸아, 이제 너도 대학생이 되었으니 서점놀이는 그만하자’라고 했다. 딸은 ‘알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3월 말에 딸은 ‘아빠, 서점놀이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즉시 동의했고 재개했다. 하지만 딸이 더 바쁜 관계로 2달에 한 번 정도 서점에 들렀다. 주로 종로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딸은 그곳을 너무 좋아하며, 거기에 간다고 결정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거기에는 항상 최신 신상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책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주면서 5만원 이하를 사용하라고 말했다. 

  

또한 서점에서 나오면 딸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사주었다. 더구나 시간이 허락되면 명동에서 옷도 사주었다. 물론 이때도 카드를 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딸이 혼자 명동을 2~3바퀴를 도는 듯하다.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돌아온다. 그리고 카드와 영수증을 내민다. 그러면서 ‘아빠, 오늘 28,000원 썼어요’ ‘35,000원 썼어요’라고 말한다. 이미 딸은 분수를 알기에 카드를 주어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무심한 것이 있으니 세월이다. 이제 딸이 작년에 취업하면서 서점놀이는 자동으로 종료되었다.

 

두 아이가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변하면서 몇 가지 유의미한 결과들이 있었다. 우선 독서 속도와 이해력이 탁월했다. 만일, 내가 한 권의 책을 3일 만에 읽는다면 딸은 1일 반 만에 읽는다. 그런데 아들은 하루 만에 읽는다. 그렇게 속도가 빠르다. 아들이 중3일 때, 누나가 추천한 400쪽짜리 책을 하루 만에 읽었다고 한다. 하도 궁금해서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본다고 했더니 동의한다. 정말 아들은 질문에 술술 답한다. 

 

또한 두 아이의 공통점은 영어와 국어와 사회를 잘한다. 그 이유는 특히 국어와 영어의 경우, 긴 지문을 빨리 읽고, 동시에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서를 정의하자면 ‘독서란 양이 아니라 질’이며, 타인에 의해서 억지로 읽는 독서는 오히려 독이며, 스스로 책이 좋아서 읽을 때, 참된 독서가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자기 주도적인 독서가 필요하다. 또한 목표형도 좋지 않다. 집에서 엄마의 강요로 1년에 50권, 100권 읽기를 한다. 학교에서도 이런 유형이 발견된다. 그러나 진정한 독서는 지적 호기심이며, 즐거움과 행복이 동반되면서 책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를 만드는 순간, 수단이 정당화가 되면서 주마간산형 독서가 되고, 그 의미를 훼손하기 쉽다.

 

책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만일, 내 아이가 3~6세라면 그 효과가 더욱 좋다. 아이와 일주일에 30분 정도 도서관 어린이 코너에서 책을 보면 된다. 우선 도착하면 아빠는 4~6살 아이(책을 아직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동화책 코너에서 좋아하는 책 2권을 골라서 가져오면 읽어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미션을 주면 아이가 금방 오지 않고 10분 이상 걸린다. 왜냐하면 아직 미취학 아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2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5~10권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아빠는 2권을 읽어준 후에 힘들어 ‘집에 가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아이는 당황한다. 왜 5권을 가져왔는데 2권만 읽어주고 집에 가자는 것에 대한 항변이다. 그러면 아빠는 침착하게 ‘아빠가 도서관에 올 때, 2권을 가져오면 2권을 읽어준다고 말했잖아’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러면 아이도 사전에 약속했기에 이에 대해 저항을 하기가 어렵다. 5세의 아이라면 약속의 중요함을 잘 알기에 떼를 쓰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아빠와 다시 오자’라고 말하며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온다. 그리고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자장면이나 돈가스 등을 사주면 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하이라이트는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오는 순간이다. 만일 아이가 5권을 골랐고, 아빠가 2권을 읽어주었다면, 아이는 미쳐 아빠가 읽어주지 못한 3권에 책에 대한 관심이 잔상으로 남는다. 그 결과 아이는 ‘아빠, 다음 주에 꼭 와야 해요’라고 다짐을 한다. 바로 미처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잔상은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증폭되며 책에 대한 사랑으로 변환된다.

 

그래서 책은 억지로 읽으면 안된다. 그것은 고문과 같다. 또한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념이 되기 쉽다. 만일,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으려면 책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독서를 졸업한 것과 같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책을 갖다 바쳐도 읽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책만 보면 좋아하며, 아무리 바빠도 책을 가까이한다. 또한 교과서도 책이며 사전도 책이다. 책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쉽게 친하게 된다. 책 그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국어와 영어와 사회를 특히 잘하게 된다. 이해력과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운다는 의미는 공부의 밑거름이 되며, 또한 창의성의 원천동력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최신글




  • 놀이가 최고의 훈육놀이가 최고의 훈육

    권오진 | 2017. 05. 24

    나는 두 아이가 있다. 큰 아이는 26살이고 직장에 다닌다. 막내는 22살, 이제 보름이 지나면 군대에 간다. 나는 아이들을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키웠다. 아이들이 유아 시절, 떼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무엇을 던지거나 혹은 친구들과...

  • 펫트병으로 60종의 만들기를 하다펫트병으로 60종의 만들기를 하다

    권오진 | 2017. 04. 14

    지난 2월 1일부터 펫트병으로 만들기를 시작했다. 작년 말에 도시농부를 공부하면서 펫트병으로 다양한 화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동기부여가 되었고, 이에 고무되어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아파트에는 매주 화요일이 재활용 수거일이다. 이를 알고...

  • 봄은 기다림이 아니라 다가서는 것봄은 기다림이 아니라 다가서는 것

    권오진 | 2017. 03. 10

    지난 2월 19일, 강의를 마치고 오는 도중 양재 꽃시장에 들렀다. 그리고 수선화와 히야신스 구근 7개를 구입했다. 집에 와서 심지 화분을 만들어서 심었고, 또한 멋진 화분 케이스를 만들어 심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거실에서 tv...

  • 거실에서 야구놀이 어떻게?거실에서 야구놀이 어떻게?

    권오진 | 2017. 02. 23

    드디어, 거실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야구 배트를 발명했다. 이제 유아들은 거실에서 아빠와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돈도 들지 않는다. 그저 펫트병 2개를 연결하면 배트가 된다. 야구공은 신문지 1장만 있으면 금방 만든다. ...

  • 창의성은 내 아이의 성장동력창의성은 내 아이의 성장동력

    권오진 | 2017. 01. 24

    <아빠 놀이 효과 2>   창의성의 사전적인 의미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융합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것이 강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이 생긴다.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그 무엇이나 혹은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