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링크: “자연을 벗삼아 스마트폰” 캠핑장 옮겨간 디지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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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동통신 회사의 캠핑용 빔 프로젝트 광고


캠핑장까지 파고든 디지털기기의 실태를 다룬 칼럼인데, 기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경기도 일대의 오토캠핑장을 즐겨 찾는 박아무개(41)씨는 “자주 캠핑 가 보면 야외에서 놀 게 별로 없다. 아이들도 비눗방울 쏘기나 보드게임 몇번 하면 질리고 결국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오래 다닌 가족들은 캠핑 가서도 평소대로 생활한다. 텐트를 치고 한숨 돌리면 각자 조용히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씨는 “뛰노는 것도 사실 피곤하고 야외에선 가족 모두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즐거운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 애들 요구대로 디지털 기기를 허용하게 된다. ‘자연을 벗삼아’가 실제는 ‘자연을 벗삼아 스마트폰’이 된다”고 말했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쓴 칼럼인데, 위의 박아무개가 내가 아닌가 싶다. 구 소장은 칼럼을 쓰기 전에 한겨레에서 캠핑 좀 다닌다는 직원들을 취재했다. 나도 내가 캠핑장에서 경험한 것에 대해 취재를 당했다. 집에서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늘 문제가 된다. 캠핑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캠핑은 또 다른 가정생활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부모들은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교정’할 대안으로 캠핑을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다보면 상대적으로 게임과 스마트폰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처음엔 자연에 관심을 보이고, 밖에서 하는 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재미가 스마트폰이 주는 재미를 대체할 수 있을까? 캠핑은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에 지속가능한 대안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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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아이와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 고양시 감골농장 캠핑장(2014년 4월)


처음 캠핑을 하게 되면 부모들은 아이들과 놀거리를 찾는데 큰 관심을 보인다. 캠핑장이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 눈썰매장을 갖추고 영업하는 것도 부모들의 고민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친구 가족과 짝을 이뤄 캠핑을 다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캠핑 초기 부모들은 보드게임, 카드게임, 비눗방울 놀이, 나무하기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고민하고 실제 그렇게 한다. 때로는 어렸을 때 했던 비석치기나 땅따먹기, 모래성 쌓기 등 추억의 놀이를 함께하기도 한다. 그러나 캠핑이 일상처럼 지속되면 부모들의 열정은 점차 사라지고, 아이들도 밖에서 하는 놀이에 차츰 싫증을 느낀다. 그 틈을 스마트폰이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가 더 맞는 표현) 어느 정도 캠핑에 경험이 쌓인 가족들은 캠핑장에서도 각자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 고립된다. ‘자연을 벗삼아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캠핑 3년차 우리 가족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캠핑장에서 스마트폰 하는 아들에게 “그만 좀 하라”고 말을 했다가 “아빠도 하면서 왜 나만 못 하게 하느냐”고 반격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내도 아이들을 탓하는 것만큼 “당신이 더 중독”이라고 타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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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들 넷이 모이면 공을 찼지만, 요즘은 게임을 한다. 마인크래프트 멀티 게임을 하고 있는 선우와 그 친구들.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는 아직 컴퓨터나 전자게임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놀이문화의 전부였다. 세상은 변했고,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기보다는 스마트폰과 게임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 세대의 생활방식이나 놀이문화를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든 게임이든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조화롭게 잘 쓰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사용계획을 정해 지키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스마트폰 사용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캠핑장에 가면 “밖에서까지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에 원칙은 슬며시 무력화된다. 캠핑도 가정생활의 연장이기 때문에 집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면 되는데 말이다.

 

위에 언급한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캠핑 가서 부모들끼리 술 마시려고 자녀에게 스마트폰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캠핑 가서 부모가 게을러지면 할 게 별로 없다. 뭘 하고 놀지 많이 준비하고,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뭘 보고 느끼려고 숲속으로 갔는지 다시 물어볼 일이다.


 

문제는 스마트폰도 아이도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이라는 따끔한 지적이다. 힘들게 캠핑 가서 나쁜 아빠가 될 이유가 없다. 불 잘 피워서 맛있는 고기 구워주는 것으로 캠핑장에서 아빠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애들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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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아내로부터 ‘큰 아들’이라고 타박을 받는 아직 철이 덜든 40대 가장으로 형제를 키우고 있다. 고향이 시골인데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농사 일을 거들었던 경험을 살려서 6년전부터 주말농장을 하고 있으며, 3년전부터 “아이들에게 야생생활을 경험하게 해주자”는 아내의 강압에 못 이겨 한달에 2번 꼴로 캠핑을 다닌다. 지난해에는 2주 동안 제주도 캠핑 여행을 다녀와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캠퍼는 절대로 아니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서 캠핑과 주말농장을 하면서 생긴 소소한 일들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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