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한다면

2011.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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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4ff5af7c88794e13a06071ce3654c. »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아이들.




3월이면 종종 하는 상담이지만 그때마다 참으로 곤혹스런 내용이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 적응을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이다. 곤혹스런 이유는 “집에서 좀 데리고 있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싶지만 그런 말이 도움이 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경우가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삐끗 말을 잘못하면 그러잖아도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머리가 혼란스런 부모를 인생에 대한 회의와 세상에 대한 분노로 밀고 가기 십상이다.




아이가 세 돌이 될 때까지는 어린이집 적응을 어려워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심지어 네 돌이 된 아이도 힘들어하고, 유아기에 보육시설을 잘 다니던 아이조차 유치원으로 옮기면 상당히 긴장한다. 그 증거가 유난히 3월 말이면 아픈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긴장하느라 아프지도 못하다 긴장이 풀리면서 배 아픈 아이, 몸살 나는 아이가 속출한다.




그 중에서도 보육시설에 적응하는 것을 특별히 더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 불안감이 높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이다. 가끔 어린이집의 교사로부터 이렇게 예민한 아이는 처음 본다는 타박을 듣고 속상해 하는 부모를 만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민한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의 잘못은 없다. 예민한 아이들 중 다수는 부모와의 좋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예민하다. 이런 아이들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며 어린이집은 그 아이들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이집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부모가 오래 있으면 아이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서둘러 몰아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태도는 분명 운영에는 효과가 있다. 형제가 장난감을 갖고 싸우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방법처럼 시끄러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에 두려움을 심어주고, 예민한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적응할 기회를 빼앗는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를 떼어 놓는 부모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부모가 죄책감과 불안감이 크면 아이도 부모의 마음을 느껴서 더 어두워진다. 따라서 부모를 지지하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안심시켜야 한다. 부모 역시 자기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고, 아이에게 부모는 이 어린이집을 믿고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떨어지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천천히 아이와 분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편이 좋다. 하루, 이틀은 완전히 머물고 이후에는 조금씩 머무는 시간을 줄여서 물러나는 것이 좋다. 다만 헤어질 때 작별인사는 간단히 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 부모가 데리러 오는 시간을 꼭 알려주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때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담요 조각을 가지고 가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일부 아이는 잘 놀다가도 끝나고 엄마를 만나면 심하게 울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음껏 울게 하자. 그리고 엄마도 보고 싶었고 이제 잘 때까지는 엄마와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렇게 불안을 이기면서 아이는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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