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한숨 돌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짧은 겨울방학 대신 3월 말-4월 초까지 2주 남짓 봄방학이 좀 긴 편인데,
신정을 쇠는 탓에 설날연휴도 무사히 끝냈고, 방학이 끝나 아이들도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했으니
한동안 못 만난 동네엄마들이 신년회하자며 연락이 왔더군요.
이번주엔 초등부 학부모회의에다 생협에서 된장 만들기 행사에
둘째 생일까지 겹쳐, 일주일이 어찌 지나갔는지, 휴..
이렇게 또 정신없이 1년이 시작되나 싶네요.
냉동실에서 겨울잠 자고있던 쿠키 반죽을 꺼내 오븐에 구워, 한 상자 포장해서 들고
신년회한다는 집으로 허둥지둥 나서는데 아참! 오늘 베이비트리도 신년회한다는 날인데!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 이 쿠키 상자들고 나도 휙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모임 집 초인종을 눌렀죠.
오늘 모이는 집은, 새로 지은지 1년이 채 안되는 새 아파트.
한국보다 일본은 도심 이외에는 고층 아파트가 그리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 없다보니
높은 층들은 전망이 정말 좋은데요, 이 집은 12층이어서 정말 시야가 확 트여 눈이 시원했는데
일본 아파트들은 베란다에 이중창이 없다보니, 밖을 내다보기가 좀 무섭기도 했어요..;;
재밌는 건, 주택사는 엄마들은 아파트에 오면 신기해서 두리번거리고
아파트 사는 엄마들은 주택에 놀러오면 또 흥분한다는 거..
사람은 역시 자기에게 없는 것이 늘 새롭고 부럽고 그런 걸까요^^
밑을 내려다보기가 좀 겁나긴 하지만, 이런 베란다에서 파란 하늘보고 시원한 공기 마시면서
빨래널면 얼마나 상쾌할까.
여기서 빨래 던지면 진짜 기분좋을 것 같은데..란 생각과 함께
anna8078님이 문득 떠올랐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아파트 역시,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 인 것 같아요.
대부분 1,2층으로 생활공간이 나뉜 일본의 주택과는 달리, 한 층에 생활공간이 다 펼쳐져 있고
특히 이 집에서 젤 참고가 됐던 건,
부엌 - 세탁/세면실 - 욕실이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바쁜 아침시간엔 너무 좋겠더라구요.
중간엔 미닫이 문이 있어, 각각의 공간 분리도 가능하고.
주택이든 아파트든, 집 구조의 아주 작은 차이에도 식구들 생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걸,
13년 주부로 살면서 자주 느끼는데,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일수록
'물을 쓰는 곳 - 부엌, 욕실, 세탁실'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게 무지 도움되더라구요.
이 집처럼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처음 봤는데
나이드신 분들께도 이런 구조가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친정엄마 생각이 문득 나서..ㅎㅎ
일본은 올 봄부터 소비세 인상이 시작되는 탓에, 요 몇년 사이에 집을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답니다. 전세제도가 없으니 매달 월세로 최소한 100만원 이상씩은 내야하고, 도심같은 경우는
그 두배나 세배도 하니까요. 한번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월세로 말이죠..
월세로 사는 것도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집을 살 때도 워낙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그것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그래서 30,40대에 한번 사면, 거의 평생 산다는 생각으로 집을 고른답니다.
어느 나라든 집과 연관된 문제와 결정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튼 지금 일본에선, 집을 산다면 소비세가 오르기 전인 지금이다! - 붐이네요.
(여담인데, 인건비 문제로 토미카가 다음달부터 가격인상이 시작된다네요.
한국에선 가격이 언제부터 오를지 모르겠는데, 토미카 좋아하는 아들 두신 엄마들, 참고하셨으면)
이런 일본 사회의 한 예가 될듯한 동네 친구네 집에서
맛난 음식까지 대접받으며 즐겁게 신년회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베이비트리 신년회는 어땠을까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도 각자 사는 곳과 사는 방식에 따라
경험하고 느끼는 것, 가장 절박한 것, 불만인 것, 불안인 것, 걱정스러운 것, 늘 채워지지 않는 것..
다 다르겠지요. 조금씩 차이나는 세대에 따라서도 많이 다를 것 같구요.
얼마전에 난 기사에서, 아토피를 앓던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엄마의 이야기를 읽고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엄마가 가진 고민과 어려움, 그리고 아토피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엄마들은 있었을까.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지않고, 좀 더 차분히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커뮤니티는 있었을까 ...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땐, 엄마는 불안하고 두려운 본능이 먼저 앞서게 되는 것 같아요.
한발 물러서면 금방 해결책이 보이는데도 막상 내 곁에 있는 아이가 아프거나 힘들어하면
어찌할 지 몰라 허둥거리지요. 내가 잘 하지 못한 어떤 부분에서 얼른 원인을 찾아내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구요..
그럴 때, 누군가가, 그것도 믿을 만한 여러 사람이, 함께
그게 아니다, 이래보면 어떻겠니, 저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내 경우엔 이랬어,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경험과 정보 몇 가지를 듣기만 해도
당사자인 엄마는 스스로 정리하는 기회와 힘을 얻게 되요.
올 한 해, 베이비트리가 많은 엄마들에게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엄마를 좀 더 깨워서
서로 돕고 나누며 아이들이랑 2014년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집 구경갔다가 또 잔소리가 길어졌죠??;;
제가 늘 이러네요..
새해엔 좀 더 달라지도록 노력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