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빠가 저의 멘토예요”

권오진 2014. 05. 27
조회수 6878 추천수 0
“아빠가 저의 멘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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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제 고3이 되었다. 지난 고1 때 대학교가 아니라 학과를 스스로 결정했다. 바로 사진학과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이모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매주 토, 일요일에 하루 9시간의 알바를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실전 사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아빠와 상의를 했고, 이모부의 동의도 얻었다. 그리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2월에서야 시작했다.

아들이 알바를 시작했는데 적응은 잘 하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아빠로서 늘 하듯이 응원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1주일이 지나서 동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들의 근황을 물었더니 아주 일을 잘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물론 그 말에 거품이 좀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최소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표를 보니 2주 뒤, 의정부에서 강의가 있다. 그리고 5시에 끝난다. 그래서 아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3일 전, 동서에게 전화를 해서 만난지도 오래되었으니 당구나 한 게임하자고 하며 일요일 저녁에 간다고 선약을 했다. 저녁 7시에 도착하니, 조카도 거기에 있었다. 알고 보니 조카도 아빠의 밑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개를 조련시킬 조련비를 마련하기 위함이란다. 이렇게 동서와 처제와 조카와 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식사를 하자마자 쉬고 싶은 표정들이다. 주로 주말에 손님들이 많이 오기에 매우 피곤한가보다. 그래서 당구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사실, 이렇게 동두천에서 서울 평창동까지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아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직·간접적으로 응원을 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후,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아들은 버스를 타다가 차를 타니 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개선장군처럼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지난 주부터 사진 작업도 시작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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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 아들은 갑자기
“아빠가 저의 멘토예요”라는 말을 한다.
운전을 하느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의미는 확실했다.
운전을 하며 정면을 보고 있어 순간의 아들을 보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다.
순간, 아들이 그 말을 한 이유를 잠시 생각해본다.
순간, 왜 아들이 그 말을 했는지 속마음을 생각해본다.
순간, 그동안 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러면서 내가 나의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스친다.
그리고 아들에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시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아들의 일정은 그야말로 빡빡하다. 주말 알바를 하고, 주중 저녁에는 3번 사진학원에 다닌다. 그러다보니 자기 시간이 거의 없다. 얼핏 보면 피곤하기 그지없는 일정이지만 아들은 주말 알바를 하면서 바쁘다는 것이 괴로운 일이 아니라 자각할 수 있는 기회이며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왜 바쁜데도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한다. 아들은 그 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보도사진전’등을 보고 왔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데 아들을 보며 새삼 느낀다. 그런 면에서 아빠란 존재는 늘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샘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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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아들의 월급날이 다가왔다. 아들은 아빠를 찾아와 “아빠, 이번 월급을 타면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무엇을 선물하면 좋아요?”라고 묻는다. 처음에는 말렸지만 기어코 무언가 해드리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에 현금을 드리라고 말했다. 아들은 할아버지께 자신의 하루 일당인 5만원을 드렸다. 할아버지께서는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을 억지로 주머니에 넣어드렸다고 한다. 그 후, 살짝 아버지께 손자에게 용돈을 받았냐고 여쭤봤더니 껄껄 웃으시며 주머니에 억지로 넣기에 받았다고 하시며 몹시 좋아하신다. 성당에 다니시는 외할머니께는 일부러 명동성당에 들러서 묵주를 사서 선물했다.
 
3월달이 거의 지날 무렵, 아들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여러 차례 찍은 샘플 사진 중 자신이 수정한 사진이 선택되었다고 으쓱해한다. 처음에는 손님이 오면 인사를 하고, 음료를 갖다드리고 신발을 정리하는 등 그야말로 잡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2달여가 지난 지금은 손님을 맞는 시간보다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비록 알바지만 아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고, 스튜디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원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무인도 행사를 마치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
“아들아, 이제 아빠가 너에게 가르쳐줄 것은 더 없다! 이제 하산하거라”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은 이제 사막에 혼자 떨어트려놔도 혼자서 생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여명의 아이들의 형으로서 편안한 리더쉽을 보여주었다.
 

 과68.jpg연 그런 노하우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아들과 많은 여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가기 전에 이미 전국에 200번 이상의 여행을 했다. 아들은 6살부터 작년 고2까지 무인도 행사에만 무려 32번을 참여했다. 아들은 지금도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 무인도라고.
 
필자가 2000년부터 무인도를 찾기 시작했고, 2001년에 행사를 할 무인도를 발견하고, 바로 아들과 첫 번째 무인도 답사를 했다. 그 때가 바로 6살에 불과했다. 그런 아들이 고 3이 되었다. 아들의 32번 무인도 참여가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중국 속담에도 ‘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여행이 더욱 낫다’고 한다. 역시 동서의 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이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면 내 자식만을 잘 키우려고 한다. 관념적으로 많은 사교육을 하면 잘 키울 수가 있다고 생각하며 온갖 투자와 희생을 무릅쓴다. 그리고 자식에게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고, 출세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를 한다. 그 결과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공부해’라는 말이며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공부해’란 말이 되었다. 아이들은 살아보지 않은 미래이기에 그 말의 뜻을 잘 알지 못한다. 단지 하고 싶지 않은 사교육 몇 개를 다니는 것이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가슴이 뛰어야 할 청춘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또한 그런 부모를 아이들이 존경하거나 멘토로 삼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가 아들에게 멘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별거 아니다. 그동안 ‘공부해’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늘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일이라면 늘 응원을 해주었다. 이미 그렇게 키운 딸이 대학에 한 번에 들어갔으며 지금 이 글에 삽화를 그리고 있다. 이 정도로 키웠으면 성공한 아빠의 인생이 아닐까?
 
 
-글:권오진/아빠학교장, 인성발달연구소장
-삽화: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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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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