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은 아이를 고치지 못한다

2011.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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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b3c7546afba13cb1922916443e2cc. » 한겨레 자료사진

[서천석의 행복육아]



 직업이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보니 아이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 그럴 때면 “아이를 야단치지 말라는 거죠?”, “무조건 말을 들어주라는 이야기네요” 하며 단정하는 분들이 있다.



때로는 한참 말을 듣다가 “말이 쉽지, 실천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하며 변화의 길을 닫아거는 분들도 있다. 가만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인가? 진실은 다르다.



소아정신과 의사의 일은 부모와 아이를 편하게 하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만들려는 것이다. 변화를 막고 있는 부모의 잘못된 습관을 멈추고,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같이 찾는 것이다.



사례를 보자.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는 숙제를 해 놓지 않았다. “어휴, 또 숙제 안 했어. 이게 뭐니? 또 게임이나 했지. 너 진짜 어쩌려구 그러니. 만날, 벌써 몇 번이나 말했는데. 네가 할 일은 네가 좀 해라. 엄마는 낮에 죽도록 고생했는데 넌 집에서 게임이나 하구, 내 팔자야.”



아이는 자기가 한 잘못을 느끼지만 엄마의 심한 추궁에 빈정이 상한다. 게다가 심한 공격은 아이의 방어본능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아이는 엄마를 공격할 거리를 찾거나, 속으로 엄마에 대한 욕을 하느라 스스로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잡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다. 아이는 엄마의 말을 통해 세상살이가 죽도록 고생이나 하는 것이며, 자기는 몇 번이나 말해도 듣지 않고 부모 팔자를 망치는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관과 자아관이 어두워진다.



“숙제는 아직 못 했구나. 혼자서 숙제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 그래도 숙제 안 해 가서 선생님에게 네가 야단맞는 걸 생각하면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가 사랑하는 네가 안 좋은 아이로 취급당할까봐. 내일부터는 잘 해보자구.”



엄마는 둘째 문장부터 아이의 어려운 마음을 읽어주면서 아이의 방어를 허물었다. 이후 엄마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믿음을 느끼고, 소중한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엄마는 현명하게 자는 시간을 지켜서 원칙을 세우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내일의 다짐을 아이에게 덧붙인다.



물론 이 아이가 내일도 숙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스로 숙제를 마치기 위해선 더 많은 도움과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좋은 관계는 그런 도움을 편하게 이야기하게 만들어 준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앞의 아이는 행동의 변화는 오지 않고, 엄마와 자기를 미워하는 변화만 일어난다. 뒤의 아이는 행동이 변화하고, 변화된 행동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와 결국 아이에게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줄 것이다.



기다리고, 믿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은 우리의 본능적 행동은 아니다. 본능이 아니기에 이런 행동이 처음부터 나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본능대로 산다면, 다른 경우에도 그렇지만, 세상살이가, 자식 키우기가 더 힘들어진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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