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는 참 신기한 순간들이 있다.

늘 생각하던 것들이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 것 처럼.

이 책도 그랬다.  

 

 

봄과 초여름을 보내며 나와 우리 식구의 고민은.

'우리는 어디에 가서 살 것인가. 어디에서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보낼 것인가'였다.

생각 많은 내가 지난 몇 년간 고민했던 것들을 접고 드디어 움직여야 하는 순간들이 오고 있다.

꿈으로만 지나가는 것들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렇게 고민이 길어지던 어느 날 밤. 이 책이 우연처럼 '짠'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제목을 보는데 가슴에서 '툭'하고 뭔가 떨어졌다. 우리가 꿈꾸는 그 여러 곳 중에 '제주'도 있기 때문이다.

 


IMG_2351.jpg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도시의 편리함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내게, 내가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다. 흙과 나무. 산과 강을 여행이 아니라 생활로 벗삼아 살아가는 것. 내가 내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일이다.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도 있고 생각보다 불편할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물론 지금의 생활보다 불편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생활이 사진 몇 컷에 담긴 것과는 다른 어려움들이 있겠지. 펜션여행 며칠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바꿀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책들이 내게 큰 용기를 준다.

  

IMG_2352.jpg

항상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교복(양복)을 입고 똑같은 학교(직장)에 갑니다.

이런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낙오될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벗어나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워지죠. _69쪽

 

 

한 후배가

'부모야 제주에 살고 싶어서 온거라지만 아이는 무슨 죄가 있어서 서울에서 내려와 제주에 태어난 거래요?'

라는 말을 던져 마음에 잠시 파문을 일었던 적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 밤이 되면 빛나는 별,

거침없이 부는 바람과 매일매일의 모습이 장관인 구름을 보고 자라는 뽀뇨는

이미 엄청난 유년의 자산을 가진 것이 아닐까? _72쪽

 


IMG_2353.jpg 

 

책 속의 뽀뇨아빠는 우리 부부와 나이대가 비슷하다.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고 이사를 결정한 정말 용기 많은 부부다.

 

책의 내용은 제주로 가기 전 이야기. 가서 자리를 잡아가는 이야기.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낳고 키워가며 느끼는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있다. 한창 쏟아져 나오는 제주도 살기 책들처럼 멋진 사진들도 멋진 여행지 소개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화려한 사진들과 글들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쉬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대한 느낌이 더 좋았다.

 

아이와 산이나 오름에 오른 일, 바다에 나가 물놀이 한 일, 도서관에 간 일, 함께 먹을거리를 만들고 나들이를 가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첫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사진속에는 아이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고, 장소보다는 그 곳에서 느꼈던 진솔한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늘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힘든 것들. 불편한 점들. 아는 사람하나없는 제주에서 부부가 자리를 잡아가는 치열한(?) 어려움들도 잘 나타나있다. 마지막에 담긴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나들이 정보와 여행 조언들. 계절별 설명도 좋다. 이런 용감한 아빠를 이해하는 마음 넓은 부인이 좀 궁금했는데 마지막 에필로그에 그녀의 글이 있어 마지막을 웃음지으며 읽었다. 뽀뇨가 '잘 노는 행복한 아이'로 자라기를 원한다는 이 부부를 응원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읽는 내내 그 누구보다 뽀뇨가 가장 부러웠다. 1_32.gif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 자랄까. 그 아이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안에 모두 담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IMG_2356.jpg

 

  

+

책을 읽다가 캡틴에게 '우리가 제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올까?' 하니

'가자! 당장! 내년에 파견갈래? 자기만 결심하면 돼' 한다. 1_48.gif

 

나는 '생각해보자'하고 말았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2088 [직장맘] 아래 직장맘(어른아이 님) 속풀이 글에 대한 RE? 입니다 ^^ [40] 케이티 2014-07-10 3801
2087 [책읽는부모]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와우--부러워라!! (후기) 겸뎅쓰마미 2014-07-09 3450
2086 [자유글] 너구리야 고마워. imagefile [1] 농부우경 2014-07-09 3074
2085 [가족] 우리 아들만의 예뻐해주는 방법 [2] 숲을거닐다 2014-07-09 3331
2084 [요리] [숨쉬는 제철밥상] 감자를 가장 맛있게 삶는 법 imagefile [1] 베이비트리 2014-07-09 5303
2083 [자유글] [궁금증 톡] 400달러 ‘면세점 쇼핑’ 면세한도 아시나요 베이비트리 2014-07-09 3519
2082 [자유글] 둘째 분만, 조리원 짐을 꾸리며 imagefile [8] 안정숙 2014-07-09 3529
» [책읽는부모] [후기]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imagefile blue13g 2014-07-09 3345
2080 [책읽는부모]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후기 winnie119 2014-07-08 3019
2079 [자유글] [궁금증 톡] 전송받은 모바일 교환권은 누구 소유일까?! 베이비트리 2014-07-08 2974
2078 [책읽는부모]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hacyklhj 2014-07-07 3018
2077 [책읽는부모] 제주가 아니어도~~~ crack79 2014-07-07 2882
2076 [요리] [궁금증 톡] 육우는 한우보다 맛이 떨어진다?!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7-07 3431
2075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 아이들에게는 이별공부 imagefile [6] pororo0308 2014-07-06 8957
2074 [자유글] 당신께 [4] 농부우경 2014-07-05 2858
2073 [요리] 장마철 저녁, 뜨근한 콩나물국밥 어떠세요~ imagefile [1] 안정숙 2014-07-04 3282
2072 [자유글] 14년차 연인의 살짝 닭살스런 이야기- 내 발톱을 남에게 맡겨본 적이 있으신가요? imagefile [6] 안정숙 2014-07-04 4776
2071 [자유글] 인사 [2] kimja3 2014-07-04 4273
2070 [직장맘] [주말엄마]4. 여보 일찍 좀 들어와봐~! [2] kcm1087 2014-07-03 3491
2069 [요리] 눈물 쏙 콧물 쑥 머리엔 김이 나도 군침 꿀꺽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7-03 3471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