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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부모도 연습할 시간 있어야"

양선아 2014. 08. 20
조회수 9586 추천수 0

<한겨레>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에서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를 연재하고 있는 윤영희씨가 최근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 육아>(서해문집 펴냄)를 펴냈다. 일본에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윤씨는 일본 사회에 남아있는 아날로그 육아 방식을 국내에 소개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입시 교육 위주의 조급한 한국 육아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슬로 육아’를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슬로 육아’가 무엇이고, 지난 10년 동안 ‘슬로 육아’를 실천해온 그의 노하우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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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 육아  

윤영희 지음Ⅰ 서해문집 펴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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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때 어린이 독서교육 일과 배낭여행에 빠졌고, 배낭여행 중 일본인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을 했다. 또 딸과 프랑스에서 한 달 살기 등 여행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 다닐 때 교육학을 전공했고 책을 좋아해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다. 졸업 후 독서 관련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나중엔 프리랜서로 독서지도사 강사 일을 했다. 90년대에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했고 외국의 우수한 그림책들이 물밀듯이 수입됐다. 그때 좋은 어린이책을 많이 읽어 지금까지 내 삶에 큰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당시 학부모들은 어린이책의 가치면보다는 학습이나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책을 대했다. 그런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린이책과 연관된 시민단체나 교육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만난 선배들이 대부분 공동육아나 생협 운동을 했다. 미혼이었던 나는 육아의 이론과 실제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나도 생협 친구들과 ‘부엌 육아 모임’을 만드는 등 새로운 육아 문화를 실험하고 있다. 당시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어린이 여행부서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 여행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여행 고수들의 조언을 열심히 참고해서 배낭여행을 꿈꾸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모님 도움없이 자취를 하며 일하던 때라 경제적으론 힘들었지만 1 정도 일중독자처럼 일해서 돈이 모이면 훌쩍 떠나고, 여행기 공모전에 투고해서 받은 상금으로 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다닌 곳은 동남아, 유럽, 호주, 일본이었는데 관광지보다는 남들이 가지않는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작은 도시와 마을들을 많이 다녔다. 그렇게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 뒤에도 사교육에 쓸 돈을 5년 동안 모아 딸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 아는 언니가 사는 프랑스 마을에서 딸과 한 달 살기도 했다. ”

 

IMG_2481.JPG » 저자 윤영희씨와 그의 딸, 아들의 모습.


- 최근 한국을 10년만에 방문했을 때 한국의 조급한 육아 문화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엄마들이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을 위해 천 가방을 직접 만들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이 나팔꽃 씨앗을 선물 받아 오랫동안 식물을 키우는 등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것 같다. 두 나라의 어떤 점이 그런 다른 문화를 낳을까?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변화를 겪으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어떤 의미에선 보수적이고 옛것에 대한 고집이나 향수를 느끼는 문화가 강하다. 정치·역사적인 면은 형편이 없지만, 한국에 비해 자신들의 전통 중에서 남길 것은 남기고 좋은 것을 업그레이드시켜가고자 하는 인식은 훌륭하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이 튼튼하다. 반면 한국은 정치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전통과 현재를 잇기 위한 노력에 무심하다. 그저 현재 사회가 원하는 것에 충실하게 응답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무한 경쟁에 몰두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간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오랫동안 축적되어 안정된 육아 문화가 없으니, 많은 부모가 새로운 정보에 집착하고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큰아이가 아기였던 10 전만 해도 한국에서 포대기는 그리 낯선 풍경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전통 육아 문화가 체계적으로 이어져 현대의 다양한 육아 및 교육 이론과 조화를 이룰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전통과 우리의 현재 삶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연습, 더 늦기 전에 다양하게 시도해봤으면 한다.”

 

-한국의 육아 방식이 이렇게도 조급해지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고 조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서열화된 대학 입시 체제가 핵심에 있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임금 격차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일본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나? 임금 격차나 대학의 서열화 문제 같은 문제가 없나?

 “일본 역시 초중고를 비롯 대학 입시까지 한국과 크게 다를 없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사립학교에 보내는 가정은 아주 어릴 때부터 철저하고 전문화된 방법으로 준비해서 교육시킨다.  다양한 취미나 재능을 인정하는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공부 잘하는 아이가 어딜 가나 인정받는 비슷하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이나 전문직으로 높은 급여를 받아 행복하게 산다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대학 진학의 비율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실제주변에도 고졸이 최종 학력인 엄마아빠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그런 아니지만, 일본에선 학력에 상관없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일만으로도 기본적인 삶의 질은 유지할 있는 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일본 사회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이런 사회 분위기가 한꺼번에 와르르 붕괴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예로  아이가 넷인 일본인 친구의 가정을 보면 아빠는 수리와 정비 일을 하고 엄마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얼마전에 제법 규모의 중고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20,30년에 걸쳐 주택융자금을 은행에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 도움 없이도 사람의 힘으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며 조금 오래 되었지만 넓은 집에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입시와 대학은 부모들에게 여전한 숙제이기도 하지만, 직업의 여러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어 있는 편이라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 잘하는 것이 있다면 대학 진학과 상관없이 다른 길을 가는 밀어주는 분위기가 있다. 중학교 교사로 있는 일본인 친구는, 자기가 가르쳤던 제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파티쉐의 길로 들어섰는데 우리 집에 때마다 제자가 일하는 가게에서 케이크를 오곤 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케이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아이였는데 만날 때마다 너무 흐뭇하다면서 말이다. 돈을 많이 받고 대우가 좋은 직업을 선호하면서도, 직업의 사회적인 지위보다는 전문성에 가치를 두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어 맹목적으로 학습에만 매달리진 않는 같다.

 

DSCN1971.JPG » 윤영희씨가 만든 생협 모임에서는 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공동 육아' 실험을 했다.


- 아날로그가 꽃피는 교실, 학력보다는 실력, 마당이 있는 집 등 일본에서의 ‘슬로 육아 문화’에 대해 책에서 짚었다. 당신이 말하는 ‘슬로 육아’를 좀 더 설명해 달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만큼 육아와 교육을 둘러싼 상품들이 넘치며 옷이나 가방처럼 유행을 타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20대 때부터 많은 아이를 만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이미 지금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그것도 철저하게 상업적인 교육이 우리 아이만이 가진 고유한 어떤 것을 찾아내 줄 수 있을까? 아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것에 가장 원초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부모도 아이도 충분한 시간과 여유 속에서, 삶을 사는데 기본 뿌리가 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마음가짐, 음식에 대한 태도, 시간과 약속의 중요함을 연습하는 것. 그것이‘슬로 육아’의 핵심이다.”


-‘슬로 육아’를 흔들림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먼저 자기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자. 그 다음에는 육아의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또는 모임, 단체를 찾자.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 분위기를 따라가기 쉽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육아관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정보를 나누며 안심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단 친구나 모임에 무조건 의지하거나 정보 수집만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스스로 참여하고 내 몫의 일을 할 수 있어야 자신과 아이도 성장하고 그 모임도 성장할 수 있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자. 예를 들어 숲에서 놀기, 여행, 요리, 그림책 등등 엄마가 즐거워하고 관심 있는 분야 한 가지를 정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10년 정도 해본다는 생각으로 뭔가를 꾸준하게 해 보자. 10년 뒤에 내가 육아를 하면서 ‘이것만은 해냈다’‘이것만은 자신 있다’ ‘아이와 함께 너무 행복했다’라는 게 있으면 부모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아질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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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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