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있는 생협 육아 모임.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한달에 한번이라도 정말 빨리 돌아오는데
이번 달에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위해 파티를 하기로 했다.
모임 주제나 요리 메뉴를 늘 엄마들이 정해오다가,
이번만큼은 아이들이 가장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정해서 함께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의욕과 참여도가 너무 대단했다.
몇 년 전만해도 겨우 말을 시작했던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제 그만큼 많이 자랐다는 증거!
우리 모임에서 태어난 직후부터 고정 멤버였던 사진 속의 아이들은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조리실 옆 복도에 놀이판을 벌인다.
이날은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과 책을 각자 가져와서 바자회를 열기로 했는데,
그 물건들 틈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한달만에 만나 반가움을 나누고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나면, 본격적인 요리 준비에 들어간다.
조리실에서 물소리, 칼과 도마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둘째가 쪼르르 달려왔다.
누나처럼 아직 섬세한 칼질을 하진 못하지만, 만5세가 된 뒤부터는 둘째도 야채를 큼직하게 써는 건
제법 익숙해졌다. 왼쪽 손도 위험하지않게 야무지게 주먹쥘 줄 알고.
일본에서는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칠 때, 다치지 않게 왼쪽 손가락을 펴지않고
"고양이 손"처럼 손가락을 안쪽으로 모으도록 가르친다.
우리 모임 아이들 대부분이 채소를 씻거나 다듬는 것 외에도
유아기에(평균 만3세 전후, 여아들은 좀 더 빠른 편이다) 부엌칼 쓰기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
이건 초등학생 누나들이 만든 타코야끼.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문어와 소시지를 넣은 두 종류로 완성.
더운데 뜨거운 불판 앞에서 이 많은 걸 구워내느라 언니들이 수고했다.
그래도 자기들이 하고 싶다고 시작한 일이니, 군소리도 못내고 묵묵히 땀흘리며 굽는 모습에
엄마들은 뒤에서 큭큭ㅎㅎ 거봐. 먹는 건 쉬워도 만드는 건 힘들지?^^
아이들이 선정한 음식들이 하나둘 완성되어 차려지게 되자, 환호하는 둘째^^
아직 한참 굽는 중인 부추전은 안보이지만, 국수 면, 야키소바, 타코야끼, 감자샐러드..
며칠 전에 실컷 먹고 온 음식들인데도 다시 보니, 또 먹고 싶다.
더운 여름, 부엌에서 혼자 낑낑대며 준비하는 음식보다 여럿이서 푸짐하게 차려먹으니
없던 입맛도 돌아오는 듯.
부페식으로 모두모두 고고씽^^
몇 번이나 덜어서 먹고 배부른 아이들은 이제 디저트를 직접 준비했다.
집에서 각각 준비해온 얼음과 빙수 기계로 팥빙수 가게 놀이!!
일본에선 단팥 대신, 빙수에 주로 시럽을 뿌려서 먹는데 이날은 딸기와 포도 시럽 두 종류로.
아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로 눈깜짝할 사이에 얼음이 동이나 사진을 찍을 새도 없었다.
디저트까지 만족스럽게 먹은 아이들은 이제 슬슬 바자회를 시작.
집에서 더 이상 필요없게 된 그림책들을 서로 사고 파는데
한 권의 가격은 단돈 10원^^
헌 장난감도 물물교환으로 서로 나누며
놀이방법도 초등 언니오빠들이 동생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엄마들이 커피타임 가지는 동안 아이들끼리 서로 열심히
헌책방 놀이와 중고 장난감 가게 놀이를 즐겨주는 덕분에,
우리집에서 불필요한 물건 정리까지 얼떨결에 해결되었다.
이제 막 시작된 무덥고 긴 여름방학을
한국과 일본 말고도, 다른 나라 엄마와 아이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어른들이 꼭 뭔가를 해주고 놀아주려고 애쓰기보다
아이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즐기며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부모인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시공간의 멍석을 잘 깔아주는 것이란 걸,
이번 모임에 다녀오면서 느끼게 되었다.
자, 이제 다음번엔 아이들에게 어떤 멍석을 깔아주면 좋을까?!
**베이비트리에 오시는 분들과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여름방학>과 연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함께 공유했으면 합니다.
저도 이번 여름동안 칼럼에 하나씩 차례로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