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고를 때,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골라야

2010.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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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보름 정도 남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어린이날을 챙기다 보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장난감 하나라도 사줘야 하니 빠듯한 살림을 하는 엄마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왕 산다면 아이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할까?



장난감 고르기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장난감을 골라야 한다. 어떤 엄마들은 우리 아이만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발달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장난감을 골라주기도 한다. 이 때 아이는 새로 받은 장난감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게 된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태도에 상처받기 일쑤다. 상처를 받은 엄마가 아이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면 아이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닌 엄마의 욕심이 문제인 것이다.



두번째 원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라는 사실이다. 엄마들은 대개 교육적 효과를 선전하는 장난감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장난감은 교육적일 수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어떤 장난감도 적절한 방법으로 가지고 논다면 나름의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조잡하면 조잡한대로, 유치하면 유치한대로 아이는 그 속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확장시킨다.



세번째 원칙은 아이와 함께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만 3살만 지나도 아이는 분명하게 자기 취향과 주관이 생긴다. 아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을 사주는 것은 결국 부모이지만 아이를 결정 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자율과 책임을 아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사주라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 아이들의 장난감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편중되거나 부모의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통제력이 덜 발달한 상태여서 선택이 극단적일 수도 있다. 이를 막으면서도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미리 서너 개의 품목을 골라 놓고 그 중에서 고르게 하는 것이 좋다.



장난감 고르기의 마지막 원칙은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 장난감을 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너무 설쳐대서 얌전하게 놀라고 인형을 사줬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아이의 성격을 파악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처방은 틀렸다. 분명 그 아이는 인형에 별다른 흥미가 없어서 구석에 던져놓거나 아니면 인형이 마치 공인 것처럼 차고 던지면서 놀 것이다. 아이가 부산하고 공격적이라면 차라리 때리고 부수는 장난감을 사 줘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도록 해주는 편이 낫다.



반대로 소극적인 아이라면 여럿이 함께 갖고 노는 장난감보다는 혼자서 가지고 놀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난감이 낫다.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 엄마가 아니다. 장난감을 줬다고 엄마로서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니다. 장난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장난감을 사주고 함께 놀아줄 바로 엄마이다. 값싼 장난감이라도 그것을 가지고 함께 즐겁게 노는 엄마가 비싼 장난감 뒤에 숨어 아이를 관찰하기에 급급한 엄마보다는 훨씬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결국 장난감은 문제가 아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아이와 같이 하려는 엄마의 마음이다. 아이는 그 마음속에서 자신을 열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행복한아이연구소장(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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