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두뇌의 두 성격, 개성의 꽃밭

김영훈 2011. 02. 28
조회수 644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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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의 특징적인 스타일에 따라 반응하고 행동한다. 특히 두뇌성격에 따라 아이들은 지각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지능이 비슷한 아이라고 할지라도 주어진 과제를 신중하게 푸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다지 꼼꼼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풀어 버리는 아이 간에는 학교 성적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성적의 차이는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영유아 시기의 두뇌성격은 크게 숙고형과 충동형으로 나뉜다.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반응해버리는 ‘충동형’이 있고, 충분히 생각해서 반응하는 ‘숙고형’이 있다. 충동형인지 숙고형인지의 판단은 과학적으로 아이의 반응 시간과 오답수를 고려해서 결정한다. 반응 시간이 평균보다 느리고 오답수가 평균보다 적은 아이는 숙고형, 반응시간이 평균보다 빠르고 오답수가 평균보다 많으면 충동형이다. 따라서 숙고형은 반응 속도는 느리지만 실수를 잘 범하지 않는 반면, 충동형은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실수를 범하기 쉽다.



실제로 숙고형 아이와 충동형 아이는 판단하는 방법, 놀이하는 방법, 생활하는 방법, 그리고 문제해결하는 방법에서 다음과 같이 다르다.



- 블록놀이를 하는 경우 숙고형은 놀이 시작 시간은 늦지만 일단 시작하게 되면 많은 시간을 들여 여러 개의 블록으로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반면, 충동형은 바로 놀이를 시작하지만 몇 개의 블록만으로 빠른 시간 내에 단순한 내용의 작품을 만든다.



- 숙고형은 충동형보다 기억 과제나 읽기 과제 성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추리 과제, 인지 과제, 학습 과제에서도 우수하다.



- 숙고형은 자신의 생각이 적절한지 꼼꼼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수행 과제의 복잡성이 높지만, 정보가 많은 만큼 과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숙고형은 불필요한 정보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효율적인 과제 수행은 어렵다. 반면, 충동형은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과제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숙고형은 충동형보다 조직적으로 반응한다. 그림을 고르는 과제에서 숙고형은 먼저 두 개의 선택 그림을 비교해서 차이를 발견한 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견본 그림을 보는데, 충동형은 견본 그림과 선택 그림을 대충 비교해서 반응해 버린다. 또한 숙고형은 비교를 할 때 차이점에 주목하는 반면, 충동형은 닮은 점에 주목한다.



- 놀이를 할 때 숙고형은 모험적이거나 위험한 놀이를 싫어하지만 충동형은 모험적이거나 전신의 움직임을 이용한 놀이를 즐긴다.



- 숙고형은 친구와의 싸움을 회피하려고 하며 낯선 환경을 불안해하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충동형은 실외활동이나 단체놀이 등 모든 활동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 일정 시간 동안 그림을 보여준 후 물으면 숙고형은 그림 속에 나오는 사물을 잘 기억해 내지만, 그림의 주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충동형은 그림 속의 사물은 많이 기억해 내지 못하지만, 그림의 주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 숙고형은 과제를 자세하게 분석적으로 보려고 하는데, 충동형은 세세한 부분보다는 과제를 전체적으로 크게 나누어서 보려고 한다.



-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도 숙고형은 충동형보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을 선호하여 일단 시작한 게임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집중력이나 인내력도 강하다. 이러한 강한 욕구나 집중력으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이런 성공 경험에 의해 성취감이나 자신감이 생기고 난이도가 있는 과제에 대한 도전 욕구도 강화된다. 반면 충동형은 난이도가 있는 과제 수행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래서 좋은 성과가 잘 안나오고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 학습무기력에 빠져 새로운 과제에 대한 도전욕구나 인내력이 약화된다.



- 숙고형은 과제가 주어지면 자기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과제의 난이도를 정확히 판단해서 자신의 달성 정도를 적절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충동형은 과제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해 과제 수행에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사용하지 않거나, 자신의 이해 정도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반응을 한다.



그러나 창의력은 충동형이 숙고형보다 더 우수하다. 지적 과제라고 하는 것은 대개 정답이 하나이다. 그래서 제시된 정보를 활용하여 타당한 결론을 끌어내는 사고가 요구된다. 그렇지만 확산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반응이 요구되는 과제에서는 충동형이 더 잘한다.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단어를 떠올리는 연상 테스트나 물건의 이용방법을 열거하는 용도 테스트에서는 충동형이 숙고형보다 더 많은 반응을 보이며, 반응의 다양성 면에서도 우수하다. 또한 블록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작품명을 명명하도록 요구한 결과 숙고형은 모양이 상당히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집’이라고 명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충동형은 ‘십자가, 트럭’등 다양하다. 이와 같이 자유롭고 유연한 발상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사고는 일반적으로 숙고형보다 충동형이 우수하다.



충동형은 충동형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하여 두뇌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 설카인드 등의 연구에서는 일본은 숙고형화의 절정이 8세경이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10세경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일본의 아이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아이들보다 약 2년 정도 빠르게 두뇌성격이 변화한다는 뜻이며, 이는 신중함, 침착함, 정확성에 가치를 두는 일본 사회의 정서와 교육에 의한 영향 때문이다. 대개 숙고형의 부모나 교사는 아이에게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고 대처하는 행동의 모델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도 아이에게 신중함을 요구하는 양육태도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충동형의 부모나 교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보다 빨리를 강조하게 된다.



따라서 충동형은 충동형대로 숙고형은 숙고형대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나 교사로부터 자기주장이 허용되고 인정되면 정서가 안정되면서 나중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억제하는 자기통제력이 길러진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는 유아기부터 충동형의 자기통제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특히 충동형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지도와 배려를 통해 자아 발달을 촉진시켜야 한다. 하지만 집중력과 인내력이 요구되는 학교에서는 충동형은 자신감의 상실이나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충동형은 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나 정보처리방법 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는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여 충동형의 개성이나 특성에 맞는 교육적 배려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자유놀이를 중시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숙고형이나 충동형에 따른 행동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고 개성이 드러나는데, 교사 중심의 지도를 강조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두뇌성격에 따른 행동상의 차이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교사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방법으로는 유아의 개성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뇌성격에 따른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그것이 충분히 발휘되고 육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아의 주체성이나 자율성을 보다 존중해주는 부모나 교사의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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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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