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는 습관을 들여라
» <한겨레> 자료사진
[서천석의 행복육아]
충분히 자야 두뇌 발달에 좋아
인기 있는 드라마의 방영시간 때문인지, 직장 다니는 부모들의 늦은 귀가 시간 덕분인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춰지고 있다. 12시가 되어야 잠드는 부모를 따라 늦게 잠이 드는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워하고, 낮에 토막잠을 자는 식으로 수면을 보충하곤 한다.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물어보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돌이 지난 아이들은 보통 하루에 12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며 유치원에 다니더라도 11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야간 수면과 낮 시간의 한 두 차례의 낮잠으로 이를 보충하는데 여섯 살이 지나면 낮잠이 아닌 야간 수면으로 이 시간을 채우는 것이 좋다.
몬트리얼 대학의 베르니어 교수팀은 12-18개월 월령의 유아를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두뇌 발달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였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수면 시간을 부모가 기록하게 한 후 6개월에서 1년 후에 이 아이들의 두뇌 기능을 측정하였다. 결과는 전체 수면 시간 중 야간 수면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아이들일수록 조절 기능과 관련한 뇌 부위의 발달이 잘 된다는 것이었다. 지능,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야간에 자는 시간이 짧을수록 충동을 통제하는 전두엽 부위의 발달이 좋지 못했는데 최근 ADHD 등 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이 밤에 늦게 잘 경우에는 당연히 야간 수면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야간에 충분히 자는 것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중요하다면 어떻게 일찍 재우는지가 중요한 주제가 된다. 현대의 가정은 저녁 시간에 가장 많은 가족 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아이들은 저녁 시간에 가장 흥분 상태가 되기 쉽다. 아이들은 당연히 좀 더 놀고 싶어하고, 이런 상태에서 부모가 틈을 보이면 수면 시간은 금새 늦어지기 쉽다.
물론 부모가 잠자리에 눕히고 차분하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하면 쉽게 잠이 드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적어도 20%의 아동은 재우려는 부모에게 강한 저항을 보이고 이들 중 80%가 세 돌 이후에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부모가 함께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한다. 9시 정도면 적당하지만 가족의 상황에 따라 10시 정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일단 정한 후에는 보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서서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긴다. 부모가 함께 정한 시간에 대해서는 아이가 불평해도 토론하지 않는다. 단지, 5분 뒤에 잘까, 아니면 바로 잘까 하는 정도의 선택 정도만 할 수 있다. 아이가 만약 부모의 의견을 잘 따랐을 때는 보상을 주되 따르지 않는다고 야단칠 수는 없다. 불을 끄고 아무 활동도 안 하고 아이가 자는 것을 기다리면 누워있는 편이 더 좋다.
잠을 자기 전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등 정해진 행동을 부모가 반복하는 것은 아이가 잠에 드는 것을 더 쉽게 한다. 또 아이가 잠자리에 데려갈 인형이나 담요, 쿠션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낮잠은 되도록 4시 이후에는 재우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의지이다. 부모가 아이를 재우고, 다음에 부모가 할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아이가 자는 시간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자. 이는 아이보다 부모에게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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