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영어교육에 있어서 유아영어학원의 의미

김영훈 2016. 12. 07
조회수 7440 추천수 1

01308939_P_0.JPG » 영어유치원. 한겨레 자료 사진.

 

요즈음 외래에는 언어발달이 늦어서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유아영어학원을 다닌다는 아이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이 아이들은 언어발달이 늦을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기술에서도 위축되어 있고 소극적이다. 유아영어학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원래 유아영어학원이 영어만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영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적응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따로 관찰 및 추가교육을 통해서 적응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유아영어학원에는 그런 보조 프로그램들이 약하다


유아영어학원은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영어유치원이기 때문에 영어뿐만 아니라 체육, 한글 등 유치원 단계에서 필요한 내용을 학습한다' 등 부모들에게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표현이다. 유아영어학원 강사는 영어 실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유아교육이나 보육을 전공한 강사는 거의 없다


숙제가 아이들 수준에 맞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한 양이 문제이다. 숙제의 양이 적으면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기 때문에 매일 일정량의 숙제를 내 준다. 유아영어학원 수업 시간은 약 5시간 정도인데, 주어진 숙제를 모두 끝내는 데에는 매일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과정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업시간에 말없이 뛰어나가거나,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등 영어를 강요받는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 영어를 배울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강요하고 모국어를 금지할 경우, 오히려 영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 쉽다. 영유아 시기에는 한 분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자기주도성,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사고하고 판단하고 수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국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영어만을 강요할 경우 오히려 초등학교에서 언어력이 떨어져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영어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조기영어교육의 지침


아이의 뇌는 크게 5단계로 나누어 발달하게 된다. 오감각이 발달하고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급격히 발달하는 24개월까지의 1단계, 종합적인 사고와 정서적 안정의 기초를 다지고 관계를 통한 학습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전두엽과 변연계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48개월까지의 2단계, 창의력과 정서발달이 중요한 전두엽과 우뇌가 발달하는 학령 전까지의 3단계, 언어의 뇌가 발달하고, 이어서 수학이나 추상적 개념의 뇌가 발달하는 초등학생의 4단계, 시각의 뇌가 발달해 시각적으로 추상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변연계가 활성화 되어 감정에 의해 휘둘리기 쉬운 20세까지의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영어는 측두엽이 발달하는 4단계에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조기에 이루어지는 규격화된 도구와 학습 프로그램이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뇌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교육을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호르몬이 나와 오히려 신경전달물질을 떨어뜨리고 뉴런을 죽이게 된다. 무조건 빨리 교육시킨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쁘게 이루어지는 조기교육은 아이의 잠재성을 떨어뜨리고 학습동기만을 저하시킬 뿐이다


모국어 습득은 인지 발달의 기초이며, 모국어에 빨리 익숙해질수록 문법구조에 따른 논리력이나 수리능력도 함께 개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춘기가 지난 뒤에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언어습득의 감수성기가 지난 다음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발음이나 문법의 오류는 문제가 된다


또 조기 영어교육이 되려면, 가족 중 한 사람은 하루 종일 아이에게만큼은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약 부모가 하나의 모국어 문장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쓴다거나, 영어로 말했다가 모국어로 했다가, 번갈아 하게 되면 아이는 대상과 단어의 연결에서 혼동을 가져오며, 모국어의 문법체계나 영어의 문법체계를 습득하는 데에 혼동을 겪을 수 있다

04726534_P_0.JPG » 한겨레 자료.

유아영어학원을 고르려면, 균형 있는 지능의 발달이 가능한 곳인지,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곳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아이가 영어에 흥미 있어 하는 시기인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여 선택하되, 아이가 유아영어학원을 다니는 중에라도 영어 환경을 원치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영어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여주거나,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첫째, 조기 영어교육은 영어교육이 아닌 유아교육이어야 한다.


모든 감각과 지능이 활발히 발달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한 영역의 자극만을 주지 않고, 미술, 신체활동,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지능과 감성과 인성, 균형 있는 신체의 성장까지 고려한다. 즉 이것저것 재미있게 배우는 과정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영어를 영어라는 교과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과과정으로 균형 있게, 다양한 지식과 문화와 함께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지식 습득은 물론, 이해력, 판단력, 응용력, 창의력 등의 발달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모국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한국어 교육 역시 중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수업을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로 진행하지만, 국어가 다른 지능 발달의 기반이 되므로 이 시기에 체계적인 기틀을 잡을 수 있도록, 영어와 한국어 교육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셋째, 알파벳이나 영어 단어를 먼저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 경우라면 상관없으나, 조기 영어교육은 부모의 목소리를 통하여 영어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또한 영어를 모국어 방식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고려하여야 한다. 교재와 문자를 통해서만 영어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접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래서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득이 되게끔 하여야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후유증의 우려가 적다.


넷째, 즐겁게 놀면서 영어와 문화를 습득한다.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루한 교재보다는 재미있는 노래나 동화, 애니메이션, 유아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언어습득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나라마다 동물 소리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듣고 따라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배운다. 이처럼 단순하게 읽고, 쓰고, 말하는 영어 수업이 아니라, 즐겁게 놀면서 영어와 다양한 문화를 습득하도록 하는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다섯쩨, 적절하게 반응하라.


인간의 뇌는 어떤 행동을 한 뒤에 뇌 속에서 보상을 받으면 강화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보상을 받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행동을 재현해서 그 기쁨을 반복하고자 한다. 그 결과 그 행동이 숙련된다. 영어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아이에게 영어CDDVD를 틀어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 발음이 나쁘고 영어 표현이 다소 서툴더라도 부모 스스로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부모가 부담을 느낀다면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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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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