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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도 아이들도 “점심시간이 지옥이에요”

베이비트리 2015. 01. 17
조회수 4442 추천수 0

00515625501_20141013.jpg »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한 어린이가 보육교사의 품에 안긴 채 현관 밖을 바라보며 밤늦도록 데리러오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 모두 밤샘 근무를 하는 원아들은 귀가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서 잠을 청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린이집 운영 실태 어떻기에

교사 1명이 많게는 23명 맡아
하루평균 10시간 중노동
원장의 교사겸직도 업무량 가중
“업무 스트레스 곧장 아이들에게…”
전문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
보조교사제 도입 등 환경 개선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은 점심시간이면 전쟁터나 다름없다. 교사 2명이 만 2살 아이 18명에게 40여분 에 모두 밥을 먹여야 한다.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는 아이, 음식을 흘리는 아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아이 등등 다양한 상황이 속출한다.

 

경기도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황아무개(39) 교사는 16일 “아이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해야 하는데 몸이 지치고 힘드니까 무작정 먹으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그 시간에 자신의 끼니도 해결해야 한다. 보육교사들은 “우리에게나 아이들 모두에게 점심시간은 지옥”이라고 호소한다.

 

교사들은 점심 뒤 아이들 양치질을 해주고 특별활동 수업준비를 한다. 특활이 끝나면 낮잠시간이다. 낮잠시간에도 교사들은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을 달래야 하고 친구에게 말을 거는 아이를 훈육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 낮잠시간에 짬을 내 보육일지도 작성한다. 쉴 틈이 없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의 밑바탕엔 보육교사 한 명이 최대 20여명을 돌보고 평균 10시간가량 일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이 깔려 있다. 개인적 일탈행위를 넘어 보육교사들에게 가중되는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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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대 아동 수를 만 0~4살 이상까지 각각 교사 1명당 3, 5, 7, 15, 20명으로 제한하는 지침을 두고 있다. 여기에 2~3명씩 초과보육을 허용하다 보니 4살 반의 경우 교사 1명이 담당하는 아이들이 23명까지 늘어난다. 복지부는 내년도 3월부터 초과보육을 금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운영이 어렵다”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하소연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에 ‘당근책’으로 제시한 원장의 교사 겸직 허용도 일선 교사들한테 어려움을 더한다. 김명자 전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장은 “원장들은 어린이집 운영만 맡기에도 버겁다. 겸직을 한다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사실상 아이를 돌보지 않는 ‘유령 교사’다. 결국 다른 반 교사들이 그 아이들을 다 떠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육교사들의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도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2013년 보육교사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10시간이었다.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 다음날 아이들과 뭘 하며 보낼지 궁리하고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간에 잡무가 주어지니 그 스트레스가 곧장 아이들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을 제외한 대다수의 민간·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은 원장과 개별적으로 임금협상을 하는데, 임금의 기본급이 최저 임금 기준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2012년 육아정책연구소 조사결과,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123만원에 그친다. 열악한 보육 교사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처우개선비와 근무환경개선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달리 지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육 교사들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임금 구조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 교사와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 교사의 임금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근무환경을 내버려둔 채, 시설 폐쇄 등의 처벌만 강화해서는 아동학대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지금의 어린이집은 학대를 유발하는 환경”이라고 짚었다. 이완정 인하대 교수(소비자아동학)는 “3~5살 아이들 대상 누리과정에 보조교사를 도입했더니 교사나 아이들 모두 관계가 훨씬 친밀해졌다”며 “보조교사나 대체교사 지원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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