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죽을만큼 괴로운데…

2010.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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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여성의 몸에 자리하게 된 순간부터 막상 당사자인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더라도 몸은 생명의 꿈틀거림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온 몸이 피곤함으로 천근 만근이고 약간의 미열감과 함께 감기 몸살 기운이 동반되며 속도 쓰린게, 심할 경우 웩웩하면서 토하기도 하고 말이다. 드라마에서 하도 임신 장면을 보아온지라, 대게 구토가 시작되면 한 번쯤은 혹 임신이 아닌가하고 의심을 하게는 된다만 그렇다면 임신부들은 누구나가 다 입을 틀어막고 웩웩거릴까?


입덧은 왜, 언제 생기는가?


입덧 소견, 즉 오심과 구토는 임신부의 약 70-80%가 겪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대개 임신 6주 경부터 시작되어 임신 8-12주 경 최고조를 이루고 임신 14-16주까지 지속된다. 임신이 시작되면서 분비되는 임신성 융모성생식샘 자극호르몬(hCG)과 에스트로겐이 임신 주수와 함께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덧을 겪는 임신부의 절반 정도가 임신 14주 경이면 사라지게 되며 약 90%의 임신부는 임신 22주가 되면 입덧이 없어진다. 그러나 때로는 임신 기간 내내, 분만 직전까지 입덧이 심하여 출산의 고통보다 입덧의 공포감으로 인해 다음 임신을 극구 회피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임신부의 증상과 다른 피검사, 소변검사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 위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단순 입덧이 아닌 위장 병변 유무를 가리는 것이 임상적으로 요구되기도 한다.


주로 아침에 심하고 어떤 경우 하루 종일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지속되기도 하는 입덧은 그러나 참아서만 되는 질환은 아니다. 심한 경우 중증 이상의 체중감소와 더불어 전해질 불균형과 산/염기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하고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양상의 입덧을 보이는 경우를 과다입덧(Hyperemesis gravidarum)이라 진단하는데, 일반적으로 전 임신의 0.5-2.0%에서 발생한다. 과거 과다입덧 기왕력이 있거나, 여아 임신, 다태 임신, 염색체 이상, 태아수종, 현재 또는 과거 포상기태 임신과 연관이 높다. 또한 편두통이 있거나 당뇨, 심각한 저체중 산모, 갑상선항진증, 비타민B6(피리독신)결핍증, 위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서도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한다.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 때의 무서운 합병증


수액을 통한 영양보충방법이 없었던 과거에는 과다입덧 자체가 임신부와 태아 모두에서 사망률과 유병율을 증가시켜, 모성 사망의 주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현재 이러한 사망률은 극히 드물지만, 과다입덧으로 인한 비타민B1 결핍증에서 비롯되는 베르니케 뇌병증(Wernicke encephalopathy), 대량구토로 인해 식도가 파열되거나 찢어져서 출혈이 유발되는 말로리-바이스 병(Mallory-Weiss tears), 폐기흉, 심각한 탈수로 인해 콩팥 이상을 초래하게 되는 급성 세뇨관 괴사(acute tubular necrosis) 등이 동반되면 임신부의 목숨이 위험해지기까지 한다. 따라서 평범하고 가벼운 입덧 소견과 그 이상의 중증 입덧인 과다입덧 소견은 반드시 구분되어야만 하고 치료를 요하는 응급 질환 중 하나이다.


이런 응급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5%이상 체중감소와 함께 기립성 저혈압, 피부탄력도 저하와 전신 쇠약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런 경우에라도 맹장염이라 알려져 있는 급성충수염, 담낭염을 비롯한 담관계 질환, 췌장염,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궤양 또는 위장염, 간염, 그리고 소장 패쇄 질환에서도 이런 증상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병원으로 쫓아가서 제대로 된 검사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슨 검사를 받는가?


피검사로 전혈검사, 즉, 빈혈유무, 혈소판 기타 백혈구 이상 등을 보기도 하며, 생화학적 검사로 전해질 불균형, 간기능 검사, 콩팥 기능 검사를 함께 확인한다. 때로는 갑상선항진증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소변으로 현재 산염기 불균형 등을 검사한다. 초음파로 포상기태와 기타 비정상임신을 구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입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무슨 치료를 어떻게 받나?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체내 탈수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혈당, 멀티비타민, 마그네슘, 피리독신과 티아민 등의 영양소를 공급하며 임신부 본인이 느끼기에 어느 정도 밥을 먹을 수 있고 건강 상태가 호전되며 체중이 조금씩 증가하는 순간에 퇴원을 결정한다.


사실 입덧이 너무 심하여 냄새조차 맡지 못하고 있는 족족 토하는 임신부의 경우 항구토제가 필수적으로 도움이 된다. 온단세트론(Zofran)이라고 하는 항구토제는 항암제 치료를 시행하는 환자의 구토를 예방해 주는데 대단히 유용한 약제로 쓰이고 있는데, 임신 중 사용하더라도 태아에 비교적 안전하므로 미국에서는 과다입덧으로 인한 응급상황일 때 제일 먼저 이 약을 투여한다. 항콜린제제도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약제이며 이러한 약들은 태아 기형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보고된다.


일상 생활에서 과다입덧을 예방하기 위한 처치는?


고탄수화물 또는 고단백 식이를 소량씩 자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속이 미식거릴 때 오히려 자극적인 음식들, 즉, 맵고 짜고 신 음식을 과하게 찾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오히려 임신으로 인해 장운동이 저하된 임신부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쳐 구토 증상을 더 유발한다. 입원시 피리독신이나 기타 항구토제 처방이 필요했던 임신부들 중에는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기억나는 환자 분들…


사실 산부인과 의사로 임신부들을 보게 되면 가끔 나 자신이 속상할 때가 있다. 그런 질환 중에 과다입덧이 들어가는데, 환자는 죽을 만큼 괴로운데도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이 ‘누구든 겪는 입덧으로 유세하지 마라’는 식의 무언의 언질을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토하고만 있는데, 세상 사는 재미는 무엇이며 임신의 기쁨이 또 무엇이랴! 아무리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이런 때에는 즉각적으로 입원하여 수액치료를 받게 되면 한결 나아진다.


몇 달 전, 이번이 두 번째 임신이라며 반듯하게 생긴 한국 남편과 꼬챙이처럼 마른 캄보디아 여성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눈에 보아도 여성은 곧 쓰러질 지경의 파리한 얼굴, 평상시 체중이 49Kg인데 임신 후 39Kg으로 빠졌다고 울먹이는 그녀 옆에서 남편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첫 애 때에도 그러했고 첫 애 때 임신 14주에 입덧이 사라졌으니, 지금부터 2주만 견디면 입덧이 사라진다’고 애기하고 있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나 역시 조용 조용, 과다입덧의 위험성과 산모의 처해진 상황에 대해 근 30여분을 자료 제시하면서 설명을 드렸고 설득하려 노력하였지만 결국 그들은 돌아섰다. 글쎄, 내 느낌이었을까? 돌아서는 그녀의 눈물이 글썽이는 커다란 까만 눈… 의료적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도움 받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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