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쇼핑가에 나온 아기들의 고통

이정희 2014. 09. 25
조회수 13694 추천수 0

03619266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김은형 기자>

 

"10개월 된 첫 손자를 위해 늘 센스 만점인 시아버님께서 여름용 포대기에 이어서 최신형 힙 시트 아기 띠를 선물하셔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포대기 소재가 시원하고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외출할 때도 훌륭하답니다. 이번 아기 띠는 멜빵끈이 넓어서 우리 아들 우량아를 안고 오래 걸어도 편안합니다. 아기 잠재울 때는 포대기가 필수품이죠. 아기 등에 고감도 센서가 있는지라 잠든 것 같아서 눕히면, 바로 깨어나는 것이 참 신기해요. 울리기 싫어서 어느 때는 아기를 안고 소파에 기대서 낮잠을 즐길 때도 있어요. 엄마등과 가슴에 안겨서 잠들면 애착 형성에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라 여깁니다. 주말 쇼핑에는 주로 남편이 아기 캐리어를 메고 나가면, 우리 아들은 목마를 탄 기분인지 두리번거리며 소리까지 지르며 너무 좋아합니다."

 

평일 낮 시간대와 주말의 쇼핑센터 고객층은 신생아부터 영유아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젊은 육아 맘들이 어린 아기를 안고서 쇼핑가를 거니는 풍경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엄마 대신 신세대 아빠들이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온 가족이 나들이 나온 모습도 자주 목격합니다. 또 오후가 되면 수면 덮개 속에 고이 잠들어있는 영유아들의 연령대는 제한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전천후 외출을 감행하는 젊은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의 "편안한" 이동을 겨냥한 용품들은 다양합니다. 예컨대 아기 띠, 캐리어, 슬링, 힙 시트로 발전하더니, 요즘은 복합형 '힙 시트 아기 띠'가 유행입니다.

 

이런 육아 용품들은 유모차를 비롯하여 외국에서 직수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0년대 서양식 아기 띠 수입이 단시간에 유행된 이유는 인서트의 부착입니다. 전통 포대기를 사용하면 목가누기 조차 어려운 영아들은 데리고 나가기는 어려웠지만, 이제 인서트기 달린 편리한 서양식 아기 띠 덕분에 부담 없이 외출하는 젊은 부모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생아를 포함하여 어린 아이를 이렇게 안은 상태로 외출한 많은 엄마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근거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요?

 

우선 아기 이동을 위한 다양한 육아 용품의 홍보 문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양 각국에서 1983년 이후 등장한 이른바 "캥거루 케어"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2005년 소개되어 지금도 주목받는 육아법입니다. 아기 몸과 엄마 몸을 최대한 오래 밀착시켜 아기를 안아주면 좋다고 강조하는 캥거루 케어에 알맞게 베이비 슬링이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캥거루 주머니를 디자인에 반영한 슬링은 아기가 엄마 품에서 포근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밖에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아기를 메고 안아서 이동하기 편리하고, 더욱이 엄마와의 접촉을 통해 아기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을 돕는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2010년대에 들어서 육아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와 조부모에게 까지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육아와 황혼 육아를 위해 아기를 안고 놀아주는 편리함이 강조된 힙 시트가 보급되었고, 최근 몇 년 사이 복합형 '힙 시트 아기 띠'의 장점은 장시간 안정감 있는 외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전통 육아의 비밀"을 담고 있는 포대기 Podaegi를 서양에서 재조명한 이후, 우리 전통육아에 대한 우수성과 자부심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류 포대기의 우수성 중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포대기 안이 태내와 비슷한 환경이라 포대기로 업어주면 아기는 심리적 안정감을 지니므로 엄마와 아기의 애착관계를 만드는데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요약하면 편리한 많은 도구를 사용하여 어린 아기를 안고 메고 업고 지고 이동하는 동안 아기와의 상호작용, 애착형성에 도움이 되며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아기와의 외출을 즐기며 이렇게 안심하는 육아 맘도 드물지 않습니다. "최소한 생후 50일을 넘기고 외출하라는 시부모의 당부를 지켰으니, 아가와 바람도 쐴 겸 슬슬 밖에 나왔어요. 그런데 아기 띠를 하기에 몸이 너무 작아서 슬링을 사용해보니 참 편리하네요. 특히 두 손이 자유로워서 쇼핑하기에 좋아요. 슬링 안에서 잠자는 아가는 엄마가 안아주는 포근한 느낌을 가질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엄마가 메고 있는 슬링 안에 넣어진 아기가 정말 포근하게 느낄까요? 일명 캥거루 주머니 안에 잠자고 있는 아기 자세가 바닥에 누워서 자는 것 보다 편할까요? 아기 띠로 묶여서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아기의 사지는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나요?

 

안아주고, 업어주는 육아법이나 캥거루 케어가 아기의 정서 안정과 발달을 향상시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생아가 자주 외출하는 만큼 아기는 신체 발달을 위한 조건과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만3세 미만의 영아기 발달에서 특히 움직임의 중요성을 강조한 헝가리의 여의사 에미 피클러 (1902-1984)의 영아 교육학은 요즘 우리에게 더욱 시사적입니다. 적어도 생후 1년간 어린 아기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람 몸의 기둥인 척추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신생아시기에 누워있기, 뒤집기와 배밀이에 이어서 기어 다니기와 앉기 서기 걷기의 발달이 충분한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이루어지도록 아기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현대 도시 생활에서 아기를 태우고 안고 업고 외출하는 것은 아이 몸을 가두어 놓는 것과 같습니다. 즉, 바깥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어린 아이는 충분히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런 발달의 억제가 아기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양육자가 아기의 일생을 좌우하는 건강한 신체 발달을 원한다면, 잦은 외출 보다 오히려 집에서 아기가 자유롭고 편하게, 그리고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4개월 된 남아입니다. 재울 때 베개를 베어주면 꼭 웁니다. 바닥에 그대로 눕히면, 혹시 목뼈 발달에 이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더 부드러운 베개를 구해야할까요? 또 유모차 타기를 아주 싫어해서 외출할 때 아기가 울어서 힘겹습니다.


A. 아이마다 다르지만, 잠자는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기가 베개를 싫어하면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움직이는데,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억지로 베개를 넣어주면 경추발달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유모차 바닥의 머리 부분에 볼록하게 나온 쿠션도 아기를 성가시게 할 수 있으니 잘 관찰해 보어야 합니다. 

평소 움직임이 많은 아기는 유모차 타기를 싫어합니다. 유모차 공간이 아무래도 좁게 제한되어 닫혀져 있는 느낌이므로 움직임이 큰 아기들은 불편해 합니다. 유모차가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고, 적어도 돌까지는 비좁은 공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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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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