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악기레슨을 제외한 모든 사교육을 정리했다.
사교육을 안한다고 나머지 시간을 엄마표 학습으로 대체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이후.
변한 것이 있을까?
사교육을 끊었다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는가?
잘 모르겠다.
사교육을 끊었다고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진 않다.
하지만 한가지를 하더라도 깊이가 더 깊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더라도 짧고 굵게 노는게 아니라
세월아 네월아 어디 얼마나 놀 수 있는지 내기를 해보자~
끝장나게 놀 수 있었다.
학교숙제인 일기쓰기.
일주일에 3번만 쓰면 되지만 늘 머리속 부담이었던 일기쓰기.
이제 2년차인데 속도 좀 빨라져서 후다닥 쓰면 좋으련만.
여전히 일기쓰는데 한시간씩 걸린다.
하지만 엄마인 내 마음속엔 여유가 생겼다.
그래~ 그렇게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야 공부지!
아이가 커서 그런건지 내 마음의 변화 이후 생활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여름방학을 하고 나서 스케줄을 짤 때
아이의 '신선한'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첫번째, 학교 캠프에 대한 아이의 생각.
영어캠프는 한다고 하면서 미술캠프는 안한다는 아이가 신기했다.
그래서 왜 그런지 물어봤다.
내 질문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누구는 방학이 없대. 무슨 캠프, 무슨 캠프, 그런거 하고나면 방학이 없다고 했어."
헉!
캠프가 말이 캠프지 아이들에겐 방학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햇님군은 미술보다 영어가 좋은가보다. 아예 안하긴 아쉽고 하나 하자니 영어가 낫다는 생각?! )
두번째, 친구들과의 여행vs 아빠와 방송국 나들이
작년 겨울방학때 축구하는 친구들과 하룻밤 여행을 다녀왔었다.
이번에도 여행 계획이 잡혀서 나는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당연히 갈거라 생각하며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방송 스케줄때문에 늘 스케줄 변동이 잦은 애아빠. 방송국에 아이를 데려간다고 여행을 가지 말란다.
아이에게 물어봤다. ( 나는 아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갈거라고 생각했다. )
아이는 아빠와 방송국에 가서 야구를 보겠단다.
헉!!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제까지 짜왔던 모든 스케줄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대신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었을까?
아이에겐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아이의 마음이고 생각일거라 믿었던 "나의 생각"
"나의 생각"을 뒤로 하고 "아이의 생각"을 우선해야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고로 내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아이와의 대화!!
세월호 이후.
변화한 것이 맞을까?
still I'm hungry.
아빠랑 방송국에 갔던 날~ 방송에 잡힌 자기 모습을 보고 놀란 귀염둥이 햇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