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80일 차
젖 수면제
젖을 먹다가 계속 잔다.
깨우면서 먹이느라
두 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배도 고픈데
바다는 내 속을 모르고 계속 눈을 감는다.
집중하고 보고 있다가 눈이 감긴다 싶으면
“바다야! 바다야~!” 이름을 부르고
노래와 휘파람은 물론
온 몸을 주무르며 깨워보지만
매번 눈꺼풀은 무심히 내려가 꾹 닫힌다.
누구냐?
내 젖에 자꾸 수면제 푸는 녀석이!
모유 수유 90일 차
가슴 벅찬 젖 나눔
친구가 ‘모유 은행’을 알려줬다.
젖이 남는 사람은 기증을 할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른둥이나
분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들,
중환자실에 있는 신생아들처럼
젖이 필요한 아기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기증을 위해 젖 샘플을 보내고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기다렸는데
합격 통지가 왔다.
다음 순서로
6개월 이내에 한 피검사 결과지를 보내는데
에이즈 검사가 빠졌다고 해서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 검사를 하고
두 개의 결과지를 함께 보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참 애쓴다고
친구가 그런다.
하지만 나는 아기들에게 젖이
생명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남은 젖이 버려지지 않고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지는 일에
애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냉동실에 켜켜이 모아놓은 젖이
모유은행에서 보내온 아이스박스에
수북이 담겨 보내질 때 마다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젖이 많이 나와서 불편하고 싫다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젖이 많은 덕분에 할 수 있는
이토록 고마운 경험이다.
*강동 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에
모유 은행이 있습니다.