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나라마다 다른 소원 빌기

정봉남 2017. 01. 06
조회수 6622 추천수 0
사락사락 댓잎 사이에서 춤추는 바람도, 초록으로 반사된 햇살도, 아이들 소꿉 놀다 흩어놓은 붉은 열매도, 창가의 ‘줄줄이 꿴 호랑이’도 모두 잘 있다. 새해 새 마음으로 대청소를 하고 구석구석 책들을 다시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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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읽으면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책들을 펼쳐놓고, ‘우리 우리 설날’에 관한 책들을 전시하고, 작은 칠판에 손글씨로 그림책 한 구절을 써놓았다. 화장실 칸칸이 아이들 책에서 고른 좋은 글을 모아 예쁘게 꽂아두었다. 손으로 매만진 것들에는 왠지 모를 따스함이 담기는 것 같다. 책장 위에서 표지 역할을 하는 ‘바바빠빠’ 캐릭터의 몸이 기우뚱한 걸 ‘너도 잠시 눕고 싶은 거구나!’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다. 새해 아이들맞이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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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의 안정감,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의 편안함이 좋다. 가끔 기분 좋은 위치 바꾸기와 아기자기한 변신을 시도해 분위기를 달라지게 하는 것도 좋다. 도서관의 안정감과 아이들의 활기가 조화로운 건 아름다운 일이다. 

모든 사람들은 공간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의자가 안락하다든가, 노랫소리가 좋다든가, 조명이 부드럽다든가 하는 사소한 경험들. 이런 경험들은 축적되고 결국 그 공간에 대한 인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아이들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도서관에서의 경험은 어떤 느낌일까? ‘사용자 경험 UX(User experience)’이라고 불리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잠시 생각했다.

새해의 좋은 점은 마음이 새로워지는 데 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꿈꾸는 일이 즐거운 과제로 안겨오는 몇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소원나무에 걸린 쪽지에서 아이들의 공공연한 비밀과 소원을 읽었다. “우리 가족 건강하기,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되기, 성적up, 부모님께 커다란 효도 해보기, 가족들이랑 해외여행 가보기, 스마트폰 좋은 거 갖기, 그냥 행복하게 살기, 나중에 농사짓기, 많이 놀고 자고 먹으면서 엄마는 혼 안내면 좋겠다. 꼭!” 소원을 적어 나무에 걸고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행위는 작은 즐거움과 격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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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로재너 통 글, 엘리사 클레븐 그림 / 생각의집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의 소원빌기에 관한 책-<소원>(로재너 통 글, 엘리사 클레븐 그림 / 생각의집)-을 꺼내들었다. 그림이 아름다워서,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과 꿈을 같이 응원하고 싶어서, 낯설고 신기한 방법들이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예컨대 이란에서는 페르시아 양탄자 위에 ‘일곱 가지 요리를 위한 보자기’를 펼쳐놓고, 그 위에 일곱 가지 상징적인 음식들을 차려놓는데, 음식들은 각각 일곱 가지 소원을 나타낸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건강, 행복, 번영, 기쁨, 참을성, 아름다움이다.
6_이란의 소원빌기.jpg » 이란의 소원빌기.
러시아에서는 동전을 신발 안에 넣어두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어느 쪽이든 괜찮지만 그래도 왼쪽 신발이 더 좋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 사람들은 혼자 있는 족제비를 보면 얼른 소원을 빈다. 혼자 있는 족제비는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걸 잘 갖고 다닌다고 한다. “재빨리 뛰어가는 예쁜 족제비는 너를 위해서 행운이 준비됐다는 표시야.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족제비는 네 소원을 잘 갖고 다닐 거야.”

아일랜드 어린이들은 민들레가 가득 핀 산비탈에서 씨앗이 맺힌 보풀보풀한 하얀 민들레를 꺾어서 소원을 빌며 솜털을 후 불어 날린다. 인도에서는 행운을 가져오는 공작새 깃털에 대고 속으로 소원을 빌고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이 어른거리는 깃털을 공책이나 일기장 속에 넣어둔다. 이스라엘에서는 예루살렘의 서쪽 벽(솔로몬 왕의 두 번째 신전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적)에서 기도를 하고 갈라진 벽 틈에다 소원을 적은 쪽지를 끼워 넣는다. 멕시코 어린이들은 주먹 위에 눈썹을 올려놓고 눈을 꼭 감은 채 소원을 빌면서 입김을 세 번 분다. 브라질 어린이들은 바다여신에게 아름다운 꽃과 빗을 바치고 파도를 일곱 번 뛰어넘는다. 그러면 바다여신이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리라고 믿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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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 이오덕 시, 김용철 그림 / 고인돌

간절함이야말로 소원을 이루게 하는 힘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것이라면 모두 다 이루어지라고 두 손을 모아본다. 부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수 있기를, 어떤 차별도 불평등도 없이 마음껏 책을 읽고 꿈꿀 수 있기를...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이오덕 시)들하고 편먹은 어른들 또한 많아지기를 간절히 빈다. 짹짹.   

 이슬을 사세요 짹짹
 풀잎을 사세요 짹짹...

 빛을 사세요 짹짹
 희망을 사세요 짹짹
 평화를 사세요 짹짹
 기쁨을 사세요 짹짹...

 웃음을 사세요 짹짹
 아가의 마음을 사세요 짹짹

 어른들도 가져가세요.
 아이들도 가져가세요.

 상표도 포장도 없답니다.
 그냥 한 아름씩 안고 가랍니다.

*사진 정봉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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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 ‘책읽는 공부방 만들기’ 수퍼바이저로 일하며 외롭고 힘든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전하고 마음 다독이는 일을 해왔습니다. 광주광역시 최초의 민간 어린이도서관인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했고, 복합문화공간인 ‘책문화공간 봄’을 만들어 작은도서관운동, 마을가꾸기,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쓴 책으로 <아이책 읽는 어른>이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 북스타트 코리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 1miracl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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