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아내의 홧병 내리는 3천원짜리 특급 처방

황덕상 2014. 06. 16
조회수 12910 추천수 0
 04872036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아내가 “당신은 결혼을 한번 해 봤던 사람 같아~”라는 말을 하면서 애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랜 연애 기간을 거친 후에 결혼한 사이에 이 무슨 해괴한 망언과도 같은 말인가? 여러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말이어서 먼저 그 정황을 설명 드려야겠다.

며칠 전 공휴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러워서, 모처럼 운전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휴일 이른 아침인지라 평소 막히는 도로에 차들도 많지 않아서, 아내의 일터에 예상보다 상당히 일찍 도착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와 텅 빈 도로에 아내를 내려주려고 하다가 이런 날에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어서 차를 돌려 광화문 주변 카페에 가서 둘이서 모처럼 커피를 한잔 마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차에서 안 내리고 운전만 하려고 했던 터라서 나는 방구석 아저씨 패션 차림이었고 갑작스레 만들어진 여유 시간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시시껄렁한 잡담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모처럼의 여유롭고 편안한 잠깐의 커피 타임이었다. 그런데 가만 앉아서 나를 쳐다보던 아내가 “당신은 결혼을 이전에 한번 해봤던 사람 같아~”라는 말을 했다. 물론 나는 재혼이 아니다. 첫 결혼이고 지금 결혼 10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순간에 비싸고 멋진 선물을 한 것도 아니고, 삼천만원짜리도 아닌 삼천원짜리 커피를 한잔 같이 했었을 뿐인데 아내에게서 이전에 들었던 어떤 찬사보다도 강력한 ‘특급칭찬’을 들었던 것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이 물질적인 결과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아파해주는 공감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요즘이다.
 
이런 공감이 꼭 필요한 병 중 대표적인 것이 화병이다. 화병은 단순히 심리적 측면의 치료법과 병행하여 신체적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방법이 효과적이다. 화병이 있으면 우리 몸의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이 순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 열은 위로 뜨는 성질이 있어 위로 뜨고 냉기는 아래에 쌓이게 된다. 이런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가슴에 뭉친 기를 풀어주는 방법, 위로 올라간 화를 아래로 내려서 전신의 기를 순환시키는 방법, 담을 튼튼하게 하여 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나누어서 한의약으로 치료한다. 특히, 침 치료는 기를 운행시켜서 뭉쳐있거나 편중되어 있는 기를 순환시키고, 균형을 가져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01190599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화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의 특징은 절대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봐도 굉장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남들은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는 정도로 작아 보이는 일에도 너무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절대적인 양으로 스트레스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매일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자신의 생활에 순응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서 잘 해결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고, 정말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위치에 있는 사람도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로 화병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자신만의 비법으로 찾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유용한 방법이 몸을 사용하는 일이나 운동이다.

두 번째는 “화를 잘 내자”는 것이 화병 예방 두 번째 비결이다. 화병은 화를 내지 않고 참아서 생기는 분노 억압이 원인이 되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면 그것으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그러니, 우선 분노폭발 전에 "Stop"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마음의 문제는 마음의 동화, 감정의 소통으로 풀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소통은 현란하고 이론적으로 고도의 전략보다, 사소한 일이라도 무엇인가 같은 걸 해주고, 곁에서 따뜻하게 안아 줄 때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아내의 화기를 같이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화병은 어느 덧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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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홈페이지 : http://www.hanbang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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