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61657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미안해상 수상작]
엄마는 언제나 아군이 될게


보리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했더구나. 미안하다는 표현을 그토록 많이 했다는 것은 미안한 행동을 많이 해서겠지. 돌아보니 영민하지만 까다롭고 예민한 아기였던 너를 온전히 엄마 마음이 되어 품은 것이 고작 몇 해밖에 되지 않은 것 같구나. 너의 기질을 이해하고 받아주었어야 했는데,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어.
 
지난해 네가 겪은 큰 어려움을 너는 무척 지혜롭게 잘 이겨내더구나. 오히려 마음이 잠시나마 무너졌던 엄마보다도 훨씬 용감한 너를 보면서 이제 더는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심술궂고 못난 선생이 네게 선입견을 품고 악담을 퍼부었어도 알지 못했던 엄마는, 막아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했고, 일 년 내내 마음 앓이 끝에 몸으로, 마음으로 너의 상처가 터져 나올 때까지도 무지해서 미안했단다. 하지만 우리는 보기 좋게 이겨냈지?
 
올 초, 치유의 일환으로 봄 방학을 이용해서 너와 나 둘이서 일본 후쿠오카에 갔을 때, 자유롭게 배낭을 메고 온전히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눈을 열었던 그 소중한 시간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단다. 엄마가 늘 보아왔던 아이가 아니라 심지어 낯설다고 느껴질 만큼 대견하고, 든든한 모습에서 이제 엄마 품을 떠나려고 슬슬 날갯짓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유후인에서 폭설 때문에 기차가 끊겨 온종일 발을 동동 구르던 동안에도 의젓하게 역에서 가방을 챙기며 기다리던 모습과 우리의 예상이 어긋나서 헤맬 때 “괜찮아요.”라고 엄마를 위로하던 모습. 무거운 짐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앞장서던 모습은 어리기만 하던 네가 아니더구나.
 
세월호 참사 이후, 너와 내가 나눈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이 난다. 아직은 초등학생인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에 관해서 이야기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 브라질 월드컵 기사를 보면서 축구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1620번의 바느질을 해서 300원을 버는 파키스탄 아이의 이야기에 놀라던 모습, 우리나라의 원전 네 군데를 검색하면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분개하던 모습, 밀양 송전탑 철거 때 할머니의 사진을 보며 무슨 일이냐고 묻던 모습에서 이제는 엄마와 아이가 아닌,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단다.
 
요즘 엄마는 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어디선가 읽었는데,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사람을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한다더라. 그래서 엄마는 어떠한 순간에도 네게 아군이 되리라 결심했지.
 
보리야.
그동안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다시는 이런 편지를 쓸 일이 없도록, 미안한 순간들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게. 그리고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게.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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