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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걱정에…결혼 사실 감추는 ‘경단녀’들

베이비트리 2014. 10. 14
조회수 355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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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때 “결혼 언제?”…사실대로 밝히면 번번이 탈락
혼인신고 미루고 소개팅 들어오면 거절하느라 ‘진땀’
전문가 “고용 차별 조사·시정할 정부 기구 필요” 제안

한 대기업에서 계약직 사서로 일하는 김아무개(30)씨는 회사 동료들이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할 때마다 이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뺀다. 김씨는 이미 2012년에 결혼한 ‘유부녀’다. 하지만 결혼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도, 혼인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사서는 2년 단위 계약직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결혼 여부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해 직장을 구하면서 이력서에 ‘기혼’이라고 적었다가 번번이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한 회사 면접장에서는 “결혼 계획은 언제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이후로 이력서에 ‘미혼’이라고 적기 시작했고, 곧바로 서류전형과 면접에 합격했다. 김씨는 13일 “당장 일을 하는 게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결혼하는 걸 회사에서 안 좋아한다고 하니,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해서 혼인신고는 아이 낳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결혼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겠다며 여러 대책들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처럼 현실은 팍팍하다. 지난 5월 결혼한 안아무개(25)씨는 취업 불이익을 걱정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미루다 시부모의 ‘압박’을 못 이겨 결국 ‘법적 기혼자’가 됐다. 항공사 승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안씨는 “항공사 공채 시 서류 통과도 중요한 관문인데 결혼 사실을 밝혀 괜히 감점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승무원학원 선생님이나 스터디 친구들도 결혼 관련 질문은 꼭 나온다고 한다. 그에 대비한 답변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에게 결혼은 경력 단절의 큰 원인이 된다. 재취업도 어렵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쓴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재취업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9.7년이다. 평균적으로 27살에 경력 단절이 이뤄지는데,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37살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런 차별은 해당 기업에서 부인하면 확인할 수가 없다. 우리도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처럼 고용 차별을 조사·시정하는 정부 직속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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