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느린 아이 재촉보다는 시간을 넉넉히 주자

김영훈 2011. 07. 18
조회수 12856 추천수 0

72a87697c29be484d8db8e9b1d6b48f2.“진수는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공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는 것도 느리고, 학교에 갈 때도 항상 느리게 움직인다. 진수는 알림장을 자주 빠뜨려 준비물을 못 챙길 뿐 아니라, 학교에서는 밥을 항상 늦게 먹어 교사에게도 혼나는 일이 많다. 부모가 식판에 음식을 많이 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줘도 진수는 항상 늦게 먹는다. 글씨도 늦게 써 알림장도 제대로 써오지 못한다.”





평소 느린 아이가 먹는 것조차 느리면, 다음 수업이나 청소하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교사의 지적을 많이 받는다. 글씨를 늦게 쓰면, 받아쓰기에 어려움이 생겨 성적에 영향을 준다. 느린 행동으로 인한 문제는 남자아이에게서 많고, 초등학교 저학년에 많다.






 느린 아이의 뇌






 느린 아이일수록 배쪽덮개와 측좌핵 등 도파민 관련 뇌영역의 보상에 대한 반응성이 낮다. 이들 뇌영역은 아이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동기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느린 아이는 이 부분의 반응성이 낮아 보상을 찾아 나서는 일이 적다. 보상의 뇌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으로, 도파민이 증가하면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도 강해진다. 아이는 도파민이 증가하면 탐구력이 높아지고 지칠 줄 모르며,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느린 아이가 보상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유전적으로 짧은 도파민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느린 아이의 뇌는 지속성이 떨어진다. 지속성이 높아야 어려운 일을 만나도 기어코 그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생기는데 느린 아이는 쉽게 짜증을 내고 과제를 중도에 자주 포기하게 된다.






 느린 아이의 양육법






 부모는 느린 아이가 보상추구성이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끈기가 없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도 너무 조급해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기다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다. 아이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바라만 보라는 뜻도 아니다. 기다림이란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과정을 성찰하라는 의미다. 또 아이가 정체되어 있을까봐 불안해하기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큰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과제를 하고 있을 때는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말자. 느린 아이는 한 번 취한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도중에 참견을 하면 초점을 잊어버리고 더욱 늦장을 부리게 된다. 무엇이든 한꺼번에 많이 요구하지 말고, 과제를 하고 있는 도중에는 잔소리하거나 참견하지 말자.






 미리 준비해라






 알림장은 매일 체크하라. 도시락을 쌀 때는 아이가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학교급식은 시간 내 먹을 수 있는 양만 받도록 일러준다. 알람시계를 따로 마련해 알람에 따라 스스로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자. 등교 전 옷 입기와 신발 신기에 필요한 시간을 넉넉하게 주자. 느린 아이는 오래 앉아서 숙제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힘들어한다.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스케줄을 짜자. 스케줄을 짤 때는 아이와 함께 협력해서 짜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공부에 효과적인 스케줄을 만들 때까지, 기꺼이 스케줄을 수정하라. 아이의 스케줄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얼마간은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규칙을 정하라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도록 도와주자. 느린 아이는 잘 짜인 상황이나 규칙적인 틀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하며, 무엇이든 습관이 되면 더 잘한다. 하루의 스케줄을 미리 설명해 주자.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도록 도와주자. 그날 할 일은 그날 끝내도록 하자. 느린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공부를 하므로 이를 인정해야 한다. 느린 아이가 꾸준히 해 나가도록 하려면 어려워 보이는 과제는 작고 쉽게 나눠 주고, 아이가 포기하려고 하는 눈치가 보이면 옆에서 그동안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줘라.






 적절한 보상을 하라






 보상을 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고 아이의 동의를 얻자. 그래야 아이의 동기를 강화되는데, 부모는 상황에 따라 아이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할 때도 있다. 어떤 행동과 습관을 강화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하고, 아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한다. 느린 행동이 개선될 때마다 칭찬하고 상을 준다. 이러한 작은 성취 경험을 많이 쌓이면 성공의 동력으로 될 수 있다. 보상의 수준도 구별해서 주자. 작은 보상을 받으려면 10점, 더 큰 보상은 20점 더, 최고의 보상을 받으려면 30점식으로 부상의 수준을 정하라. 그러면 정해진 보상 범위 안에서 보상을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이 보상 체계를 점차 약화시켜라. 보상 받는 데 필요한 점수를 더 늘리는 것이다.






 주도권을 주라






 느린 아이는 일단 부모를 귀찮게 하거나 성가시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키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과제를 성취하도록 지시하거나, 지적인 자극을 주려 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이때 아이에게 조금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여건상 부모가 공부를 도와주어야 할 상황이라면 아이와 제한적으로 도와주자. 어디까지나 부조종사로서 도움을 주어야 하고, 부모가 주조종사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주저 없이 그만두어라. 느린 아이는 너무 깔끔하라고 요구하면 위축되기 쉽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내되 중요한 것은 스스로 치우고 정리하도록 작은 일부터 가르쳐주자. 할 일을 미루고 늑장을 부리지 못하게 적절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아이가 충동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할 일을 미루면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 또한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책임감을 갖도록 가르치자.






 경험하게 하라






 아이의 본보기가 되어라. 느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몸소 보여주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다양한 본보기를 보여주어라. 집안에서 정돈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보여주라. 책꽂이, 장식장, 도구함, DVD 정리함 등 부모가 집안의 물건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집안일도 어떻게 단계적으로 처리하는지 직접 보여줘라. 아이도 집안에서 눈으로 보고 직접 해봐야 밖에서도 잘할 수 있다.






 신체활동을 하자






 느린 아이는 대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에서 다른 아이보다 더딘 경우가 많다. 이는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조금만 어려워지면 포기하려고 하는 아이의 기질 때문이다. 아이의 운동신경을 발달시키고, 자신감과 체력 및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 몸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태권도나 검도, 수영이나 발레 등이 좋으며, 더 어려서는 신체놀이 활동에 참여시키자. 물론 이런 활동은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하여야 한다. 억지로 하게 되면, 아이의 자발성이 떨어지고 더 징징거리며 짜증을 부릴 것이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 찾자. 특히 아이가 기분이 좋은 시간대를 이용해서 신체 활동을 시키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느린 아이의 특성





- 부모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이 착하고 순한 편이다.





-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자질구레한 것도 버리지 않는다.





- 쇼핑을 할 때나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고를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 TV나 컴퓨터에 매달려 지내거나 집안에서 빈둥거린다.





- 숙제와 같이 꼭 해야 할 일도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 시험을 치를 때 답을 대충 적어 내곤 하며, 뻔히 아는 문제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





- 학교에서 다쳐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야단치거나 강제로 시키면 고집부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 남 앞에 나서서 행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 무언가 선택할 때는 친구나 어른들의 결정에 맡겨버린다.





- 늘 낙천적이며, 놀 때도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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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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