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불안의 시대에 부모의 역할

김영훈 2017. 01. 18
조회수 4620 추천수 0

부모의 불안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면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부모가 학부모가 되면서 부모의 불안은 더욱 심해진다. 부모는 치열한 입시 경쟁의 현실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모의 불안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력과 정보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쟁은 많은 폐혜를 일으키고 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공부를 강요하고 거부하는 폭력으로 얼룩지기도 한다. 부모의 욕망을 아이의 학업 성취를 통해 충족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이도 상처를 받고 부모도 상처를 받는 것이다

05551385_P_0.JPG » 한겨레 자료 이미지.

특히 요즈음은 디지털미디어의 발달로 게임중독으로 인한 피해가 많아지고 있다. 공부의욕을 잃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중독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게임을 못하게 하면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폭력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학업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하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저에는 부모의 불안이 있다.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불황으로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명문대학 입학을 꼽는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대표로하는 4차산업시대에 대학의 영향력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는데 있다. 4차산업시대에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좋은 대학에 어떻게 갈 것인가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덕후와 고수가 되기 위하여 어떤 역량을 키울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강남의 의미


부모의 불안은 공부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고, 어릴 때 많이 해둬야 공부 습관이 생기며, 선행학습은 몇 년이고 미리 해두는 게 좋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한다. 부모는 아이가 최고의 사교육을 받고, 특목고로 가면 상위권 대학 입학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미신을 가지고 부모가 더 많은 정보를 쥐고 더 많은 돈을 들여 자녀를 끌고 간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실의 고통을 감수하여야한다는 미명하에 폭력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명문대학에 들어간 아이들 대부분은 자기주도로 공부하고 고등학교 진학 이후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참고 기다려준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꾸려나가고 명문대학에도 가는 것이다. 자기 주도성은 대학 입학 후에도 차이를 보인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한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목표 인식이 낮아지면서 혼돈을 겪는 경향을 보인 데 반해 자기 주도성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을 찾아가는 절차를 밟는다.


사교육 시장의 최신 경향과 정보가 만들어지는 강남구 대치동은 다양한 교육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곳에서 부모들이 얻는 정보는 실제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들을수록 불안을 자극한다. 이 지역의 아이들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모의 소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부정적인 결과가 많다. 이 지역에는 학업 포기자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을 앓는 아이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으며, 이 지역에서 대학 입시를 치른 수험생 중 절반이 넘는 아이가 재수를 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성취를 이루는 아이들의 수치는 과장되고 증폭되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은 경제력과 정보력을 갖춘 부모들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쓰고, 다른 사람들까지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멘토로서의 부모


무엇보다 부모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실제로 부모 교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화법, 코치법, 심리분석 등에 관한 수많은 부모 교육이 쏟아지지만 그조차 또 다른 사교육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공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전술이나 책략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는 부모 교육이라 점이다. 부모가 불안을 버리고 아이의 주도성을 키우는 교육이 되려면 학부모가 아니라 진정한 멘토로서의 부모여야 한다.


첫째, 아이의 내적동기를 찾아야 한다.


유태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라고 끊임없이 인식시킨다. 아무리 부모가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교육을 통해 아이가 공부에 의욕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공부하여야할 이유나 가치를 찾지 않으면 자기주도로 공부할 수는 없다.


둘째,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여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채업자처럼 아이를 독촉하는 관계가 아니라 믿어주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부모여야 한다. 아이가 부모를 만나면 편안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회복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04613685_P_0.JPG » 한겨레 자료 이미지.

셋째, 부모의 꿈이 아니라 아이의 꿈이여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발견하면 변화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꿈이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생기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가 생긴다. 자신만의 꿈이 생기면 아이는 변하기 시작하고,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한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꿈을 막지말고 아이의 몰입을 허용하여야 한다.


넷째, 부모가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자존감을 키워주고 자기 주도성을 이끌어주려면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게 아이에게는 괴로운 일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자긍심을 갖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아이 때문에 자신의 일하는 것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떨어내는 것이 좋다.


다섯째, 경쟁하고 비교하는 공부가 아니라 협력적이며 배움 중심의 공부에 집중하라.


한국 교육은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간의 순위를 정해 평가하고 있다. 대학도 수능성적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배치되어 있다. 한마디로 사교육에 의존할수록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이 중요한 시대에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공부여야 하고 협력을 통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공부어야 한다.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평가도 교사의 수업 내용과 아이들 개개인의 배움을 근거로 이뤄져야 한다. 부모들의 욕망이 자녀의 학업에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여섯째, 아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행동하라.


아이를 성적의 프레임으로 접근하지 않고 아이의 문제를 아이 자체로 존중하여 이해하면 대화방식이나 소통의 질이 달라진다. 또한 아이 자체로 문제를 파악하고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와 소통하려고 감정코칭도 배우지만, 감정적으로도 조절하지 못하고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숨 등을 무의식적으로 토로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 없이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아이를 공감하고 설명하며 품어주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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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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