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04922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잘할게상 수상작]
이젠 친구가 되어가는 내 딸들 보렴

란이 민이에게
 
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울딸들에겐 책 읽어줘 본 적 거의 없고, 논술 역사 가르치면서 울딸들에겐 글쓰기는 물론, 역사 파노라마조차 말해주지 않았지. 그래서일까. 울딸들은 서툴면서도 엄마한테 기대기보다 모든 걸 스스로 하려 하는 것 같애. 잘해서가 아니고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혀진 듯 해. “엄마가 그렇게 키웠잖아.” 너희들이 편하게 하는 말이지.

때로 무릎위에 앉혀놓고 어린제자들에게 신나게 책 읽어 줄 때마다, 자식만을 살뜰히 보살피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여유로운 가정에서 자라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아빠의 빈자리도 내색안하며 잘 자라준 내 새끼들을 떠올린다. 아프고 미안해서 혼자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하지.
  
울타리만 엮어주며 키운 딸들, 너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엄마가 고민했던 일 기억나? 너희들을 키우기엔 엄마의 일이 그리 돈을 버는 직업이 못돼서 보험회사에 있는 엄마친구가 ‘애들을 위해 2년 정도만 보험 해봐.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고 말한 적 있었지. 그때 엄마는 영업 같은 게 정말 자신 없었지만 너희들 때문에 맘이 흔들렸었는데, 어린 너희들이 말했지. “ 돈 잘 버는 엄마보다 돈 잘 못 벌어도 논술선생님인 엄마가 더 좋아요.” 그 어린 나이에, 초라한 집에서 그래서 때로 친구들한테 상처받기도 했음에도 그렇게 큰 마음을 가진 너희들이 엄마는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단다.

못보내도 학원 한 두 개씩은 다니는 게 보통인 요즘인데, 중딩 고딩인데도 제대로 보낸 학원이 없지. 물론 틀에 매인 교육을 거부하는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 맘 구석이 편한 것만은 아니란다. 주변 사람들은 너희들의 재능을 때로 칭찬하지. 그러면서 꼭 따라오는 말들은, ‘이렇게 멋진 애들을 부모가 좀 신경 써줬으면, 경제력 있는 부모가 좀 뒷받침 해줬으면 얼마나 더 나아졌을까?’ 는 말들을 하곤 하지. 물론 엄마도 공감하지. 애써 아닌 척 하지만 엄마도 자식 앞에선 보통의 엄마인데……

 학습적인 부분에선 조금만 노력하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바람도 가지는 엄마지만,  잘사는 집 애들 앞에서 조금도 꿀리지 않고 당당한 내 딸들, 대한민국 교육과는 거리가 먼 듯 자라온 내 딸들이기에 엄마는 늘 내 딸들이 가진 재능과 의지를 충분히 믿지. 당연히 큰 걱정도 안하고, ㅎㅎ 너무 무심한가??

 한번뿐인 인생인데 남들과 똑같은 잣대에 맞추려 허우적대며 살아갈 필요 없잖아. 그런 삶, 엄마도 재미없어. 학교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사고력 성적은 너희들이 상위권임을 엄마는 자부해.

최고가 아니면 어때. 우뚝 서지 못한 삶이면 어때. 뚜렷한 꿈을 가진 너희들이 엄마는 자랑스럽다. 빛나는 삶이 아니라도 괜찮아. 꿈을 찾아가는 너희들의 길이 싱그러우면 되는 거지.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느끼며 체험하며 깨달아갈 줄 아는 마음과 눈을 가진 울딸들, 너희들이 있어 엄마의 삶도 풍성하단다. 내 가슴 속 때로 진흙더미에 나뒹굴어도 너희들은 연꽃 되어 엄마를 한없이 빛나게 해주니까. 길을 잃어도 내 딸들은 그 길을 즐길 테니까. 그 헤맴조차 내 딸들은 그저 즐길 테니까. 

아직도 여전히 돈은 잘 못 벌고 여전히 바쁜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는 늘 항상 너희들만이 전부란다. 엄마가 살아있는 기쁨을 느낄 때 중 한 가지는 너희들의 밝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을 때란다. 엄마 혼자서 이런 상상을 자주해. 훗날 너희들이 완전한 어른이 되어 꿈을 펼쳐가는 모습 말이야. 상상만 해도 엄마 눈엔 눈물이 맺히지. 사랑한다. 내 딸들, 부족한 엄마 뱃속으로 나와 준 것도 고맙고 불만 없이 잘 자라 줘서 고마워.그래서 더 미안해. 꿈을 향한 고생은 하되 무탈하고 건강하기만을 기도해.^^

                                                                     이젠 너희들의 잔소리를 더 듣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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