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설사 동반할 수도
영아는 감기약 복용 주의
무더위 속에서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관련 전문의들은 잠들기 전 덥다고 창문을 열고 자거나 에어컨을 과다하게 켜 놓는 등 온도 차이가 큰 생활을 하는데다가, 탈수 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관련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여름철 감기의 원인과 예방 및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 큰 일교차, 피로 등이 원인
요즘 날씨는 낮에는 무덥고 한밤이나 새벽에는 기온이 내려가 일교차가 크다. 밤에 잘 때 덥다고 창문이나 방문을 모두 열어 놓거나 에어컨, 선풍기 등을 켜고 잠들면 새벽에 차가워진 공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더위 때문에 밤잠을 설치거나 피곤해서 낮에 사무실 등에서 잠시 낮잠을 잘 때 지나치게 강한 에어컨 바람을 쐬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무더위에 몸이 지치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린 뒤 잘 낫지 않을 수도 있다.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이 부족해도 감기에 걸릴 가능성은 커진다.
■ 계절성 인플루엔자와는 무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의 감기는 적지 않은 비율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일 수 있지만, 여름철 감기는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리노 바이러스나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많다. 또 감기 증상과 함께 복통, 구토, 설사 등 소화기계 증상을 나타내는 장 바이러스가 원인일 때도 있다. 이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잘 쉬고 필요에 따라 증상을 줄여주는 약을 쓰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이밖에 에어컨 등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기도 드물지 않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나 올해 초부터 유행한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경우 이미 지난 5월부터 거의 다 사라졌으나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 지역을 여행한 경우 감염됐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충분한 휴식이 치료이자 예방
감기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손씻기 등 위생습관을 철저히 지키고 몸의 면역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 신종플루 유행 때 보건당국이 가장 강조한 위생습관이 바로 철저한 손씻기다. 감기 역시 대부분 바이러스 질환으로 손만 잘 씻어도 감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이와 함께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는 충분한 휴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탈수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수분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에어컨이 켜져 있는 사무실이라면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잘 챙겨 마셔야 한다. 환기도 중요해 1시간 간격으로 5~10분 정도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아울러 실내외 온도차는 5도가 넘지 않도록 온도 조절을 해야 한다. 에어컨을 오랜 시간 켜 놓으면 기침, 콧물, 목의 통증,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나는 이른바 냉방병에 시달릴 수 있으며, 감기와도 헛갈리기 쉽다. 이 냉방병은 냉방기구 사용만 자제해도 저절로 좋아진다.
■ 돌 이전 첫 열은 소아과 찾아야
여름철 감기는 아이들도 피해 가지 않는다. 특히 돌 미만 아이들은 아직 몸의 체온 유지 기능이 어른처럼 발달돼 있지 않아 온도 변화에 민감해 감기에도 유의해야 한다. 만 2살 미만의 아이들이 감기 증상을 보일 때에는 종합감기약 등을 함부로 먹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물론 미국 식약청도 2살 미만의 아이들의 경우 감기약이 주는 이익은 별로 없고 부작용이 많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필요한 약만 먹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 1~2살 아이들의 경우 기침, 콧물 등이 나더라도 잘 놀고 잘 지낸다면 특별히 약을 쓸 필요가 없지만, 38도 이상의 열이 나거나 몸이 축 늘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것이 좋다. 또 돌 미만 아이들의 경우 열이 생후 처음으로 난 경우에는 단순 감기일 때도 많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원인에 의한 경우일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병원을 가는 게 좋다. 기침, 콧물 등과 같은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돼도 마찬가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창진 장스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