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엄마와 아빠의 두뇌조화

김영훈 2010. 05. 13
조회수 11139 추천수 0

1ea1f863979abde1b520631b44f84cc0.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졌다.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왔을 때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반응할까? 엄마는 일단 화들짝 놀라면서 아이를 끌어 안고 ‘많이 아프지?’하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며 아이를 위로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울음이 조금 진정이 되면 ‘어디 많이 다친 데는 없니?’하고 아이를 살펴볼 것이다. 아이도 엄마가 자기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니 감정도 가라앉고 기분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아이는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시도할 것이다. 아빠는 어떨까?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오면 아빠는 아이를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볼 것이다. 아빠의 마루엽은 한눈에 아이가 응급실에 갈 상황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응급실에 갈 상황이 아니라면 ‘왜 다쳤니?’하고 다치게 된 전후 사정을 물어보고는 아빠가 관여해야 할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방에 들어가라’하고 말할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아이가 왜 저렇게 서럽게 우는지 아빠는 관심이 없다. 아니 공감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엄마와 아빠의 육아태도가 다른 것은 전적으로 뇌의 차이 때문이다. 엄마의 뇌는 공감에 더 적합하고, 아빠의 뇌는 체계를 이해하고 만드는 일에 더 적합하다. 엄마의 뇌는 공감의 뇌이기 때문에 아이를 이해하는데 자연스럽다.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이의 정서 상태에 적절한 정서로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 반면에 아빠의 뇌는 체계화의 뇌이기 때문에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관적으로 알아낸다. 엄마가 상황을 감성적으로 판단하는데 반해 아빠는 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아빠는 엄마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사건이나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효율적인 뇌이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연결로로써 엄마는 두껍고 아빠는 가는 것이 특징이다. 엄마의 뇌량이 더 크다는 연구들에서는 뇌의 두 반구를 이어 주는 신경섬유가 더 많기 때문에 그 크기가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가 좌우뇌 사이에서 빨리 전달되어야 잘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나 공감하기는 엄마가 더 잘할 것이다. 엄마의 뇌량은 좌뇌와 우뇌가 소통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백화점에 가면 쉽게 옷을 결정하지 못한다. 좌뇌가 본 옷과 우뇌가 본 옷이 다르기 때문이다. 좌뇌와 우뇌가 만족하는 옷을 고르려면 백화점을 온통 다 뒤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빠는 얼마나 빨리 옷을 고르는가 보라. 좌뇌와 우뇌 중 한쪽 뇌만 만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들은 엄마와 쇼핑가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하였을 때는 엄마가 좋은 결정을 내린다. 아빠가 고른 옷이 반품이 더 많다. 또한 엄마는 동시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지만 아빠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빠는 TV를 보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를 어르면서 회의도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도 엄마와 아빠의 뇌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전혀 다른 뇌의 성향은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완전해진다. 엄마와 아빠의 영향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아이는 보다 완전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아빠의 육아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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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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