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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가 교육관 강요해요

양선아 2016. 12. 27
조회수 414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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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웁니다. 한글 교육을 많이 하지 않아 아들이 한글을 잘 모르는 상태로 입학했어요. 당연히 선행학습을 많이 한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약간 뒤처집니다. 그래도 서서히 한글을 익히고, 친구들과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기 속도대로 잘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가끔 제 믿음의 뿌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 친구 엄마입니다. 한 엄마가 제게 “언제까지 그렇게 아이를 놀게만 할 거냐. 방과후 활동도 너무 운동 위주다. 나중을 위해서 국·영·수 선행학습을 시작하라”는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충분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고요. 하지만 자꾸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아이를 방치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자맘)


[양 기자의 워킹맘을 부탁해]

내 아이의 수준·흥미·속도에 집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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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은 분들이 있습니다. 국·영·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분은 자신의 자녀에게만 선행학습을 시키면 됩니다. 왜 남의 자녀에게까지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걸까요.

그런 부류의 엄마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습니다. ‘돼지맘’. 어미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듯이 주로 학원가에서 다른 엄마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자식을 대학 입시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엄마들인데요. 돼지맘은 사교육 업체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지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놀자맘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 향후 20여 년 안에 전세계 일자리 50% 정도가 소멸할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류사적으로 변화가 큰 시대에 살고,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사는 시대와 또 다른 시대에 살아갈 것입니다.

 

148230876619_20161222.JPG » 한겨레 자료사진.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 시대는 ‘하이 콘셉트’ ‘하이 터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이 콘셉트란, 트렌드를 읽고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하이 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을 말하지요.


그는 미래 시대의 인재가 갖춰야 할 6가지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제시했지요. 책상에 앉아 국·영·수 선행학습만 열심히 한 아이가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요. 어떤 아이가 더 성공적인 미래를 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놀자맘님, 자신의 교육관을 너무 강요하는 엄마가 있다면 가급적 피하세요.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그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세요. 내 아이의 수준과 흥미, 속도에만 집중하세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그런 분들의 말에 덜 흔들릴 겁니다.


양선아 <한겨레>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


*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고민 상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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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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