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생각거리를 던지는 스릴러

베이비트리 2016. 12. 30
조회수 948 추천수 0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1483009242_00503597_20161229.JPG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창비(2015)

창문이 바람에 덜컥거리는 추운 겨울밤이면 한사코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 타박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서사 중독자’로 살고 있어서인지 종종 이 말이 생각난다.

인류는 왜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 이유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문학은 공짜로 감정을 선사한다. 일상에서는 사랑하고 비난하고 용서하고 소망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대가가 따르지만 문학에서는 그런 위험 없이 이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뛰어난 소설가들은 의식의 과잉이나 설교 없이 살며 겪어야 할 감정과 잊지 말아야 할 위대한 가치를 들려준다. 루이스 새커도 그런 작가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생각거리를 담아둔다.

<수상한 진흙>은 두 가지 사건이 인과관계로 엮여 들어가며 급박하게 전개된다. 하나는 타마야와 마셜의 학교생활과 숲에서의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유전자조작 미생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 연구소에 대한 청문회 기록이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가 맞물리며 소설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주인공은 우드리지 사립학교에 다니는 5학년 여학생 타마야와 7학년 남학생 마셜이다. 마셜은 열정이 많은 아이였다. 한데 소년원 대신 우드리지로 전학을 온 말썽쟁이 채드가 등장하며 모든 걸 바꿔버렸다. 채드는 틈만 나면 마셜을 괴롭혔고 심지어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따로 보자고까지 했다. 마셜은 채드를 피하려고 숲을 통과해 집으로 가려 한다. 지난 삼년 동안 마셜과 등하교를 같이한 타마야는 그동안 범생이라는 핀잔을 들어왔던 터라, 용기를 내어 마셜을 따라간다.

하지만 숲에서 길을 헤매는 사이 채드가 나타났고, 타마야는 이상한 진흙 한 뭉치를 채드의 얼굴에 처바르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둘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날 저녁 진흙을 만진 타마야의 오른손이 따끔거렸다. 소설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전개하고 뜬금없이 구구단을 보여준다. ‘2×1=2, 2×2=4, 2×4=8’ 몇 페이지를 더 넘겨 이 수식의 의미를 깨닫고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불쌍한 타마야!”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십대를 위한 문학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킨다. 또한 깨달음도 전한다. 모범생은 희생과 배려를 배우고, 겁쟁이는 용기를 내고, 문제아는 사랑을 배운다. 이렇듯 문학을 통해 마음에 새겨진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가 이야기를 버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학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이 기억에 남을 흥미로운 문학책 몇 권은 읽었으면 좋겠다. 중2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3월10일 어린이 새책] 고구마구마 외[3월10일 어린이 새책] 고구마구마 외

    베이비트리 | 2017. 03. 10

     고구마구마 “고구마는 둥글구마.” “고구마는 길쭉하구마.” “크구마.” “작구마.” ‘고구마’를 주인공으로 해서 ‘-구마’로 끝나는 문장을 만들었다. 말놀이의 재미에, 고구마의 모양 등을 서술하면서 상상력까지 자극한다. “이제 끝이구마...

  • 이야기 읽으면 ‘생각의 키’ 자라요이야기 읽으면 ‘생각의 키’ 자라요

    베이비트리 | 2017. 03. 10

    ‘마음’ ‘유행과 소비’ 진지한 접근 보이지 않는 것 다룬 ‘철학 동화’ 마음이 보여?가야마 리카 지음·마스다 미리 그림, 송태욱 옮김/너머학교·1만2000원 오, 멋진데! 마리 도를레앙 글·그림, 이정주 옮김, 해설 강수돌/이마주·9500원눈에 ...

  • 모험 떠난 할아버지, 다섯살 된 할머니모험 떠난 할아버지, 다섯살 된 할머니

    베이비트리 | 2017. 03. 10

     빅 백(Big Bag)-섬에 가다 김완진 글·그림/고래가숨쉬는도서관·1만2000원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 엄혜숙 옮김/상상스쿨·1만2000원“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나 늘 앉던 의자에 앉아 항상 듣던 음악을 들으며 매일 비슷한...

  • 그림 편지로 친구 된 한국과 일본 아이들그림 편지로 친구 된 한국과 일본 아이들

    베이비트리 | 2017. 03. 10

     평화를 나누는 그림 편지-한국과 일본 친구들이 주고받은 희망의 편지 배성호·요시다 히로하루 엮음/초록개구리·1만1000원“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니시자카 도야야.”“만나서 반가워! 나는 김하연이야.”일본의 소학교 4학년 아이가 편지...

  • [2월24일 어린이 새책] 누구 바지야? 외[2월24일 어린이 새책] 누구 바지야? 외

    베이비트리 | 2017. 02. 24

    누구 바지야? 곰, 토끼, 새는 나가서 놀고 싶은데 바지를 입어보니 맞지 않는다. 서로 다른 친구의 옷을 입은 탓이다. 드디어 제대로 입고 놀러 나간다. <누가 화났어?> <누가 정하는 거야?> <누가 다쳤어?> <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