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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호쿠리쿠3현 뒤엔 ‘사고의 힘’ 강조하는 교육 있다”

베이비트리 2016.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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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포브스 재팬’ 후지요시 부편집장
후지요시 마사하루 <포브스 재팬> 부편집장 겸 선임기자.
후지요시 마사하루 <포브스 재팬> 부편집장 겸 선임기자.

“일본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여부는 후쿠이현에 달려 있다.”

논픽션 작가 후지요시 마사하루(48)는 2014년 일본 관료사회를 취재할 때 도쿄의 문부과학성 구내식당에서 그런 얘길 들었다. “일본 행정의 주축인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고시 출신 관료가 인구 약 79만명의 작은 현에 기대를 걸다니. 왜 하필 후쿠이현일까?” 후지요시는 그 관료가 꼭 만나보라며 소개해준 후쿠이대 교수를 찾아갔다. 지난해 4월에 출간돼 지금까지 2만여부 팔렸다는 그의 베스트셀러 <이토록 멋진 마을>(김범수 옮김, 황소자리 펴냄)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지난달 24일,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 사회적 경제 세션에서 후쿠이현 등 일본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호쿠리쿠 3현’의 지역재생 사례를 발표한 후지요시 마사하루 <포브스 재팬> 부편집장 겸 선임기자를 포럼이 열린 여의도에서 만났다.


후쿠이 등 혼슈 중서부 3현
취업률 학력 등서 일본최고
토론 교육, 다양성 존중 토대

저서 ‘이토록 멋진 마을’서 소개
아시아미래포럼서 사례발표
“일본 미래, 호쿠리쿠3현에 달려”

호쿠리쿠(北陸)는 일본 혼슈 중서부 동해 연안의 눈 많고 산 많은 후쿠이·이시카와·도야마 3개 현을 가리키는데, 바로 위의 니가타현까지 넣어 호쿠리쿠 4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춥고 외진 낙후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토록 멋진 마을>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이곳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중앙관료들도 주목하는 새로운 미래 모델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학생들 학력에 관한 일본전국조사에서 밑바닥인 오사카 지역 선생님이 최상위인 후쿠이현 교육 사례를 가져다 활용해 성공했다. 후쿠이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와 잘 못하는 아이가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며 함께 공부한다. 예컨대 오사카에서도 수학 문제를 그런 식으로 풀게 했을 때 큰 성과가 있었다. 아이들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성장한다. 호쿠리쿠식 학교교육은 교육에 관한 일본 사회의 기존 관념을 뒤엎었다.”

초·중 학력과 체력 평가에서도 후쿠이현은 늘 최상위이고, 후쿠이대학 취업률도 전국 국립대 중 최고다. 취업 뒤 이직률은 7.1%로 전국 평균 31%에 견줘 현저히 낮다.

“1990년대 말 이후 일본이 사람 살기 어려운 세상으로 돼버렸다. 바꾸어야 된다는 얘기들은 많았으나 누가 어떤 순서부터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몰랐다. 지방의 해법을 직접 보면서 일본의 문제는 지방부터 살피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쿠이현은 인구 10만명당 사장 배출률, 부부 맞벌이 비율, 정규직 사원 비율, 인구 10만명당 서점 수가 모두 전국 1위다. 후지요시에 따르면, 일본경제기획청이 1999년까지 7년간 실시한 일본 신국민생활지표(풍요지표)에서 후쿠이가 5년 연속 ‘살기 편함’ 항목 1위를 차지했다.

후쿠이는 안경테 생산에서 일본 내 시장점유율 98%를 차지하는 세계 3대 안경산지 중 하나다. 후지요시는 “후쿠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및 기술 중 세계 점유율 1위가 40개, 국내 점유율 1위는 51개나 된다”고 했다.

교토 출신의 간호사 경력 18년의 야마모토 노리코라는 40대 여성이 결혼 뒤 전업주부로 자리잡은 후쿠이에서 넷째 아이를 출산한 뒤 다시 간호사로 취직해 맞벌이를 하다 간호사들이 주머니에 넣어두는 외과용 테이프를 자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착안해 플라스틱 케이스 테이프 커터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중소기업가가 되고 금속 소음을 없앤 목제 링거 스탠드 ‘필’ 등 다른 제품들도 개발해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후지요시는 후쿠이 지역 전체가 이런 기업 아이디어를 실제 성공으로 이끄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대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지역보다는 이처럼 자체 역량을 키우고 활용하는 지역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풀뿌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재들이 필요하고, 창의적 인재를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야마모토와 같은) 외지인에게 관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런 인큐베이터 환경이 왜, 어떻게 후쿠이에서 자생했을까? “그 배경에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2000년대 초 모리 요시로 총리 시절 이른바 ‘헤이세이 대합병’이라는 지자체 합병 정책이 실시됐다. 그때 후쿠이 시와 사바에 시 합병 작업도 추진됐는데, 이에 반대한 사바에 시민들이 ‘민란’을 일으켜 결국 합병을 추진한 시장을 주민소환 운동 끝에 쫓아내버렸다. 1995년과 1998년 두 번에 걸쳐 세계체조대회를 치러내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육성해낸 인구 6만 소도시 사바에의 인큐베이터 기능은 그런 과정을 통해 더 확장됐다.

그것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힘의 뿌리가 토론을 중시하는 호쿠리쿠식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21세기형 지방교육에 있다고 후지요시는 말했다.

“무엇을 배웠는지도 (학생들이) 직접 보고서로 쓴다. 사고과정을 반추해보면 자신의 최초 생각과 토론 후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가를 자신의 말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아이들이 주체인 수업’이다. ‘사고과정의 가시화’는 체육에서도 진행된다.”

경북 의성 출신을 부모로 둔 재일동포 3세와 결혼한 후지요시가 보기에 일본의 미래는 도쿄나 오사카가 아니라 지방, 그중에서도 변방이었던 덕택에 오히려 가장 앞서가는 호쿠리쿠 3현에 달렸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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