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정리정돈도 교육, 일단 버리게 하라

베이비트리 2017. 01. 10
조회수 1745 추천수 0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방이 이게 뭐니? 쓰레기장도 아니고…”라는 잔소리로 아이와 실랑이를 곧잘 한다. “빨리 치워~” 하며 재촉도 하는데 아이 상태가 좀 좋을 땐 “아, 잠깐만, 이것만 하고”, 그보다 안 좋을 땐 “내 방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신경 쓰지 마”, “잔소리를 할 거면 내 방에 들어오지 마”라고 한다. 어떨 땐 아예 대답도 없다. 매번 못 참는 내가 버럭 하고 다그치면 뾰로통해져서 휙휙 건성으로 치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니 영역표시의 종류도 많아지고 범위도 넓어져서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다. 걸어 다닌 동선을 그대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책가방이며 양말이며 옷이며 과자 봉지가 방바닥에 나뒹군다.

부모는 아이들이 유아기, 아동기를 지나 사춘기 즈음이 되면 정리정돈에 대한 기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무렵 아이들은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정신없고 어질러진 시기를 보내게 되니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는 원래 무질서한 시기니까 이 상태를 허용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일생의 생활태도나 습관을 형성하는 시기니까 정리정돈을 스스로 하게 독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자기 공간에서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독립성을 키워나가는 것을 환영해주고 싶다.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질서가 있을 수 있고, 자신의 공간을 사용하는 아이의 자율성을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마음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아이의 무질서가 공동영역을 침범하는 면도 많고, 또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한장의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더 큰 범죄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방 청소라는 작은 문제가 아이의 인생, 미래까지 연결될 수 있다. 지저분한 방은 아이들에게 유해한 책이나 물건들이 숨겨져 있을 수 있고,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든 부모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단, 일관되지 않은 태도는 좋지 않다. 어떨 땐 어지럽히는 걸 허용해주는 태도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이 이게 뭐냐”며 잔소리를 쏟아내면 안 된다. 또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이기지 못해서, 바쁜 아이가 안쓰러워서 대신 청소며 정리정돈을 해주면서도 주기적으로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럴 바엔 아예 안 해주는 편이 낫다.

만약 아이가 정리정돈을 원한다면 일단, 버리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들의 효용 가치를 모르게 된다. 가방 안 구겨진 학습지나 가정통신문, 문구용품이나 액세서리 및 화장용품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필요하지 않은 것이 뭔지 분류하고 결정하는 행위는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애매한 것은 유예기간을 두고 결정하면 된다. 또 습관이 배어 있지 않다면 정리하는 기본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하나하나 재미를 느껴보게 하는 것도 좋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언제, 어떻게 줄까’ 용돈 고민

    베이비트리 | 2017. 10. 17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국민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며 귀가하던 기억이 있다. 100원으로 ‘마이쭈’ 같은 소프트 캔디류 하나와 핫도그나 어묵튀김 하나를 살 수 있었다.당시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지는 않았다...

  • 잠깐이라고… 다 컸다고… 당신의 아이, 집에 혼자 두셨나요?잠깐이라고… 다 컸다고… 당신의 아이, 집에 혼자 두셨나요?

    베이비트리 | 2017. 10. 11

    혼자 있던 어린이들 화재·추락사고 잇따라어린이 안전사고 69.1%가 ‘주택’서 발생“혼자 있는 아이 한국서 흔해, 사실상 방임”미국·캐나다 등 혼자 있을 수 있는 나이 정해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가 등교하고 있다. 201...

  • 듣고 원화 보고 연극까지… 그림책, 가까이 더 가까이듣고 원화 보고 연극까지… 그림책, 가까이 더 가까이

    양선아 | 2017. 10. 10

    ‘순천어린이문화포럼’에서일본의 여러 사례 선봬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동영상은 넋을 놓고 보면서 책만 꺼내면 딴청 부리는 아이를 지켜보며 부모는 답답함에 속을 끓인다. 부모만 그런 것...

  • 강원 초등학교선 1학년 초 알림장·받아쓰기 안 해요

    베이비트리 | 2017. 10. 10

    강원교육청 한글날 맞아 ‘한글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약속’ 발표571돌 한글날을 맞아 강원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초에는 받아쓰기와 알림장 등 한글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쓰기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강원도교육청은 9일 이러한 내...

  • “유사자폐·감정통제 못하는 아이들 늘어나는데…”

    베이비트리 | 2017. 10. 10

    지난달 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아교육’을 주제로 내건 한 방송사의 강연프로그램에서 대학에서 오랫동안 유아교육을 가르치고 대학 부설 유치원장을 맡고 있는 유아교육 전문가가 요즘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