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40878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잘할게상 수상작]
엄마를 성장하게 해 준 우리 딸 윤아에게


사랑하는 딸 윤아야.

 

올해 처음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네 몸보다 더 큰 책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는 우리 윤아. 너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대견해서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미안함이 물밀 듯 밀려오는 구나.

 

너를 임신했을 때 엄마와 아빠는 주말부부라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아쉬운 태교를 했더랬지.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는 너의 숨소리를 느낄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 '든이'라는 태교를 지으며 내심 할머니께서 간절히 바라시는 아들이기를 바랬고 네가 여자 아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엄마는 너에게 미안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싫었단다. 점점 배가 불러오는데도 철부지 엄마는 엄마 살이 찔까봐 음식을 최대한 적게 먹고 운동은 무리하게 많이 하여 결국 너를 때 이른 37주에 2.1kg의 저체중으로 너를 처음 만나게 되었지. 다들 퇴원하는데 엄마는 너를 인큐베이터에 두고 홀로 퇴원을 해야만 했단다. 엄마가 너에게 정말 미안했던 첫번째 순간이었어. 너무나 이기적이고 철부지 같던 엄마였지?

 

엄마가 직장에 나가는 바람에 윤아는 외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너와 마음을 터놓고 살을 부비대기 보다는 하루 하루에 지쳐 너를 안고 잠드는 일이 고작이었던 것 같다. 18개월쯤이었을거야. 엄마가 공부를 위해 연수를 가는 바람에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를 안고 놀아주기 보다 과제와 시험에 바빴었지. 그나마 왔던 짧은 시간조차도 너를 위해 할애할 수 없어 윤아는 항상 엄마 품이 그리웠을거야. 엄마와 보낸 시간이 짧았던 탓이었을까? 엄마보다도 외할머니를 더 따랐던 우리 윤아. 엄마가 너에게 정말 미안했던 두번째 순간이었단다. 윤아가 크면 엄마에게 어떻게 엄마로서 이럴 수 있느냐고 물을 것 같아 엄마는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진단다.

 

서툴던 엄마 역할에서 익숙해지지도 못했는데 원호가 엄마 뱃 속에 있다는 걸 확인했지. 입덧이 너무심한 탓에 엄마는 육아휴직을 내고 윤아와 원호를 동시에 보기로 결심하였어. 육아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 할 수 있을거라는 엄마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단다. 너를 키워보지도 않은 채 원호를 동시에 키운다는 건 쌍둥이를 키우는 것과 같더구나. 자기 주장이 강해진 너와의 기싸움에서 엄마는 이기려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갓난 아기였던 원호를 밤낮으로 모유수유하느라 몸은 너무 지쳐있는 상태에서 아빠도 대학원 공부에 주말마다 집을 비우니 엄마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단다.  어느 새 늘어버린 엄마의 짜증과 스트레스를 엄마는 왜 어린 너에게 풀어댔었는지... 윤아야 엄마가 너에게 정말 미안했던 세번째 순간이었단다.

 

이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가 있단다. 엄마와 너를 분리시켜 너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정해놓은 규칙과 기준대로 너를 판단하고 함부로 상처를 주었던 점 너무 미안해. 철부지 엄마가 시키는대로 따라 하기 싫고 힘들어도 엄마의 사랑을 얻으려고 윤아가 많이 노력했는데 엄마는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기 보다는 '평가'하는 엄마였던 것 같아.

'윤아야 누나가 되어서 그렇게 하면 되겠니?" "너는 어떻게 아기짓만 하니? 네가 아기니?"

항상 의무와 어른스럽기를 강요하는 엄마의 말들. 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구나.

 

오늘도 등교하는 네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또 되뇌인단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윤아야.'

  네가 이렇게 자랄 때까지 충분히 주지 못했던 사랑을 엄마가 이제부터라도 아낌없이 줄게.

 '고맙다. 고맙다. 윤아야. '

  네 덕분에 하게 되었던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엄마를 많이 성숙하게 해주었구나. 너를 키우기 전과 후의 생각과 행동들이 엄마를 몰라보게 변신시켜주었단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그 말을 엄마는 이제야 비로소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윤아야! 이젠 윤아와 함께 가는 이 육아의 길이 엄마는 기대가 된단다. 얼마나 흥분되고 신나는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너와 함께 가는 이 길, 엄마는 더 이상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구나.

우리 함께 두 손을 꼭 잡고 엄마랑 신나게 달려보자. 사랑한다 우리 딸.

 

                                                   

                                                                      조금은 흐리지만 시원한 바람이 좋은 오늘

                                                                       너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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