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네는 아이들의 새학기 시작으로 분주하다. 7년만에 두 아이를 같은 학교에 보내며 자유시간을 만끽하려는 여유는 어디로 가고, 새학기 증후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토토로네 둘째딸은 엄마 껌딱지가 왠말, 언니와 함께 학교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 정말 둘째를 보다보면 그 동안 떨어지기 힘들어했을 때 어르고 달래고 부단히 애썼던 인내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싶다.

 

문제는 토토로네 첫째딸. 2학년에 올라가면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버리고 나니, 워낙 성격도 내성적인 아이가 새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학교를 다녀온 첫째날은 급기야 친구가 없다며 울기 시작해서 학교가 무섭고, 다시 예전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서로 친한 아이들 사이에서 외톨이마냥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아이에게 환경변화는 신중해야함을 알지만, 그래서 어렵게 결정한 이사였지만, 역시 큰 아이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괜히 남편에게 당신때문이라며 화풀이를 해버렸다. 특히 이사온 동네가 백인 동네여서인지 학교에서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리들 속에서 까만 머리에 쌍꺼풀 없는 우리 아이들이 눈에 띄는데, 다들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 어른인 내가 괜히 움추려든다. 한국에서 키웠다면 덜했을까. 그건 아닌것 같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아이들이 언어때문에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언어도 어느정도 나아진 상태고, 새학기뿐만 아니라 전학을 가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 처음엔 두렵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아이의 사회성이 한층 성숙하리라 믿는다. 이럴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아이의 슬프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속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넌지시 힘든 게 있진 않았는지 속상한게 있었는지 물어보는데,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아닌척 하다가도 잠자리에 들때쯤 되면 눈물을 흘리며 다음날을 걱정한다. 그래도 울음으로라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걱정되는 마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며, 엄마도 전학갔을 때 외로웠고 무서웠지만 분명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가 생길거야..라고 위로해준다. 생전 안기지도 않는 첫째딸이 요며칠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간 오전 시간. 집안은 정막이 흐르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늘은 친구를 사귀었을까, 집으로 돌아올 때 밝은 얼굴이었으면..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오고간다. 집안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아이와 나누었던 편지들을 꺼내보았다. 아이들이 한창 그림을 그리고 자기 이름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전해준 편지들이다. '엄마'라는 글자를 제일 먼저 궁금해했고, '사랑해'를 쓰더니, 단 한줄 '엄마 사랑해'에서 시작해 이제 둘째는 '엄마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해'라는 글귀까지 발전했다. 미국에 와서 아이들이 한글에 관심이 점점 없어질 무렵, 그래도 편지쓰기는 계속 시도해왔다. 학습지의 기계적인 글쓰기보다, 하고 싶은 말이 글자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이 편지쓰기에는 가능하다. 그리고 말로 못한 속마음을 담을 수도 있고, 숙제처럼 의무적이지 않아 누구나 원할 때 자유롭게 편지쓰기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영어에 익숙해져가는 아이들과 모국어인 한글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또 글이라는 매개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기만 했었다. 그렇게 받은 낱장의 편지들이 상자에 넘치고 넘칠 무렵, 나는 수첩을 마련해서 아이들과 편지쓰기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글자를 잘 모를 때에는 그림편지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엄마가 전해주는 편지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고, 또 아이들의 편지에 내가 답장을 하는 사이 아이들의 한글을 읽고 쓰는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어져 갔다. 아이들이 '엄마 가치 놀자'라고 보내올 땐 '그래, 엄마랑 같이 놀자'라고 틀린 글자를 고쳐서 답장을 보내는데, 아이가 그 순간엔 흘려읽을지도 모르겠지만, 반복하다보면 조금씩 맞는 맞춤법을 아이 스스로 찾아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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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틀린 맞춤법이 사랑스러워 고치지 않는다!

 

오늘 나는 큰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내 편지를 보고 어떤 답장을 보내올까..아니, 답장을 꼭 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엄마의 편지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와 용기를 얻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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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수첩은 서로의 편지를 함께 마주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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