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김영훈 2014. 05. 15
조회수 12060 추천수 0

 
산후우울증 사진.jpg


최근에 30대 엄마가 13개월과 3주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매스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엄마는 심각한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초보 엄마는 아이를 얻게 되어 기쁘고 행복하지만 아기를 낳자마자 엄마로서 혼란을 느낀다. 자아 정체감이 흔들리고 모성에 대한 의심도 생기며 사회와의 단절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가벼운 우울감이 아니라 하루 종일 우울하고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2주 넘게 지속되고, 체중과 식욕의 변화, 과다한 수면이나 불면, 불안과 피곤이 나타나면 산후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산후 우울증을 가진 엄마는 아이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을 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도저히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아기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출산 3개월 후에는 좋아지게 마련이지만 그냥 방치할 경우 산후우울증을 앓는 엄마의 20%는 우울증이 만성화된다. 원인으로는 여성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 출산 과정의 스트레스,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는 책임감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후 우울증의 뇌


아기를 낳고 초보 엄마가 갖는 두려움과 우울감은 어쩌면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는 단초가 된다. 임신부는 아기를 임신한 순간부터 자신보다는 태아를 더 많이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한밤중 젖을 물리느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밥 먹을 짬조차 없어 식탁 앞에 서서 물에 만 밥을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데도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엄마로서 부족한 자신의 능력을 탓하다가도 이보다 더 어떻게 잘 하느냐고 항변하고 싶어진다.


산후우울증은 아기를 낳은 후 체내 호르몬이 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임신 중 왕성하게 분비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뇌신경전달물질 체계를 교란시킨다. 여기에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 피로감, 수면부족, 생활의 급격한 변화, 신체 변화 등도 영향을 끼친다. 산모의 10-15%가 산후우울증을, 30-75%가 가벼운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의 연구에서 우울증에 걸리면 편도체 활성은 두드러지고 전두엽의 움직임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어왔다. 최근에는 뇌영상기술의 발달로 산후 우울증 엄마에게서 사회적, 공감적으로 조절하는 신경회로인 배내측 전전두피질과 편도체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지스-콜코(Moses-Kolko) 교수에 의하면 엄마는 이 신경회로의 소통을 통하여 출산 뒤 갑자기 바뀐 환경이나 아기를 돌보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주변의 변화에 적응하여야 하는데, 산후 우울증 엄마는 두 영역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아기를 양육하며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효과적으로 재평가하지 못하고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후 우울증과 아이


산후 우울증이 있는 엄마들은 그렇지 않은 엄마들보다 아기들에게 조금 더 느리게 반응하며, 아기들의 신호에 덜 민감하여 애착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아기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데 관여하는데 산후 우울증 엄마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떨어지고 배내측 전전두피질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성이 감소되어 울음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아기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 산후 우울증 엄마는 기분이 가라앉고, 신체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기가 더워서, 기저귀가 축축해서, 배가 고파서, 졸려서, 아파서 아기가 울 때 아기의 불편을 공감하지 못한다. 그로 인하여 다른 엄마들과 비교해 자신이 게으르거나 부족한 것으로 여기며 죄책감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산후 우울증 엄마의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얼굴과 목소리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고, 엄마가 자신에게 반응을 멈춰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렇게 반응하고 동조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아이는 생후 1년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 만 2세부터 6세까지 자기조절력의 강화, 만 13세의 공감에 문제가 생긴다. 워싱턴대학 심리학 교수인 제럴딘 도슨(Geraldine Dawson)박사는 우울증을 앓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위축되고, 적극성이 떨어지며, 집중시간이 짧고,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활성도가 떨어진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대부분의 아기들은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 방해가 되지 않지만 산후 우울증 엄마의 아기들이 만 1세 이전에 어린이집에 맡겨지면,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산후우울증은 대개 6개월이 되기 전에 사라지거나 약화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아이의 행동이나 인지 능력이 손상되지는 않는다.



전업주부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1년 미국 노스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팀은 전업주부가 맞벌이 엄마에 비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1991년부터 10년간 1,364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전업주부가 맞벌이 엄마에 비해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하였다. 2009년 18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엄마 1863명을 설문조사한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우울감의 경우 맞벌이 엄마는 1.82점인 데 비하여 전업주부는 1.95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양육 스트레스도 맞벌이 엄마가 2.67점이었고, 전업주부는 이보다 높은 2.77점이었다. 전업주부는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 밤낮이 바뀐 아이 때문에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젖꼭지가 아프도록 모유수유를 하고, 이유식도 유기농 재로로 직접 만들어 먹이며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집안 살림을 챙기다보면 저녁에는 녹초가 된다. 전업주부가 맞벌이 엄마보다 양육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것은 전업주부가 양육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양육 과정에서 남편과 사회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맞벌이 엄마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눈치를 보며 지각 출근과 정시 퇴근을 하여야 하고,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 한 통에 언제든 조퇴하고 집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1.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자.

아이에게 종일 묶여 지내다보면 엄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점점 의심하게 되고 자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 한 시간, 혹은 일주일에 주말 반나절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 정서적 재충전으로 육아에 덜 지치게 된다.


2.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자.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 때는 아이의 사소한 행동이나 울음도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과 발달 과정을 파악한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 아이가 했던 예쁜 짓 등을 떠올리면 위로가 될 수 있다.


3.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라.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주변에 자신을 도와주고 챙겨줄 사람이 부족하면 산후 우울증을 더 많이 겪는다. 엄마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할 때 남편과 가족의 도움과 주변 사람의 지지는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 특히 남편이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여야 한다.


4. 모유를 먹여라.

모유수유를 할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것이 엄마와 아이의 애착을 높여 산후 우울증을 덜어줄 수 있다. 또한 모유를 먹이면서 엄마와 아기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


5. 우울증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자.

오메가 3 지방산이나 비타민 B군, 아연, 트립토판,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들이 좋다. 고등어, 참치, 연어와 같은 푸른 생선에는 오메가 3 지방산이 많고, 호박이나 녹황색 채소에는 비타민 B와 E, 베타카로틴이 있어 신경을 안정시켜준다. 치즈, 우유, 계란에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이 풍부하고, 참깨나 두부, 연어, 참조기, 올리브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든다.


6. 햇볕을 쬐라.

연구에 의하면 산후 우울증에 아침 햇볕을 쬐는 광선요법이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따뜻한 햇볕을 받아보자, 햇볕을 받게 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7. 복식 호흡을 하라.

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쉬어 뱃속 깊은 곳까지 밀어 넣고 내쉴 때는 배가 쑥 들어갈 정도로 숨을 뱉어보자. 복습호흡을 통해 많은 양의 산소가 들어가고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이 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혈압과 심장 박동이 안정될 뿐 아니라 감정의 자기조절력도 강화된다. 더구나 복식 호흡은 가벼운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8.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하라.

산후 우울증 엄마의 경우 모유를 통한 약물의 전달을 걱정하여 항우울제 치료를 거부하곤 한다. 약물 의존성이 없고 모유 수유에도 안전한 약을 선택한다면 항우울제가 아기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한 것이다.


9. 대인관계 치료도 효과적이다.

산후 우울증도 내면의 욕구와 엄마가 된 현실 사이의 갈등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문제가 되므로 대인관계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하여 바뀐 역할에 적응해 나가고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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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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