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잠 잘 자야 뇌가 똑똑해진다

김영훈 2010. 12. 31
조회수 12970 추천수 0



b5720a61fc0bdc4a19a73c37e42a4de4. » 한겨레 자료사진. 렌즈세상. 사진 김용운님




최근에 비만한 아이들이 많아지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질환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수면 부족도 한 가지 요인이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 보이는 두통이나 과식, 그리고 우울증은 만성적인 수면결핍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수면은 아이의 학습과 정서발달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두뇌 발달이나 신체 발달에도 큰 역할을 한다.




수면이 두뇌 발달에 중요한 이유는 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때가 아이가 잠을 잘 때이기 때문이다.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뇌가 포도당을 가장 많이 쓰는 때가 바로 잠을 잘 때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아이가 잠을 자면 뇌의 활동을 쉬거나 멈춘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수면은 ‘비렘수면’(Non-REM·Rapid Eye Movement)과 ‘렘수면’(REM)으로 나뉘는데 렘수면 동안 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렘수면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렘수면 동안 뇌는 기억을 강화한다. 낮에 수집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수학 한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단기기억으로 대뇌겉질까지만 전달된다. 이것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까지 운반돼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때가 바로 렘수면의 단계이다.




이렇게 수면 중에도 뇌가 활동하는 것은 뇌의 용량부족 때문이다. 뇌에 집중적으로 입력되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억하고 장기기억으로 담기에는 뇌의 용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버려야할 정보와 기억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수면은 신체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뇌의 활동을 그대로 유지해 신체가 휴식을 취하고 뇌는 활동적으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면 수면부족이 오면 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심리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1시간을 적게 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수행능력은 4학년 수행능력보다 못하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두뇌의 에너지인 포도당을 혈액에서 뽑아내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특히 앞이마엽의 기능이 떨어진다. 앞이마엽에서는 목표를 위한 사고력, 일의 결과의 예측, 자기 행동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기능이 떨어짐으로서 수행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잠이 부족한 아이들은 공부와 같은 수행능력이 필요한 작업은 피하려고 하고 단순하고 재미있는 게임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지능에도 영향을 준다. 주말에 한 시간 늦게 잘 경우 지능검사를 해보면 7점이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데 기억력과 집중력, 계산력이 모두 떨어진다. 영어책이나 국사책을 읽을 때 영어단어나 역사연표를 보고 배운다고 바로 외워지는 것은 아니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해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양을 공부해도 잠이 부족하면 두뇌는 잠자는 동안 많은 양의 공부를 다 처리할 시간이 모자란 것이다. 영어단어의 기억은 깊은 잠인 논렘 수면의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감정이 실린 기억은 얕은 렘수면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면 음성기억은 수면의 모든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낮 동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면 그날 밤은 더 많이 자야 하는 것이다. 밤 동안 숙면을 취해야 영어단어와 수학공식, 역사연표 등 세세한 사실들을 제대로 익히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부정적 정서를 일으킨다. 뇌는 기억할 것이 긍정적인 자극이냐 부정적인 자극이냐에 따라 처리하는 장소가 다르다. 긍정적인 기억은 해마가 처리하는 반면 부정적인 기억은 편도체에서 처리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편도체에 비해서 해마의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잠이 부족한 아이들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기억만을 하게 되고 즐겁고 긍정적인 기억은 하지 못한다.




밤잠이 부족하면 낮에 두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잠이 부족한 두뇌는 낮 시간에 잠을 보충하려고 한다. 밤에 못 잔 아이들은 낮에 자는 경우가 많다. 9시간의 생리적 수면시간이 필요한 초등학생 2-3학년 아이가 밤에 6시간을 잤다면 두뇌는 부족한 3시간의 잠을 보충하려고 낮의 두뇌활동이 느려진다. 밤잠이 부족한 아이는 낮에 졸면서 잠을 채우는 것이다. 밤잠이 부족하면 낮 동안의 공부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공부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는 것이 좋을까?




첫째, 매일매일 9시간을 꼬박 자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효과적으로 잘 수만 있다면 6~7시간을 자도 충분하다. 최적의 수면시간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앞뒤로 한 두시간을 더 자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아이들마다 수면양이 다르고 수면양상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자기에게 적합한 생체리듬을 찾아야 한다. 만약 아이가 6시간 미만으로 잤는데도 낮에 졸리지 않으면 수면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수면패턴을 3주 이상 지속하였는데도 몸 상태가 좋아야 한다.




둘째, 수면시간으로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마라. 아이가 아침에 깨워도 안 일어난다면 아이가 게으르다고 야단칠 일이 아니라 아이의 수면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아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다면 수면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아이와 상의하여 학습량을 줄이고 수면의 양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부하길 바란다. 12시부터 5시가 최상의 수면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때 6시 전에 일어나 공부하는 게 1시나 2시까지 공부하는 것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6시면 일어나 등교준비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새벽공부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더 일찍 일어나 새벽 4시에 공부하는 것은 2시에 잠드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최상의 수면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밤과 새벽은 잠을 위한 시간으로 정하고 낮과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잠을 의지로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잠은 생각한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철저하게 생체리듬에 따른다. 개인차도 많아서 6시간만 자도 상쾌한 나폴레옹형 아이가 있는가 하면,10시간을 자는 아인슈타인형 아이도 있다. 흔히 부모들은 잠은 의지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데 아이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은 정해져 있고 이것을 채우기 위해 두뇌는 끊임없이 자려고 할 것이다.




넷째, 먹는 것으로 수면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밤 11시나 12시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 부모는 아이에게 간식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잠자기 전에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잠을 깊이 자기 어렵다. 밥, 국수, 감자 등에 포함된 복합탄수화물은 소화가 되는 과정에서 숙면을 방해한다. 기름에 튀긴 음식도 수면에는 좋지 않다.




다섯째, 늦잠을 두려워하지 마라. 청소년들이 매일 한 시간 더 늦잠을 자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의 등교시간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늦췄더니 시험성적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수면각성리듬이 2시간 이상 늦기 때문에 성인처럼 새벽공부를 하면 공부효율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자야 하고 중요한 과목은 가장 집중력과 기억력이 좋은 오후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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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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