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9018901_20140717.JPG » 친구들 집을 서로서로 정리해주는 품앗이 수납에 참가한 주부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경씨, 장윤정씨, 서은선씨, 정리 컨설턴트 심현주씨.

[매거진 esc] 라이프
엄두 안 나는 집안 정리, 김장처럼 모이고 돌아가며 함께 정리하는 품앗이 수납

영락없이 잔칫날 아니면 이삿날이렷다. 7월10일 오후 3시 어른 여섯에 아이 여덟명,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김민경(35)씨네 89㎡ 아파트가 북적거렸다. 떠들썩한 소리까지 곁들여졌다. “와, 성공이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6년 전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장롱 문을 막은 채로 놓아두고 갔던 침대가 벽 쪽으로 돌아앉자 처음으로 장롱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붙박이 가구처럼 완강하게 자리를 지키던 침대를 번쩍 들어올린 사람들이 죄다 여자다. 이날은 인테리어 블로거이자 정리 컨설턴트인 심현주(42)씨가 주부들과 함께하는 ‘품앗이 수납’의 첫번째 날이다.

 
00509021801_20140717.JPG » 산더미처럼 쌓인 옷도 차곡차곡 개는 법을 익히니 속도가 빨라졌다

 00509020201_20140717.JPG » 산더미처럼 쌓인 옷도 차곡차곡 개는 법을 익히니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5월 심현주씨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casamami)에 “형제나 이웃, 친구 4명이 모여서 신청을 하면 그중 한 집을 찾아가 무료로 정리 컨설팅을 하겠다”는 제안을 올렸다. 혼자서 하다 지치는 게 집안 정리다. 수납·정리를 해주는 업체도 늘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통 3.3㎡당 8만~15만원을 받는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돌아가며 집집의 김장을 해치우듯이 서로서로 집안 정리를 해주자는 제안이다. 서은선(38)씨가 재빠르게 김민경씨 등 3명의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알렸다. “우리, 하자!” 품앗이 수납은 이날 오전 10시 서은선씨 집에서 먼저 시작됐다.

서랍 속 옷은 차곡차곡 세우고 
옷걸이 옷은 색깔별, 계절별로 
이불까지 다 정리하는데 
세시간이면 뚝딱

2개월 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은선씨 집은 하얗고 깨끗하기만 했다. 그러나 안방 옷장 문을 열자 제자리를 찾지 못한 가족들의 옷이 섞여 있었다. 서랍장에도 두 아이 옷과 어른들의 옷이 어지럽게 들어 있었다. 은선씨는 “인테리어는 잘하는데 정리가 잘 안돼서 항상 옷이 이렇게 쌓여 있다. 한번 정리로 끝낼 게 아니라 요령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현주씨는 먼저 남편 옷과 부인 옷, 큰아이 옷과 작은아이 옷의 자리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옷을 접는 법을 가르쳤다. “작고 일정한 모양으로 접어 넣으면 옷이 차지하는 자리가 적어도 5분의 1은 줄어든다. 남는 면적을 다른 것에 쓸 수 있으니 옷을 제대로 개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행위”라는 이야기다. “이 분홍색 티셔츠가 아들 거예요?” “이 집 애들이 워낙 패셔니스타잖아요.” 옷을 전부 꺼내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수다를 벗 삼아 접기 시작했다. 작은 옷은 3등분, 큰 옷은 5등분으로 접어야 한다고 배웠다. 서랍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쌓여 있던 옷들을 차곡차곡 세워서 넣자 서랍마다 3분의 1은 남았다. 키 큰 장롱 속 옷들은 다시 색깔별로, 계절별로 걸었다. 가로로 길게 누워 있던 이불까지 모두 꺼내서 하나하나 정리하는 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4명이 힘을 합친 덕분이다.


 00509018101_20140717.JPG » 속옷 수납은 작은 바구니 같은 도구를 이용해 구획을 나누는 것이 좋다.

은선씨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장롱 속까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 놀이터에서 만나 친구가 된 그들이다. 아이들 나이도, 사는 모습도, 집 면적까지도 비슷했다. 6살 아이를 둔 장윤정(45)씨는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진 것을 못 볼 만큼 청소엔 열심인데 방엔 정리를 못 한 물건들이 쌓여 있어 늘 방문을 굳게 닫아두고 있던 참이었다. 3살 아들을 키우는 엄영란(34)씨는 품앗이 수납을 앞두고 1톤은 넘는 살림을 버렸다고 했다. 10월에 둘째 아이를 낳을 예정인 김민경씨는 “큰마음 먹고 청소해도 다음날이 되면 도루묵이 된다. 정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못 견디겠다”고 한탄했다. 정리 컨설턴트 10년 경력의 심현주씨는 “상황이 심각할수록 남의 손을 빌리기 어려워한다”며 “실타래가 엉켰을 때 하나만 풀면 풀린다. 보통 모여 앉으면 집이 엉망이라고 한탄하다 끝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우리가 가서 하루 정리해줄까, 하고 엄두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파트라는 곳이 원래 그런 것 같다. 품앗이 수납을 하면서 사람들이 쉽게 문을 열고 서로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선씨 집을 “백화점 패션 매장처럼” 후딱 정리해버린 친구 4명은 내친김에 오후엔 민경씨 집으로 떠났다. 민경씨는 옷장을 막아버린 침대 때문에 조금만 열리는 옷장 문 사이로 손을 넣어 옷을 꺼내며 살아왔다. 보통 부부가 살던 집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살림 때문에 주요 가구들이 방으로 대책 없이 밀려난다. 안방에는 침대와 화장대, 서재에는 책상, 책장에 협탁과 옷장까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아이 방에는 거실에 있던 티브이며 거실장들이 들어왔다. 거실에는 아이 장난감과 책장에다 빨래 건조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에 들어온 심현주씨는 우선 가구들부터 제자리를 찾도록 주문했다. 침대를 돌려놓고 협탁은 안방으로, 옷장은 아이 방으로, 거실장과 티브이는 서재로 보냈다. 공간을 나누는 것은 정리의 첫발이다. 혼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공간 활용 아이디어가 여럿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도 옷장을 뒤집기 시작했다. 옷을 살 때만큼 버릴 때도 조언이 필요하다. 심현주 컨설턴트는 “버려야만 보이는 게 있다. 버리고 나면 잡다한 걸 서너개 사는 대신 필요한 것 하나만 사게 된다”고 했다.


 140550613676_20140717.JPG » 옷장 정리 전과 정리 뒤

오전에 이미 한 집을 해치웠던 만큼 그들의 손길이 능숙하고 빨라졌다. 2시간30분 만에 민경씨 집 정리가 끝났다. 누군가는 옷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칭얼대는 아이들을 돌보고, 누군가는 바닥을 닦는다.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뤄지는 여자들의 분업이다. 거실과 서재는 다음에 또 하기로 했다. 오늘 심현주씨가 다녀가지 않은 집은 날짜를 정해 넷의 힘으로만 해보겠다고도 했다. 심현주씨는 “집을 잘 정리하면 10평이 넓어진다. 20평대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이 30평대로 가는 게 꿈인데, 막상 이사 가도 집이 깨끗해지진 않는다. 면적을 아껴서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 심플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게 낫다”고 했다.

10일 안양을 시작으로 14일에 분당에서도 품앗이 수납을 진행한 심현주씨는 인터넷 카페 ‘까사마미와 정리365’(cafe.naver.com/casamami365day)를 통해 품앗이 수납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알고 보면 동네에 수납의 고수들이 많아요. ‘품앗이 수납’이 보통명사가 된다면 ‘내가 반찬 해줄게, 넌 정리 좀 도와줘’ 이런 부탁이 예사로 오가지 않을까요? 핵심은 이웃과 장롱 속까지 통하는 사이가 되자는 거죠.” 품앗이 수납을 제안하면서 심현주씨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서랍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 까사마미한테 배우는 수납 비법

00509005501_20140717.JPG » 사진 박미향 기자.

옷 접을 땐 도구를 이용하라 서랍 속 길이를 재고 옷을 세워서 넣을 수 있는 크기를 어림한다. 플라스틱 책받침 같은 걸 이용해 그 면적만큼 옷 받침을 만들어 여기에 맞춰 옷을 갠다. 어른 옷과 아이 옷을 구분해 두 개를 만드는 게 좋다. 옷 개는 도구를 만들면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중엔 몇배 속도로 빨라진다.

흰옷은 앞에, 검은 옷은 뒤에 원피스는 앞쪽에, 코트처럼 무거운 옷은 뒤쪽에 걸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진한 색이 되는 등 옷을 걸 때도 규칙을 정해야 나중에 찾느라고 애쓰지 않는다. 가방은 옷장 맨 위칸에 보이도록 둔다. 가방을 넣어서 보관하는 천 주머니에 신문지를 가득 채워 가방 속에 넣으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리도 쉽다.

00509006001_20140717.JPG » 사진 박미향 기자

이불은 두 줄로 넣는다 장롱 크기에 맞춰 이불을 길게 쌓아두면 밑의 이불을 하나 꺼낼 때마다 전체가 다 흐트러진다. 꺼내기 쉽도록 가로 길이를 줄여야 한다. 기성 제품은 크기가 일정해서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싱글 크기 이불은 3등분, 더블이나 퀸은 4등분, 스프레드는 5등분해서 접으면 맞춘 듯 모서리까지 맞아떨어진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신문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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