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무서운 강아지와 친구가 되는 법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못된 개가 쫓아와요!
마이런 얼버그 글, 리디아 몽크스 그림, 이경혜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2001)
동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은 동물을 무서워한다. 길거리에 개가 있으면 멀리 돌아가고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만 봐도 놀라서 우는 아이도 있다. 살다 보면 동물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고 무서운 동물을 만날 확률보다는 무서운 사람을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살아온 시절이 짧은 아이들에게 그런 상식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볼 때 동물은 사람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굼뜬 자신에 비해 몇 배나 빠른데다 강한 이빨과 발톱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동물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동물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관계 맺기의 막막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이런 얼버그의 글에 리디아 몽크스가 그림을 그린 <못된 개가 쫓아와요!>는 동네에 사는 개 컹컹이를 두려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컹컹이가 너무 싫다. 아무 때나 컹컹 짖어대고 나를 보면 미친 듯이 짖으며 쫓아온다. 아이 처지에서는 개가 왜 쫓아오는지 알 턱이 없다. 그저 자기를 괴롭히려고 쫓아온다고 생각한다. 컹컹이는 못된 개다. 아이는 컹컹이를 피해보려고 여러 궁리를 한다. 목마를 만들어 걷기도 하고, 우산을 타고 날아보려고 한다. 고양이를 이용해 컹컹이에게 맞설 계획도 세운다.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무척 흥미를 느낀다. 어른들이 보기엔 얼토당토않은 방법이지만 아이들은 주인공이 생각하는 방법이 참신하기만 하다. 감탄스럽다. 하지만 이 모두가 수포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함께 마음 아파한다.
그래도 주인공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생각을 한다. 역시 호모 사피엔스다. 못된 개 컹컹이를 이기려 해선 곤란하다. 피할 수도 없다. 차라리 고양이 미끼가 컹컹이를 대하듯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다. 친구가 되려고 아이는 컹컹이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과자를 내민다. 겁은 나지만 씨익 웃어준다. 그러자 컹컹이는 다가와 아이의 손을 핥고 함께 웃는다. 이제 컹컹이는 친구가 되었다. 컹컹대며 쫓아오지 않고 졸졸 따라온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책은 동물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다. 두려움은 아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기에 생긴다. 두려움 때문에 피하면 관계는 더 멀어지고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더욱 커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도 갖다 붙이고 실재하지 않는 위험도 진실처럼 느끼곤 한다. 이렇게 두려움을 부풀리고 나면 나중에는 두려움이 너무 커져 이기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두려운 것은 꼭 동물만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친구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아이는 어둠을 두려워한다. 그 모든 두려움은 결국 두려운 대상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기에 생긴 것이다. 아예 관계없는 것이라면 두려울 필요도, 아니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를 때 아이들은 두려움을 갖는다. 그래서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도와줄 일은 그저 위로만 해주는 것도, 그게 뭐가 무섭냐고 면박을 주는 것도 아니다. 관계를 맺도록 격려하고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관계를 맺어야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더 큰 아이가 된다. 그리고 더 큰 아이가 될 때 두려움은 그만큼 줄어든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시공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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