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교육, 남편과 아내의 공감이 제일 중요

2010.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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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3e2df45617a96a10d44ec60a0f84.  "임신 축하드립니다! 초기이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사우나 또는 찜질방은 피하시고 입덧이 조금씩 시작될 터이니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드시지 마시고… 모유수유와 자연분만 공부 시작하시고 남편 분도 함께 산전교육 받으실 준비하세요"



   초음파로 아기 심장 박동을 확인하고 기대에 들떠 있는 갓 결혼한 신혼 부부에게 이런 저런 설명과 주의점을 늘어놓으면서, 항상 빼먹지 않고 꼭 당부하는 산전교육과 모유수유 교육에 대해 설명할라 치면 언제나 그렇듯 부부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아니, 벌써 산전교육과 모유수유 교육이라니요?’라고 묻는 표정에 틀림없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임상에서 산모들을 돌본 지 거진 십여 년, 그 동안 나도 부른 배로 뒤뚱거리기도 하고 하나 둘씩 아이들도 늘어가면서 아내 역할, 며느리 역할, 엄마 역할들을 경험하다보니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만 준비를 더 잘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시행착오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첫 아이 분만. 터질 것 같은 배로 낑낑대며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분만일자를 하루 하루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님께선 무척 조심스레, 그리고 안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이 노래져야 애가 나오는데…’ 그러나 전공의 2년차였던 그 무렵의 나는 거칠 것이 없어서 뭐, 그까짓 것 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막상 직접 겪어본 산통은 상상이상이어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막바지 힘주기를 시도한 끝에 쭈글쭈글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때의 신기함, 감격은 말해 무엇하랴. 아닌게 아니라 세상을 다 가진 듯 하던 우리 부부는 외려 분만 이후가 너무나 힘에 겨웠다. 아기 돌보는 것에 대해선 전혀 무지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한글판 소아과 책 어디에고 ‘육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음을 깨닫기 시작했고 남편도 허둥지둥, 나는 더 죽을 맛이었다. 둘째의 경우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지만, 외려 더욱 깊고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고 ‘이래서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산모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산후 우울증을 앓았다.



    그러나 셋째의 경우엔 달랐다. 뜻밖의 임신이었지만, 남편도 나도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실천했다고나 할까? 남편도 임신한 나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하였고 분만 휴가 기간 동안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넷째 출산 이후 더 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몸과 마음이 준비되었던 까닭일까? 넷째 출산 이후가 인생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시기였다고 기억된다.



    대부분의 산모와 남편은 임신이 주는 양가 감정, 즉, 기쁨과 두려움, 감동과 초조함, 설레임과 답답함을 함께 겪는다. 육아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정작 어떻게 아기를 돌보는지, 자연분만 진통을 잘 극복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임신 기간 동안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알려 하지 않는다. 나름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저 몇 사람의 경험담과 인터넷 상의 귀동냥, 가끔 들춰보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두꺼운 책이다.



    산전교육을 받을라치면 어디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동안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모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한 가지 표준 학습법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간호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원칙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그 테두리 내에서 남편과 아내가 더 많은 대화와 공감을 통해 부부로써, 부모로써 거듭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산전교육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은 일찍, 될 수 있으면 임신 초기부터 교육을 받아 임신 중 실천 사항을 인지하고 실행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다지고, 또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금 반복하여 복습하도록 하면 손해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단, 남편이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꼭 한 두 번 쯤은 함께 참여해야만 남편도 마음의 준비를 할 여지가 생긴다.



    산모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데, 하물며 남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의사, 간호사를 아내로 둔 많은 남편들은 ‘그 방면으로는 전문가인 아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은근히 떠미는 경우가 많은데, 무슨 소리! 아무리 의사이고 간호사라 할 지라도 엄마로써는 초보 중 왕초보인 법! 



    분만 이후가 더욱 편하려면 반드시 남편과 함께 산전교육을 받도록 하자.  요즘은 본인이 다니는 병의원이나 지역 보건소에서도 진행하는 산전 교육이 많으므로 산모 본인과 남편의 시간을 적절히 조정하여 교육받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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