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색소폰을 배우던 남편에게는 아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같이 연주해보고픈 소망이 있었는데, 지난 연말 드디어 함께 연주하는 기회가 왔습니다.
작년에 남편이 좋아하는 재즈 곡 Fly me to the moon 을 함께 연주해보자며 악보를 구해 줬는데,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손가락에 어려운 재즈곡은 갑자기 연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여서 쉽게 포기했었죠.
올해는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 성탄맞이 구역별 성가대회를 열었는데, 제가 피아노 반주를 맡게 되었고, 비신자인 남편(무교)은 색소폰 반주를 해주었습니다. 성가대회에서 성가곡 1곡, 건전가요 1곡이 있었는데, 건전가요 1곡에서 남편 등장. 곡명이 바로 "내 나이가 어때서"
비록 남편이 원했던 재즈곡은 아니었지만, 둘이 같이 연습하고 맞춰보면서 재미있었어요.
뽕짝 반주가 박자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다행이 악보를 다장조로 찾아내서 그나마 연습하니 따라잡을 수 있더라구요.
21일 저녁 예선을 통과하면, 24일 성탄전야에 성당에서 연주할 수도 있었을텐데...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역분들의 쟁쟁한 경쟁속에서 저희팀은 예선 탈락. (남편은 또 연주 안해도 된다며 안심했지만)
아이 낳고, 육아하면서 여러 가지 핑계로 신앙생활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저는 신앙인으로 컴백했고요. 남편도 제가 일요일 미사 참례를 하는 동안에 묵묵히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게 되었어요.
부작용은 6살이 된 둘째가 '내 나이가 어때서' 뽕짝 반주를 흥얼거리고, 8살 형아와 함께 그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점이네요.
비신자라고 크리스마스를 의미없다고 이야기해서 신혼초 제게 눈물을 쏙 빼내버렸던 남편이었지만,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은 줘야하지 않겠냐는 아내의 닥달에 저희 부부는 소박하게 초콜렛을 크리스마스 포장지에 싸서 미니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올려두었어요.
25일 아침, 아이들은 초콜렛을 먹으며 좋아했지요. 평소 부족함이 없게 잘 크고 있어 뭐 특별한 선물은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테마로 그림을 그리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 왔기에, 부엌 한쪽 벽에 그림으로 꾸며주었고요. 제가 좋아하는 콜린 퍼스의 크리스마스 사진도 붙였습니다. (남편이 자기 사진은 왜 없냐며, 대형 브로마이드를 구해서 붙이라고 질투를 하더군요.ㅎㅎ)
그리고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 콜린 퍼스 팬카페에서 제작한 달력을 제게 선물하고, 하나는 콜린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내년에는 남편 크리스마스 선물도 챙겨야겠어요. 이만하면...남편에게도 안티 크리스마스라고 그만 놀려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