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는 제가 복직을 하던 생후 11개월 무렵 부터 가정형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녀석의 인생에 유치원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
결정적으로 유치원은 방학기간이 길어서 말이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로 이사 후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을 생각한 것은 딱 하나.
아파트 입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품케어" 덕택이었습니다.

품케어는 5 ~ 10세 아동을 대상으로, 14 ~ 20시까지 보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는 선생님 두분이 오후 2시 부터 7시까지 근무하시면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저녁 6시에는 식사 제공도 합니다.
개똥이는 단지 앞 유치원에 다니고 있고, 종일반도 아니어서 2 20분에 하원하는데

품케어 선생님께서 직접 데리러 가십니다.

품케어와 보통의 보육시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부모님들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은 7시까지 근무 하시지만,
부모님들이 당번을 정해서 저녁 7시에 선생님과 교대하고, 8시까지로 운영 시간을 연장합니다.
지금은 한 가구 당 월 3회 정도 당번을 합니다.

개똥이가 처음 품케어에 갔을 때 다소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5세이고, 1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 틈에서 잘 견딜 수 있을지,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작년부터 다녀서 나름 친밀하게 지내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등등.

하지만 그건 정말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보통 친정어머니께서 5~6시 무렵 개똥이를 데리러 가시면서 문자를 주시는데, 보통은 이런 문자가 옵니다.
-
개똥이 데리러 왔는데, 더 놀다 간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 너무 재미있게 놀고 있어서, 그냥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

품케어에서 더 놀다 가고 싶어 하는 것은 개똥이 만은 아니어서,
친정어머니께서는 종종 아이 데리러 오신 다른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기다리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신다네요.

아빠들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품케어는 체육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어떤 아빠는 얼마나 열심히 놀아 주셨는지 지켜 보시던 친정 어머니께서

"개똥아, 너도 가서 저 선생님한테 놀아 달라고 해라" 하셨을 정도 랍니다.
, 주로 수요일 당번을 하는 개똥아빠도 수요일 이면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 주느라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ㅎㅎ


품케어는 우리가 어릴 적 자라던 동네 아이들의 현재 버전입니다.
달라진 것은 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용, 품케어라는 공간, 선생님이라는 보호자가 있다는 것.
시간을 채우는 것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 입니다.
때로는 또래들 끼리 때로는 형, 누나들과 이런 저런 놀이가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겐 품케어란 '노는곳'입니다.

여름 무렵 아빠들과 아이들만의 1 2일 여행을 시도했던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품케어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했던 여름 소풍, 가을 소풍,
그리고 연말 송년 발표회까지.
또 다른 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방학 기간에는 오전 돌봄 시간도 별도로 있는데,
개똥이도 3주간의 겨울 방학 중 2주는 유치원 단기종일반을 이용했지만,
그마저도 방학일 때는 품케어에서 오전부터 지냈습니다.

오전 돌봄이 없었던 여름 방학 동안에는 남편과 저 친정 엄마께서

번갈아 가며 1~2일씩 휴가를 내서 겨우 겨우 감당했던 것에 비하면 수월했죠.

1
년 동안 개똥이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유치원에 갈 때는 품케어 가져가서 놀 장난감을 챙기기도 하고,
함께 나누어 먹을 먹거리를 챙겨 가기도 합니다.
외동으로 자라는 녀석에게도 품케어에 가면 형들과 누나들이 있습니다.

제게 바램이 있다면 품케어가 오래 오래 지속되어

개똥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학원에서 보내지 않고
엄마 없는 시간에도 충분히 놀 수 있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3
월 새학기에는 많은 새로운 아이들이 품케어의 품에서 신나게 놀게 되기를 기다려 봅니다.
그새 개똥이는 6세가 되었습니다.
5
세 동생들이 들어오면 어떤 형, 오빠가 될런지도 기대가 됩니다.

 

강모씨.BandPhoto_2015_01_18_21_04_51[1].jpg
- 여름소풍, 아빠들이 물놀이 하느라 고생이 많았죠.

BandPhoto_2015_01_18_21_03_56[1].jpg

- 가을소풍, 밤 줍기 체험이 가능한 캠핑장에서 아침 일찍 부터 오밤중까지. 10시간 넘게 함께 했죠.

BandPhoto_2015_01_18_21_10_29[1].jpg

- 송년 발표회, 품케어 다니는 아이들은 소수인데 이날 초대 손님이 많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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