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살자

내가 사는 마을에는 아름다운 여강이 흐른다. 꾸구리가 사는 늪지대. 금모래 은모래 강변.  다슬기를 잡는 동안 어느덧 붉게 변한 강변. 그곳에서 잡은 물고기로 식당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그런데 어느날 나타난 낯선 사람들. 강을 살린다며 강바닥을 파고, 보를 만들었다. 금모래 은모래는 사라지고 강변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얕은 물에 살던 물고기가 사라지고 더이상 물놀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말끔히 정리된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들. 친구들이 마을을 떠나고. 공원이 된 강변에서는 더이상 고기가 잡히지 않고,  철새들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이삿짐을 쌀 시간이다.

<강변살자>라는 제목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이다. 꾸구리, 모래무지, 흰빰검둥오리, 바위늪구비, 쑥부쟁이, 표범장지뱀 등의 다소 생소한 단어들과 아름다운 풍경 그림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독자를 향수에 젖게 하는 그런 책인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닫을 때 큰 울림을 느꼈다. 이건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였구나. 4대강 사업으로 사라져버린 한 마을의 이야기였구나.

4대강 사업 초기에 양평 두물머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농지가 공원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그곳의 자연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분들을 지지하러 갔었다. 오래전 일이라 지금의 사정을 잘 몰라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었고 드라마촬영지로도 활용되었다.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했지만 농지가 공원으로 바뀐듯 했다.

거대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해 이루어진 일명 4대강 사업은 일반 국민들에게 관광지와 공원을 선사해 주며 눈가리고 아웅을 한다. 청계천이 그러하다. 겉으로 보기엔 얼마나 멋스러운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물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인다. 가족, 친구, 연인들에게 데이트 장소로 손색이 없는 그러한 곳은 비단 서울 청계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광, 관광산업.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의 시대에 관광은 아주 일상화되어 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갖춰진 인공의 장소. 하지만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는 장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여강의 강변이 공원으로 바뀌고 날쌘 자전거들이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편안히 정돈된 관광지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곳의 옛모습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개발이 되기 전 여강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현재 여강의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할 것이다.

내가 살던 마을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6.25 피난민들이 몰려와 살던 동네. 담벼락이 서로 닿아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래된 집들. 몇 십년을 함께 살아와 시시콜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웃사촌들. 도시 마을이지만 마치 농촌 마을과 같은 정서가 있던 작은 마을이었다. 어느날 찾아온 낯선 사람들. 팔봉제빵점이라는 건물이 지어지고 낮밤으로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었다. 유명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그 뒤를 이어 카인과 아벨 등등 몇 차례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러던 중에 마을에 꽤 높은 커피숍이 지어지고, 산동네라 고도제한이 있던터라 어떻게 허가를 받았을까에 대해 의심이 난무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마을을 둘러싸고 높은 건물들이 계속 지어졌다.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자 그곳은 더이상 주거지가 아니었다.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청주시 홈페이지의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벽화마을 수암골. 그곳의 이름이다. 주말이면 대형버스가 몇 차례 오기도 하고, 몰려드는 자동차로 주차할 곳이 없었다. 결혼을 하여 이미 그곳을 떠난 나는 가끔 친정집을 찾을때마다 변해버린 동네 모습에 너무나 안타깝다. 한여름에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던 그곳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에어컨 열기로 찜통같았다.  정작 주민들은 에어컨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동네를 구경온 사람들은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을 구경하고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구경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했다. 주말이면 나를, 우리집을, 우리 동네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너무 생소했다. 몇 십년동안 조용한 주거지였던 곳이 순식간에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나이 드신 동네 사람들은 그저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여강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도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 또한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는가. 나 또한 깔끔히 정돈된 공원을 좋아하지 않는가. 나 역시 그곳의 진짜 모습을 생각해보지 않고 만들어진 모습만을 즐겼지 않는가. 삼청동 원주민들이 떠나고 지어진 카페를 순회하며 커피를 즐기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채운다. 이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맺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개발이 계속되는 한 이 고민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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