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놀이는 곧 집중력 트레이닝

권오진 2016.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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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놀이 효과 1> 

140112한겨레메인.jpg » 이미지. 권규리. 삶에서 집중력은 중요하다. 면도할 때, 조금만 방심하면 살을 베이거나 혹은 몇 가닥의 털을 덜 깎는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순간, 빠져나가야 할 톨게이트를 놓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집중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놀이에서 나온다. 놀이가 곧 집중력 트레이닝과 같다. 아빠가 아이와 30분을 재미있게 놀아주면, 30분의 집중력 투자이며, 1시간을 놀아주면 1시간의 집중력 투자가 된다. 이런 놀이는 두뇌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사용하며 받아들이기에 몸에서 저장된다. 몸에 밴 친절은 숨길 수가 없듯이, 집중력이 몸에 각인되어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집중력에 관하여 유익한 법칙이 있는데 바로 데이비드 엡스타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밝힌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핵심은 SWOT(강점, 약점, 위협요소, 기회)의 분석을 통하여 강점이 있는 부분에서 목표를 세우고 하루에 3시간씩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면 누구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대입한다면 내 아이가 하루에 3시간씩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라면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누구나 공부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심리학자인 안데르스 에릭손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성공한 연주자들은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평균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성공하지 못한 연주자나 아마추어들은 그보다 적은 연습 시간을 기록했다는 이론이다. 다만, '노력은 필요 없다.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식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논쟁을 빚기도 했다. 


만일, 당신이 정년퇴직한 후에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이 목표를 세우고 하루에 3시간씩 집중하여 노력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에릭손이 제시한 사례는 이미 연주자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며, 그중에서 성공한 사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좋아하는 목표가 있다고 한다면 그때가 바로 출발이다. 이는 기본기가 없기에 갖추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갑자기 좋아하는 일을 목표로 세운다면 이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비교할 만한 것이 있는데 ‘하인리히 법칙’이다. 이는 근로현장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그사이에 29건의 중형사고가 일어났으며, 또한 위험에 노출된 사례가 300건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그런데 이것을 역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매일 수 년 동안 꾸준하게 한다면 300번의 성취감을 얻을 수가 있고, 29번의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1번의 성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위의 2가지 사례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다. 그것의 변화는 매우 느리다는 사실이며, 그 속도가 마치 나무나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아는 지식의 세계와 그것이 내 것이 되기 위한 간극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신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작심삼일을 경험하고 후회하고, 또한 이를 반복한다.


이제 1만 시간의 법칙을 잊고 그저 아이와 놀아보자. 아이는 강아지와 같다. 그래서 마음껏 뛰어놀면 훌륭한 놀이가 된다. 퇴근 후, 축구공을 가지고 단지 안에서 30분만 놀아도 아이들은 환호한다. 아이의 정신세계는 백지와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재료로 무엇이든지 마음껏 그릴 수가 있다. 아빠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놀아주면 저절로 집중력이 향상된다. 처음에는 아이와 10분 정도 놀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20분을 논다. 이렇게 점점 놀이시간을 늘리면 효과적이다. 그러면 아이의 집중력도 정비례한다. 한 마디로 놀이란 아이의 집중력 향상 트레이닝 현장이다. 그러므로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면 줄수록 아이의 집중력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이에도 진짜 놀이와 가짜놀이가 있다. 가짜놀이란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려고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아빠가 아이에게 다가가서 영혼이 없는 낮은 목소리와 위에서 밑을 보는 자세로 “딸아, 아빠랑 이것하고 놀자”라고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이때는 아빠가 명령하고, 아이가 따르는 형태인데 저절로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진짜 놀이는 아빠가 아이가 되어서 아이와 함께 행복을 누리는 데 있는데 이때는 수평적인 관계가 된다. 이미 아이들은 언제나 아빠와 놀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다가가서 눈을 마주치며 ‘우리 지금부터 숨바꼭질하자’라고 하면 즉시 놀이가 되고,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자’라고 해도 즉시 놀이가 된다. 이처럼 아빠가 상상하면 즉시 놀이가 된다.


무인도 행사에서 렌즈를 이용하여 불을 붙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0여 명의 아이에게 각각 볼록렌즈를 주고 20분 안에 나뭇잎에 불을 붙이는 미션이다. 그러면 아이는 마른 잎을 모은 후에 렌즈를 고정하고 태양의 빛을 모아서 불을 붙이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은 급한데 불은 붙을 듯, 말 듯 하며 쉽게 붙지 않는다. 이윽고 20분이 지나면 겨우, 2~3명 만이 불이 붙었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나머지 아이들은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중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불이 붙는 과정을 보면 우선 나뭇잎이 바짝 말라야 하며,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렌즈를 고정시켜서 한 곳에 초점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실패하는 아이의 경우, 나뭇잎이 검게 변하면 흥분하고, 연기가 나면 더욱 흥분하면서 결과적으로 집중력이 흩어지기에 불이 붙지 않는다. 이는 평소 집중력의 상태를 알아보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점점 놀이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 대신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때론 두 돌 아이의 엄마가 하는 질문이 ‘선생님, 우리 아이 지금부터 원어민 영어 교육 시켜도 좋을까요?’라고 한다. 그 결과 아이들의 한글 언어발달이 늦는 현상이 발생하고, 초등학교 1학년의 ADHD(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공동양육과 일관성 양육의 부재가 주된 원인이며, 놀이를 공부의 반대 개념으로 여기기 때문에 맞는 역풍이다. 그 결과 놀이란 그저 아빠와 함께 하는 잠깐의 유희시간쯤으로 여기기 쉽기에 그 중요성과 위대함을 간과하고 있다. 아빠 역시, 어린 시절에 밖에서 놀았던 기억은 많지만 실내놀이에 익숙하지 않기에 아이와 잘 놀아주기도 쉽지 않다. 그 결과 엄마의 역할은 가중되며, 아이에게 ‘제발 집중을 해라‘ ’넌 왜 진득하니 공부를 하지 않니? ‘등 잔소리가 점점 늘어나지만, 오히려 산만한 아이들은 점점 넘쳐난다. 


나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사람도 아니고, 또한 교육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으니 아이들과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까지 놀아주었다. 그동안 아이와 놀 수 있는 놀이를 5,000개 이상 수집하고 정리하며 놀았기에 ‘놀이교육전문가’라고 불린다. 아들은 작년에 대학교를 입학했다. 그런데 아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을 시작하면 초 집중력을 발휘한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일이 있으면 3개월 만에 준 전문가가 된다. 물고기도 3개월 만에 8개의 어항에 300마리를 길렀고, 그 어렵다는 수초 이름도 수십 개를 알고 있다. 중1부터 시작한 사진은 3개월 만에 아마추어 사진사인 아빠의 실력을 능가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놀이에 있었다. 


아이와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놀이를 지속해서 했다. 가장 재미가 있던 놀이를 소개하면, 5살 때, ‘날아라 슈퍼맨’이다. 거실 중앙에 집안의 모든 이불을 50㎝ 높이로 쌓은 다음, 아이가 의자 위에 올라가서 점프해서 몸의 전면으로 착지하는 놀이다. 점프할 때 ‘슈퍼맨’을 외친다. 누이와 함께 수십 번을 점프했다. 그러면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히기도 했다. 7~8살 때는 세계격투기 선수권 대회놀이를 즐겼다. 아이와 베게 선수와의 격투기 놀이다. 아빠는 베개를 양손으로 잡은 후에 선수소개를 한다. 

“홍코너, 몸무게 28킬로, 키 135센티 도전자 권기범” 

“청코너, 몸무게 200g, 세계격투기 챔피언 베게”

라며 시작을 했다. 아들은 정권 치기, 니킥, 점프공격, 발차기, 뒤돌려차기, 팔꿈치 공격 등 몸의 각 부분을 사용하며 공격을 한다. 그러면 슬쩍 공격을 받아주다가 아들이 지친 기색이 보이면 베개로 아들을 공격한다. 

“베게 선수, 이제 권기범 선수를 공격합니다. 안면 공격에 이어서 복부를 공격하고 있네요”

라며 베개로 아들을 공격했다. 이렇게 10분 정도를 놀고 나면 아들은 지쳐서 파김치가 된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커다란 쿠션 베개를 사용하는 베개 싸움을 했다. 두 아이가 한 편이 되어 아빠와 싸움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함께 치고받는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부터 아빠는 거의 수비 모드로 변한다. 두 아이는 열심히 아빠를 공격한다. 하지만 갑자기 양팔을 휘두르니 이두박근, 삼두박근, 삼각근 등이 놀라서 피로물질인 젖산을 생산함과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10분이 되지 않아서 아빠에게 공격한 아이들이 먼저 뻗는 결과를 만든다. 놀이가 끝나면 모두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03528458_P_0 (1).JPG » 아빠와의 몸놀이. 한겨레 자료 사진.

 

그런데 아빠들이 아이들과의 놀이에 자신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눈이 번쩍 뜨이는 놀이에 관한 명제가 있다. 

1. 아이들과의 놀이는 많다는 점이다. 박스가 있으면 300개의 놀이, 이불과 베개가 있으면 300개의 놀이, 신문지가 있으면 1,000가지의 놀이, 아빠의 몸이 있으면 500가지의 놀이를 할 수 있다. 

2. 모든 놀이는 쉽다.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놀이가 아니다. 

3. 놀이의 종결자 3가지가 있다. 이것을 알면 누구나 놀이의 달인 아빠가 될 수 있다. 

  1) 아빠의 목소리를 크게 하라. 

  2) 헐리우드 액션을 사용하라. 

  3) 추임새를 사용하라 이다. 

보너스도 있다. 위의 놀이는 대부분 생활놀이이므로 장난감을 사지 않아도 되기에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 


그동안 내 아이의 집중력이 부족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유전’ 혹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물론 그런 영향도 조금은 있지만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단 한 가지, 후천척인 놀이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집중력이 필요하듯이, 모든 놀이가 곧 집중력 트레이닝이었다. 아이와 진짜 놀이를 해보면 재미가 있다. 그러면 집중하는 힘은 저절로 형성되고 증가하며, 이는 습관으로 변환되면서 각인된다.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는 놀이에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다. 아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 바로 아빠 놀이에 있다. 이제, 아이와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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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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