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5775301_20140207 (1).JPG » 레고 브릭 6개로 9억개 방식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영화 <레고 무비>는 레고 브릭 1500만개가 동원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현실로 바뀌는 장면에 아이들뿐 아니라 ‘키덜트’들까지 매료될 만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문화‘랑’] 영화

스톱모션 애니 ‘레고 무비’ 개봉
빌딩에서 바다, 샤워 거품까지
100분동안 쉴새없는 무한변신

레고로 만든 극장용 영화를 “100분짜리 장난감 광고 아니냐”며 괄시하는 이들이 있다. 사각형 블록을 조각조각 결합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는 분명 특별하지만, 결국 레고라는 기업의 광고를 넘어서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입견을 거두고 잠시 ‘레고’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아보자. 레고는 1930년대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잘 논다’는 뜻의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여서 이름 붙인 사각형 형태의 블록 장난감이다. 1958년 이후 반세기 넘게 6500억개 ‘브릭’(사각형 블록), 캐릭터 인형만 45억개가 팔렸다. 레고 자동차용 고무 타이어는 해마다 4억여개씩 생산된다. 전세계 유명 자동차 타이어 업체를 뛰어넘는다. 1년에 레고는 2억 상자 넘게 팔리고, 한 해 세계 사람들이 레고를 즐기는 시간은 50억 시간으로 추정된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까지 즐기는 대표적인 ‘키덜트’ 상품이다. 최근엔 스토리를 갖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레고 스타워즈>, <닌자고> 등이 만들어지며 인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

레고 브릭의 형태는 단순해 보이지만 가로 네줄, 세로 두줄 짜리 브릭 2개면 24가지 방식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블록 6개면 9억1510만3765가지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6일 개봉한 영화 <레고 무비>는 레고 블록 1500만개로 상영시간 100분 동안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레고 세계를 창조한다. 거대한 빌딩, 자동차, 오토바이, 우주선처럼 익숙한 모양뿐 아니라 거대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화재로 인한 불과 연기, 구름, 샤워 거품까지 레고 브릭으로 표현해 레고가 만드는 ‘상상력의 끝’이 어딘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레고 캐릭터 인형 183가지가 등장한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닌자거북이, 그린랜턴 등 슈퍼히어로와 간달프, 덤블도어 등 다른 영화 속 낯익은 주인공들이 주요 인물로 나와 레고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최강의 능력을 발휘하는 ‘마스터 빌더’로 등장한다.

 1391684402_00495786301_20140207 (1).JPG » 6일 개봉한 영화 <레고 무비>하지만 레고 세계를 구하는 결정적인 인물은 슈퍼 히어로들이 아니라 평범한 공사장 인부 ‘에밋’이다. 에밋은 악당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의 세계 멸망 계획을 무너뜨릴 열쇠인 ‘저항의 피스’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 그는 평소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절망하던 인물이지만, 저항의 피스를 얻으면서 악당의 비밀무기 ‘크레이글’을 없애고 레고 왕국을 구할 ‘전설의 능력자’로 인정받는다.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온 그는 전설의 마스터 빌더들의 힘을 모아 악당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맞선다.

영화의 매력은 깜짝 놀랄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다. 악당이 사람들의 착한 본성을 지우기 위해 면봉과 매니큐어 지우개로 얼굴을 지운다. 레고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비밀무기 ‘크레이글’은 레고들이 변신하지 못하게 하는 접착제, 세계를 구할 열쇠 ‘저항의 피스’는 접착제 뚜껑이란 설정도 재미있다. 영화 <스타워즈>, <배트맨>, <캐리비안의 해적>,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전투기, 배트모빌, 해적선, 변신 복사기도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일부 컴퓨터 그래픽을 빼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건물, 차량, 배경은 모두 레고로 만들었다. 장면마다 실제로 레고를 움직여가며 찍은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찍었다.

영화에는 “팀이 돼서 계획을 세우고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어”, “사실 우리 모두는 뭐든지 바꿀 수 있는 능력자”라는 대사들에 어린이들을 위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라는 레고의 철학이 담겼다. 레고에 매료된 ‘키덜트’들을 배려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특히 영화 말미 실사로 등장하는 한 성인이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건축물이고, ‘8~14살용’이라고 써있는 건 형식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필 로드, 크리스 밀러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내내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주제곡 ‘모든 것이 멋져’는 극장을 나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묘한 중독성을 띤다. 국내 더빙판에서 걸그룹 ‘크레용팝’이 노래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2월 7일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788 [자유글] 아이의 갑작스런 수술, 그리고 병원 이야기 imagefile [15] 안정숙 2014-02-08 8732
» 레고 브릭 1500만개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 imagefile [1] 베이비트리 2014-02-07 5240
1786 [나들이] 라떼보다 감미로운 비엔나커피의 추억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2-06 9424
1785 [나들이] 여전해서 고마워 서울의 오래된 가게들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2-06 11322
1784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2] 분홍구름 2014-02-05 4055
1783 [나들이] “유기농 고집하는 엄마들, 아이 공연은 유행만 쫓아”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2-03 7007
1782 [자유글] 따뜻하고 즐거웠던 신년회, 모두 고맙습니다~ imagefile [6] 빈진향 2014-02-03 6961
1781 [자유글] 설이라... 설에 분주한 이 곳 imagefile [4] 난엄마다 2014-01-29 8665
1780 [가족] 명절이 싫어요 [9] 양선아 2014-01-29 5364
1779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응답하라! 설 명절 [6] pororo0308 2014-01-29 5086
1778 [자유글] 세뱃돈 봉투, 좀 더 이뻤으면 imagefile [5] 윤영희 2014-01-27 8678
1777 활기찬 기운 두둑히 받아온 신년회였어요!! imagefile [9] 난엄마다 2014-01-27 7116
1776 [자유글] 생판 몰라도 엄마라는 이름의 연대 imagefile [17] 안정숙 2014-01-27 9049
1775 [자유글] 주부에겐 언제나 즐거운 남의집 구경 imagefile [2] 윤영희 2014-01-25 9080
1774 상처 품어주고 희망 퍼올리는 가족의 힘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1-24 4829
1773 [자유글] 육아휴직이라.. [8] 분홍구름 2014-01-23 4391
1772 [자유글] <남자를 위하여>, 그러나 사실은 '나'를 위하여 imagefile [2] 안정숙 2014-01-22 4884
1771 ‘한국 땅콩’의 북미 극장가 습격사건 imagefile [2] 베이비트리 2014-01-22 5640
1770 [요리] 무와 소금물 어우러진 즉석 동치미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1-22 5288
1769 [자유글] 나빠 싫어 미워 third17 2014-01-22 4045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