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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왔으니 글 써” 부담 금물, 아이만의 기록 남기게 해요

2016. 12. 20
조회수 408 추천수 0
겨울방학, 체험학습 어떻게 할까?

방학 맞아 외부 체험활동 기회 늘어
저학년 가족 단위 생태체험 위주
고학년 아이 관심사 맞춰 선택

기본 내용 알고 가면 적극성 생겨
결과 반드시 글로 남긴다 강박 버리고
사진 오려 붙이고 그림 그려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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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교사와 허경숙씨가 자녀들과 함께 다닌 체험활동 사진을 모았다. 김 교사가 아이들과 방문한 제주도의 '박물관은 살아있다' 전시관. 김수정 교사 제공

방학이 되면 부모들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들이 할 만한 체험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왕 가는 거 아이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춤한 곳을 데려가고 싶어서다. 요즘엔 단순히 보고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춥다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체험활동을 효과적으로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장소 정할 때 교육과정 참고하면 효과적


허경숙씨는 큰아이와 남녀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체험학습을 많이 다녔다. 지금은 대학생과 중학교 1학년이 됐지만 10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내 아이의 리얼 체험학습>을 펴내기도 했다. 파워블로거 ‘알라딘’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엄마들 사이에 체험학습의 고수로 입소문이 났다. 허씨는 “아이의 나이나 성향에 따라 체험활동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일 때는 자연에서 뛰놀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 위주로 짰다. 고학년 정도 되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생긴다. 그때 그 분야로 세분화해서 프로그램을 찾았다.”


활동 선택 기준은 엄마의 ‘선호도’보다 아이의 ‘관심사’가 중요하다는 것.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족 단위 프로그램 가운데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생태체험이나 모내기, 수확 등 농촌 체험 위주 활동을 선택했다. 도시에서 자라다 보니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녀가 과학이나 미술, 역사 쪽에 관심을 보이자 그에 맞춰 박물관이나 미술관, 유적지를 답사했다.


서울명일초 김수정 교사는 “체험 장소를 정할 때 교육과정을 참고하면 좋다.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 3학년이라면 가볍게 동네부터 둘러본다. 가령, 서울 서초구에 사는 학생이라면 근처 문화센터, 박물관, 마트 등 다양한 공공장소를 체험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을 인터뷰해보는 것도 좋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3학년 2학기에는 ‘민속’ 단원을 배우므로 민속박물관, 민속촌에 가거나 세계 여러 나라의 생활 모습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4학년 때는 서울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을 참고해 시티투어버스나, 5대 궁 투어, 서울의 시장이나 공원 등을 체험 장소로 정한다.


김 교사는 “방문 전 관련 책이나 동영상을 찾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내용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자체 누리집 문화관광 게시판에 해당 지역 지도나 여행 관련 자료가 많다. 한국관광공사의 ‘스마트 투어 가이드’ 앱은 정보를 얻거나 자신의 여행 족적을 직접 남길 수 있어 체험활동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김 교사가 아이들과 갔던 경남 남해의 남해유배문학관.
김 교사가 아이들과 갔던 경남 남해의 남해유배문학관.

허씨가 아이들과 방문한 독립기념관의 '독도학교'.
허씨가 아이들과 방문한 독립기념관의 '독도학교'.

허씨가 아이들과 갔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수사체험교실'
허씨가 아이들과 갔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수사체험교실'

활동 기록은 남기되 틀 얽매이지 말아야

아이들은 체험활동을 가볍게 떠나는 나들이가 아니라 또 하나의 공부이자 학습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부모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게 하려는 욕심으로 자녀를 무리하게 끌고 다니거나 기록을 남기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체험활동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리는 아이들도 있다. 체험 이후 기록을 무조건 남겨야 할까.

허씨는 체험학습이든 뭐든 아이들에게 흔적을 남기는 걸 권한다. 대신, 부담이 안 돼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 성향이나 흥미에 따라 형태를 달리한다. 가령, 쌍둥이 가운데 딸은 장문의 글도 잘 쓰는 데 반해 아들은 몇줄 쓰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는 “물고기 만지는 체험을 하고 온 뒤 여자애는 감상문을 쓰고, 남자애는 당시 찍었던 사진을 오려 붙이고 물고기 비늘을 만졌을 때 느낌을 ‘징그러웠다, 미끄럽더라’ 식으로 짧게 쓰게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체험학습 기록물을 만들 수 있다. 엄마의 눈높이를 낮추면 자녀의 흥미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체험하면서 많이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추억 앨범’이 될 수도 있다. 허씨는 “중학생이 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활동 기록물을 보고 ‘내가 이 정도 글을 썼네, 내 모습이 이랬네’ 하면서 웃더라. 단순히 사진만 인화해놓은 앨범보다 이야기가 담긴 추억의 일기장이 생긴 셈”이라고 했다.

꼭 글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느낀 점을 그림이나 사진일기로 정리할 수도 있다. 글로 쓰더라도 평범한 소감 위주의 감상문이나 내용을 정리하는 활동지가 싫다면 형식을 바꾸면 된다. 박물관을 견학했을 때 담당자에게 짤막하게 질문을 하거나 인상깊었던 위인의 정보를 정리해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

김 교사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등의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체험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체험활동 보고서를 잘 썼는지 못 썼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다양한 형식에 아이가 머리 아파하기보다 진심으로 그 장소를 방문해 느낀 점, 새롭게 알게 된 점만 간단히 기록하게 하라. 일기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는 자녀나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 장소를 방문할 때 일명 ‘찾아라! 미션’을 한다. “미리 체험 장소에 대해 공부한 뒤 그 장소를 돌아다녀야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퀴즈 문제를 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정답을 기가 막히게 잘 찾고 더 많은 질문을 하면서 관심을 보인다. 체험활동을 가게 된다면 한번 해보라.”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체험활동, 이것만은 꼭!

과도한 ‘선행학습’ 좋지 않아

체험학습을 다니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상황이 전시관에서 도슨트가 해설을 하는데 자기 아이만 잘 듣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자꾸 앞으로 밀며 질서를 안 지키는 경우. 체험활동도 교육의 일환. 학습 장소에서 예절, 질서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공부다. 또 사전에 너무 많은 지식을 접하고 와서 도슨트가 이야기할 때 미리 아는 척하는 이들도 있다. 체험활동에서도 ’과도한 선행학습’은 좋지 않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난이도 조절 실패, 이래저래 민폐

고학년 대상의 체험활동에 저학년 아이가 나이를 속여 접수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모둠별 활동을 할 때 다른 이들과 협력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만 주는 셈이다. 아이 수준을 고려해 이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인기 프로그램은 일정 미리 확인

의미있는 체험활동을 찾으려면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무료이면서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선착순 마감인 경우가 많아서 ‘광클릭’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보통 인터넷을 검색하면 학부모 블로거가 쓴 생생한 체험 후기를 볼 수 있다. 기관에서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 정보를 직접 올리거나 이전에 참여했던 단체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체험은 수시로 해당 누리집의 공지사항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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