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기의 명절 증후군 "나도 쉬고 싶어요"

이정희 2014. 09. 17
조회수 10556 추천수 0

04475254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임지선 기자 >


 "명절에는 시부모님 댁에 4대가 모입니다. 95세 증조모님을 비롯하여 아직 미혼인 시동생과 시누이, 게다가 사촌 형제들까지 약 20명이 됩니다. 대가족 분위기를 만끽하는 기회입니다. 이번 추석에 저희 온 가족은 (만2,5세 아들과 이제 4개월 된 쌍둥이 두 딸) 추석 준비를 거들기 위해 하루 전날 도착했습니다. 지난달에도 증조부님 제사 때문에 시고모님 가족까지 25명 모였습니다. 이렇게 큰 단위 행사에서 아이들 셋은 집안의 꽃입니다. 어른들 모두 쌍둥이 딸을 늘 신기하게 쳐다보셔요!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귀여움을 듬뿍 받고 귀가하면, 쌍둥이는 밤에 꼭 잠투정을 심하게 하고, 낮에는 안아 달라고 자주 보챕니다. 큰 아이 때도 이런 증상을 느꼈는데, 혹시 어린 아이들에게 외출 증후군 같은 것이 있나요?"

 

 

엄마로서 아이 관찰을 아주 잘 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이니 집집마다 아기들의 희소가치가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요즘 어떤 가정이든지 아이가 태어나면, 친가와 외가에서 집안 경사 중의 경사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기용품'의 구매자는 부모를 제외하고 집집마다 평균 약 6-10명이 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조부모, 외조부모, 고모, 삼촌, 외삼촌, 이모 등) 아이에 대한 사랑을 물질로 표시하는 가족 수가 이처럼 많은데, 아이를 직접 보면 어른들은 더욱 강도 높은 관심을 쏟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귀여움의 대상이 되어 각별한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돌 미만의 아이를 마주하면 어른들은 인지상정으로 어루만지고, 얼러주며 대부분 안아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말을 못하는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요?

돌 이전의 자연스런 움직임 발달과 돌봄의 손길을 중요시하는 피클러-(영)영아 보육학에서는 아이 존재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존중을 강조합니다.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귀여워하며 ‘헝겊인형’처럼 아기를 자주 만지는 것은 아기 발달을 순간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사람마다 안는 자세와 손놀림은 당연히 다릅니다. 큰고모가 방금 안아주고 이어서 작은고모가 또 안아줍니다. 조금 지나서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안아주다가 삼촌에게 넘겨준다면, 아기는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어릴수록 엄마 냄새뿐 아니라 엄마 품을 쉽게 구분하므로, 타인의 손길과 품안은 아기에게 낯선 자극들로 연달아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른들이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아이들을 마주 대할 때, 순간마다 성장 발달하는 아기를 위해 몇 가지를 조심하며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어른의 입장에서 귀여움의 표시로 누워있는 아기를 안아 주는 것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운 자세로 아기가 혼자 움직이는 것이 척추 발달에 유익하므로, 차라리 귀여운 아기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웃어주면 그것으로써 상호작용은 훌륭합니다.

 

둘째, 아이를 안아줄 때, 가능한 수평을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직으로 안아주면,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시선의 위치에 따라 더 많은 자극을 받기 쉽습니다. 특히 울음을 달래려고 안아줄 때, 서서 흔들어 주는 강도에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근하기보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한사람씩 아기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을 마주함 자체가 아기에게는 커다란 자극이므로 잠시 조용한 쉼이 필요합니다.

 

넷째, 아기가 있는 주변은 늘 조용해야 합니다. 목소리 뿐 아니라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가 아기를 자극합니다. 사람의 귀는 늘 열려있는 기관이므로 큰 소리에 노출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줘야 합니다.




Q. 추석 2주전에 외곽 식당을 빌려서 첫딸의 돌잔치 행사를 조촐하게 마쳤습니다. 양가의 사촌까지 초대했는데, 대략 40명이 되었습니다. 외부 손님 없이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로는 돌 상차림만 간단히 했어요. 아기가 조금 예민한 편이어서 음악과 마이크 소리를 최저로 사용했는데도, 그 날 이후 아기의 잠투정이 심하게 늘었습니다. 낮잠 시간에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서 힘드네요. 친정엄마는 돌 지내고 아기가 약아지는 현상이라고 위로하시던데, 이런 외출이 아기 신경에 무리를 준 것이 아닌지 은근히 걱정입니다.


A. 큰 공간에서, 많은 사람 가운데 적어도 2-3시간 이상 보낸 것 자체가 생후 1년 된 아기에게 무리입니다. 이벤트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돌 상차림 앞에 앉혀놓으면, 아기는 힘듭니다. 상차림의 물건들이 신기할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한꺼번에 다가온 자극들은 아기가 감당하기에 벅찬 것입니다.

갑작스런 외부 자극들을 회복하는 의미에서 집안 분위기를 조용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을 돕기 위해 낮 동안의 돌봄에서(먹이고, 산책하고, 씻기고, 재우기 등) 생활 리듬을 규칙적으로 지켜주어야 합니다. 또한 낮 동안 집에서 아기 혼자 편안하게, 가능한 많이 움직이도록 해주고, 유모차에 태워서 이동하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 회수와 시간만큼 아기 스스로 움직이는 기회를 빼앗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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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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